1차 항암치료를 위한 입원날이 다가왔다. 아내와 둘이서 병원에서 1주일동안 지낼 짐을 트렁크에 정리했다. 지금까지는 여행갈때만 사용했던 트렁크였는데, 입원할때 사용하게 되었다. 얄궂게도 여행 갈때랑 짐은 비슷했다.
갈아입을 속옷과 세면도구, 입원중 사용할 노트북과 태블릿, 보조배터리등을 챙겼다. 여행갈때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즐겁게 짐을 준비했는데, 입원할 준비를 하니 더욱 여행 생각이 나며 기분이 묘했다. 지금까지 여름이나 겨울이면 아이들과 여행을 자주 다녔다. 최근에는 다낭, 후쿠오카, 대만, 도쿄등을 다녀왔는데 앞으로도 갈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고 난 다음에야 생각한 거지만, 여행은 다닐 수 있을때 열심히 다녀야 한다. 몇년 전부터 매년 처가집 식구들과 여행을 다녔다. 아내 형제들은 5남매로 모두 우애가 좋아 명절이나 연휴에 처가집 식구들이 자주 모이는 편이다.
그러다 몇년 전부터 겨울에 농사를 안지을때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다녔는데 작년에 장모님이 돌아가셨고, 장인어른이 몸이 불편해지신 다음에는 못가고 있다. 장인어른께서 장가계를 너무 가고 싶어 하셔서 5남매가 겨우 일정을 맞춰 가기로 해놨는데 먼저 내가 암에 걸려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워낙 힘들게 잡은 계획이라 우리 부부만 빼고 가기로 했는데, 장인어른께서 뇌경색 초기 증상이 오셔서 결국 못가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젊고 건강할때 여행은 무리해서라도 다니는게 맞다. 여행만큼 많은 추억을 남기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아뭏든 입원할 짐을 다 챙기고 집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딸아이는 출근을 했고, 아들은 방학이라 집에 있었다. 아들에게 집을 나가기 전 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병원에서 잘못될 경우 내 영정사진으로 준비를 해야 된다는 방정맞은 생각을 했다.
사실,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때는 내 장례식장에 상복을 입고 서 있는 아이들을 생각했다. 아내한테 얘기했으면 등짝스매싱을 맞았으리라. 그런데 그런 생각이 났고 장례식장에 서있는 아이들 모습이 생각났고 내 영정사진을 조금이라도 멀쩡할때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들에게 그런 얘기는 하지 못했고 웃으면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집을 나가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은 집에서 전철을 타고 갈수도 있었다. 집에서 아내와 캐리어를 끌고 나는 노트북을 넣은 가방을 등에 매고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술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항암치료를 하러 가는 건데도 별 생각이 다들어 집이 안보이기 전에 한번 더 뒤돌아 봤다.
입원은 보통 월요일에 했고 오후2시부터 입원을 할 수 있다. 가면 병원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놀라게 된다. 입원수속 밟을때도 번호표를 뽑고 한참이나 기다려야 했다. 입원실을 배정받고 놀이공원처럼 환자팔찌를 받아 입원실로 올라간다.
간호사실에서 확인받고 입원실로 들어간다. 6인실인데 이번에도 골수검사때처럼 가운데 침대를 받아서 아쉬웠다. 이 부분은 복불복이다. 어떤때는 창가자리로 가기도 했고 양끝 네 자리에 이미 환자가 있으면 어쩔수 없이 가운데로 가야 한다. 그런데 가운데는 보호자까지 둘이서 지내기엔 조금 비좁다.
입원 첫날은 항상 키와 몸무게를 먼저 재고 심전도 검사를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앞으로 있을 항암치료를 위해 케모포트를 삽입하는 시술이 있었다. 케모포트 시술은 매번 오래 시간동안 항암약과 수액, 수혈등을 맞아야 할 암환자들에게 하는 시술이다.
잠깐 있을때는 팔에다 주사 바늘을 꼽는다. 하지만 불편하고 아프다. 그래서 오른쪽 어깨 쇄골 밑에쪽에 혈관까지 삽입되는 관을 심는다. 그럼 거기에 바늘을 연결해서 항암약과 수액등을 연결한다. 양팔이 자유롭기 때문에 팔에 맞는것 보단 훨씬 편하다.
시술은 해당 부위에 부분마취를 하고 20분정도 걸린것 같다. 퇴원할때는 포트에 연결된 바늘을 빼고 퇴원하게 되는데 이물감이나 불편함은 없는 편이다. 다만 눈으로 보면 툭 튀어나와 있는게 보인다. 나야 나이든 아저씨라서 별신경 안쓰고 사는데 나이가 젊을수록 여자일수록 불편함은 훨씬 클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항암치료를 위한 투약이 시작되었다. 입원하게 되면 항암치료 스케쥴이 나오는데 이런 저런 처음 들어보는 약들이 스케줄에 빼곡히 적혀있다. 투약 시간과 양, 종류가 쭉 나온다. 보면 머리 아파서 그냥 보고만 말았다.
다만 처음 맞는 항암약은 기억이 선명한데 리툭시맙이라는 약이다. 첫날 6시간동안 맞는다. 어떤 항암약이건 맞기 전에는 부작용 방지를 위한 전처리제를 먼저 맞고, 타이레놀을 먼저 먹는다. 그렇게 먼저 혹시 있을지 모를 부작용 방지를 위한 준비를 하고 처음 리툭시맙이라는 항암약을 맞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부작용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