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또한 지나가리라

by 하루진

2차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하고 첫 날이 지났다 .대개 첫 날은 입원 절차와 기본적인 검사만 하고 본격적인 항암치료는 이틀째부터 시작한다.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전 새로 맞게 될 항암제와 용량, 시간등이 기록된 차트가 침대앞에 비치된다.


처음엔 호기심에 보고 검색을 하며 알아보기도 했지만, 자세히 알아볼수록 부작용에 대한 내용만 자세히 나와 있어 스트레스 받는 경우가 많아 자세히 알아보는 건 포기했다. 내가 맞는 항암제에 대해 알건 모르건 치료효과에는 영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입장이 바뀌어 아내가 입원해있고 내가 간병을 하는 입장이라면 아마도 보호자의 입장에서 남는 시간동안 차트를 보며 적혀있는 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공부했을 것 같다. 아내와 나는 이제 2번째의 입원이다 보니 어느덧 익숙해진 부분도 있고 해서 각자 시간을 잘 보내고 있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시간과 씻는 시간, 산책을 하는 시간외에는 거의 침대위에 있는 시간이니 지겹거나 답답한 걸 못 참는 성격이라면 더욱 입원생활이 힘들듯 하다. 나는 운동보다는 영화와 음악, 책같은 정적인 걸 좋아하고 일정한 환경만 조성되면 얼만든지 있을 수 있는 사람이다. 필요한 환경이라고 해봤자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만 있으면 되었다. 유튜브를 보고, 영화를 보고, 웹툰을 보고, 게임을 하면 된다.


하지만 아내는 나와는 달리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입원해 있는 나보다 간병하는 걸 더 힘들어 했다. 이젠 두번째이기도 하고 내가 상태가 나쁘거나 거동을 못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집에 있으라거나 갔다 오라고 해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1차 치료때 부작용으로 고생을 했기에 이번엔 또 새로운 부작용이 있을까봐 걱정 되었던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나는 태블릿으로 지난 입원기간에 이어 미드 '브레이킹 배드' 모든 시즌을 보았다. 아내는 신경을 쓰는 시리즈보다는 무한도전과 같은 생각없이 웃고 즐길수 있는 볼거리들을 보기 원했으나, '브레이킹 배드'는 한 번 시작한 다음에 중간에 멈추고 그만둘수 없었다. 특히나 주인공인 월터화이트가 암에 걸려 대머리가 되는 모습이 나와 비슷하여 더욱 몰입해서 봤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주인공처럼 불법적인 일에 뛰어들 생각은 없다.


예전에 아프기 전에는 입원 한 번 해본적도 없다. 그때는 철없게도 한 일주일 정도 입원해서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물론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넓고 시설좋은 1인실에서 방해없이 쉬는 상상이었지만 그런 철없던 상상은 이렇게 잔인한 현실로 돌아오고 말았다.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야 6인실이 기본이었고, 입원치료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어쩔수 없이 현실을 피해 올수밖에 없는게 대부분이다. 내가 암에 걸려도 아무런 이상없이 돌아가는 바깥 세상을 보며 불과 얼마전까지는 나도 저 세상에 속해 있었는데 이제는 병원 침대에서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가기 위해 치료를 받는다.


입원하면 거의 수액이나 항암제를 맞기 때문에 화장실 갈때나 산책갈때 항상 달고 다녀여 한다. 샤워를 할때는 간호사한테 얘기해 수액등을 잠시 빼달라고 하고 씻거나 잠깐 비는 시간에 샤워실 가서 씻고 오곤 한다. 항암제는 정해진 시간동안 정해진 양을 맞아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 빼달라고 할 수 는 없다.


주치의가 회진을 하러 올때는 항시 침대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거의 오전에는 침대에 있는다. 움직여 봤다 병원 안이긴 하지만, 답답할때는 조금 움직이면 휴게실이 있고 의자와 큰 tv 가 있다. 그곳에서 앉아 있거나 내 입원실이 있는 복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몇번이고 왕복하여 걸어다닌다.


입원해 있으면 거동이 가능한 환자들은 가벼운 산책 정도는 많이 하는 편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것도 안되서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하는 환자도 꽤 된다. 나와 동갑인 환자도 있는데 휠체어에 앉을수도 없는 상태라 누워서만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입원했다가 이삼일만에 금방 퇴원하는 환자들도 있다. 몇 번씩 재발해서 항암치료를 벌써 수십번째라는 어르신도 보았고, 어린 학생이 입원해서 있는 경우도 보았다. 나처럼 다니는데 이상 없는 정도면 비교적 양호한 상태인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보다 더 상태가 안좋은 사람을 보며 위안하기에는 여전히 나는 혈액암 환자이고 아직도 이번을 포함해 7번의 항암치료를 더 받아햐 한다. 그렇다고 정해진 8번의 항암치료를 받으면 깨끗하게 낫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저 잘되기를 바랄뿐이다.


그렇게 하루에 세 번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정해신 시간에 항암제와 수액, 전처리제, 생리식염수등을 맞고 그외는 모두 자유시간이다. 항암치료가 시작하게 되면 항암제를 맞는 동안에는 가급적 침대에 가만히 있으려고 한다. 주로 핸드폰을 들고 이것 저것 보고나 검색을 한다.


중간중간 아내는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계속해서 챙겨주며 자신의 생활을 이어간다. 처가 식구들과 전화도 하고 집에 있는 아이들도 챙기며 분주할 때도 있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둘째가 올해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이다.


만약 둘째 아이가 고3일때 내가 발병해서 입원해 있었더라면 더욱 힘들었을 것 같다. 다행히 첫째는 회사 인턴생활중이고 둘째는 대학생이어서 둘이서도 충분히 일주일정도는 집에 있는다. 급한 일 있으면 집이 가까우니 아내가 다녀 올 수 있어 큰 걱정은 없다.


현재로서는 나만 빨리 건강해지면 모든 일이 이상없을듯 하다. 아직은 초기라서 회사에서 받는 퇴직금도 있고 해서 당분간은 걱정없긴 하다. 나중에는 어떻게 방법이 생기겠지 하고 낙관적으로 생각을 하며 버틴다. 벌써부터 이런 저런 걱정으로 스트레스 받을 수는 없으니. 항상 되뇌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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