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1차 치료후 퇴원하여 집에 왔다. 처음 암이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정신없이 지나갔다. 여기 저기 병원을 다니고, 생전 처음 받는 검사들과 진료를 받았다. 최종적으로 외투세포 림프종이란 낯설은 병명을 진단받고 항암치료를 하고 그야말로 전쟁같은 한 달이었다.
퇴원후 3주간의 시간이 지어졌고 모처럼 여유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생전 처음 받은 항암치료의 영향으로 몸에 기운은 없고 피곤했지만 비교적 마음은 편안했다. 이제 앞으로 치료를 위한 과정만이 남았다. 혈액암의 특정인지, 나만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운없고 피곤하다는 것 외에 통증이나 괴로움은 없었다.
항암치료 받기 전 비정상적인 백혈구의 증가로 인해 비장이 커져서 옆구리가 아프고 불편했지만 항함치료 1차후 그 부분은 괜찮아 졌다. 입원해있을때의 영향이었는지 아침일찍 눈이 떠졌고 , 약을 먹기 위해 꼬박꼬박 끼니를 챙겨먹어야 했다.
식단은 최대한 몸에 좋다는 걸 챙겨 먹으려 했다. 아침은 삶은계란과 두유, 토마토와 견과류, 그릭요거트등으로 먹었다. 밥을 먹은 후에는 집 근처를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걸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운동은 꾸준히 하려고 했다. 운동이라고 해봤자 당시엔 걷는게 다였다. 30분정도 천천히 걸었고 그 이상이 되면 피곤해서 눕고 싶었다.
비로서 교수님께서 일상생활은 어림도 없다고 했던 말이 이해가 갔다. 그동안 살은 계속 빠져서 암에 걸리기 전과 비교하면 거의 10kg 이 빠져있었다. 근육도 거의 빠져서 샤워하면서 본 내 몸은 정말 볼품 없었다. 물론 그 전에도 중년 아저씨의 몸매였지만 어느정도 살집고 있고 배 조금 나온 정도였는데 지금은 배도 쏙 들어가도 대신 팔다리도 가늘어져 있는 말그래도 환자같았다.
머리는 아직 빠지지 않았지만 100% 빠진다고 했으니 이제 곧 빠지리라. 오른쪽 쇄골 밑에는 케모포트가 삽입되어 있어 톡 튀어 나와 있었고, 피부 트러블도 조금씩 올라왔다. 그래도 이렇게 멀쩡하게 퇴원해서 집에 있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병원에 가보면 나보다 상태 더 안좋은 환자들도 많이 보인다. 24시간 침대에만 누워있는 환자도 있고, 항암치료를 한 달 씩 받는 환자도 있었다.
밖에 나가시 싫을때는 집에서 런닝머신을 타기도 했는데 아직은 무리였는지 밤에 다리가 뻐근해서 잠을 못 잤다. .겨우 그거 했다고 다리가 아팠다. 그래도 집에서 3주동안 있으면 살도 조금 찌고 체력도 회복되겠지 하며 너무 초조해하지 않으려고 했다.
사실, 마음은 조급했다. 한참 일하고 돈벌어야 할 시기에 몇 개월동안 집과 병원에만 있을 생각을 하면 답답했다. 형편이 넉넉하지도 않아 당장 가지고 있는 퇴직금과 가지고 있는 돈 조금을 제외하면 당장 돈 걱정도 해야 한다. 일단은 걱정하고 답답해봤자 상황이 변하는 건 없으니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서 빨리 낫고만 싶었다.
병원에서와 달리 집에서 밥은 잘 먹었다. 엄마가 잔뜩 싸다 주신 반찬들때문에 맛있고 푸짐하게 잘 먹었다. 이렇게 잘 넘어가는데 병원에서는 왜 이리 밥이 안 넘어가던지.....
하루 하루는 단조롭게 흘러갔다. 일어나서 간단히 밥을 먹고 약을 먹고 산책을 나갔다가 들어와서 조금 쉬고, 점심을 먹고 약을 먹고 또 선책을 한다. 오후에는 낮잠을 자기도 하고 노트북으로 작업도 하며 보낸다. 원래 그전부터 부업으로 하던 온라인 쇼핑몰이 있는데 그동안 매출이 저조해 방치해놨다가 다시 손보고 있는 중이다. 항암치료 기간중 조금이라도 돈을 벌려면 유일한 수단이었으니까.
그리고 아이들이 집에 오면 같이 저녁을 먹고 집에 있는다. 멀리 외출을 한다거나 사람 많은 곳에 가서 외식을 하기는 힘들었다. 집에 퇴원은 했지만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로 음식도 날음식은 피하고 사람 많은 곳은 주의하라고 했으니, 집과 산책이 거의 활동의 전부였다.
내 평생 이렇게 한가하고 여유롭던 시절이 있었나 싶다. 물론 마음 편하게 노는 입장은 아니지만 군대있을때 휴가 나온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다시 병원에 항암치료하러 가기 전까지는 집에서 잘 보내야 했다. 이거야말로 성인이 된 이후 처음 맞는 인생의 휴가라고 해야 할까.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까지의 장기휴가를 강제로 받은 셈이다.
그리고 항암치료 1차를 마치고 집에 온 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 아침에 자고 일어났는데 베개에 머리가 잔뜩 빠져 있었다. 마침내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