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1차 치료차 입원해서 예정되어 있던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다. 생전 처음 맞은 항암제로 인해 다시는 겪기 싫은 심한 오한과 발열을 겪고 걱정했으나, 다행이 그 이후로는 이렇다할 부작용은 없었다. 다만, 이틀차부터 시작된 울렁거림으로 인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먹는게 이렇게 괴로운 적은 없었다.
밥먹을 때만 되면 괜히 짜증이 나고 멀리서 밥차가 오는 소리가 들리면 구역질이 올라왔다. 하지만 치료를 위해,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먹어야만 했다. 국에 말아 먹고, 물에 밥을 말아 먹었다. 그렇게도 먹기 싫을땐 편의점에서 컵라면이나 빵과 우유를 사먹기도 했다.
입원을 월요일에 있고 퇴원은 다음주 월요일에 했다. 오전에 피검사를 하고 혈액수치 결과에 따라 퇴원이 늦어질수도 있는데 수치가 낮긴 했지만 퇴원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입원하는 날에는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착잡한 마음을 숨기며 독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일단은 퇴원할 수 있다니 마치 다 나은 듯한 기분이었다.
마치 군대에서 전역하던 날 기분이랄까 , 다음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하기까진 3주의 시간이 주어졌다. 따지고보면 전역이 아니라 휴가라고 해야 맞을 듯 하다. 일주일동안 나를 돌봐준 간호사들에게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섰다 .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두번 부모님과 전화통화를 했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부모님이 전화를 주셨다. 내가 치료중이거나 자는 중일지 모르니 주로 간병하는 아내에게 전화를 주셨다. 내가 전화를 받을 수 있을때는 통화해서 항상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만 계속 드렸던 것 같다.
하지만 나도 내 아이가 입원해서 항암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걱정되고 궁금해서 가만히 있지 못했을 것 같다. 사실, 어느 부모가 그러지 않겠는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생각한 거는 그래도 아내나 아이들이 아니라 내가 걸려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이런 저런 검사과정과 치료과정을 아내나 아이들이 잘 견딜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예정대로 퇴원한다고 하니 잘됐다고 하시면서 반찬을 몇 개 싸가지고 오신다고 하신다. 집에 가니 부모님이 와계셨고 두 분이서 전철을 타고 오시면서 많은 반찬들을 이고 지고 오셨다. 어머님이 만드신 밑반찬과 김치, 몸에 좋다는 이것 저것을 잔뜩이나 싸가지고 오셨다. 비어있던 냉장고가 거의 꽉 차버렸다. 걱정하셨을 마음과 빨리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다 큰 아들이 암에 걸려서 회사도 관두고 오랫동안 항암치료 받아야 한다고 하니 부모님 마음이 오죽하셨을까... 병원에서는 그렇게 먹기 싫던 밥이 집에 와서 엄마의 반찬을 앞에 두자 거짓말처럼 울렁거림이 사라졌다. 퇴원할때 3주동안 먹을 잔뜩 받았는데 울렁거림 방지 약도 많이 받았는데 필요 없을 듯 했다.
집에서는 정말 밥을 잘 먹었다.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중에서는 집에서도 음식을 잘 못드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나는 그나마 집에서는 밥이 잘 넘어가니 다행이었다. 이제부터는 몸에 좋은 것만 챙겨먹어야겠다고 이것 저것 준비했다. 현미, 잡곡을 섞어 밥을 했고, 된장국, 청국장과 같은 발효음식, 채소와 생선, 두부등을 자주 먹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원래 가장 좋아하는 음식 종류가 분식이다. 김밥, 떡볶이, 튀김, 핫도그, 도너츠등을 정말 좋아했는데 가급적 안먹거나 조금 먹으려고 했고, 라면도 정말 자주 먹었는데 거의 안먹거나 줄이려고 노력했다.
술은 당연히 한 모금도 입에 대지 못했고, 수도 생활가 같은 집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