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항암치료 퇴원후 부작용으로 삼일만에 다시 입원하게 되었다. 이 당시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부작용으로 다리마비가 와서 제대로 걸을수가 없어 소변줄을 차고 있어야 했고, 이동할때는 휠체어를 타야만 했다. 언언 곤란 부작용도 같이 와서 발음은 계속 뭉개지고 꼬였다.
그래도 아내가 곁에서 전부 도와주어 그럭저럭 지낼수 있었다. 하지만 피검사 수치도 안좋아 매일같이 수혈을 해야 했다. 적혈구 수치가 바닥이어서 매일 수혈팩을 2팩씩 맞아야 했고, 호중구 수치도 계속 바닥을 찍고 있어 특히 조심해야 했다.
호중구 수치는 피검사 할때 나오는 수치로 한마디로 면역력이라고 보면 된다. 항암치료를 하게 되면 항암제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들도 같이 공격하기 때문에 매번 호중구 수치가 낮아진다. 보통사람의 경우 1800~7000정도의 수치가 나오는데 항암치료 하게 된후엔 1500 밑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1500 밑으로 내려갈때엔 호중구 감소증으로 분류되며 이 경우 면역력이 약해 감염에 아주 취약한 상태가 된다.
그래서 항암치료후 일반적으로 호중구 수치가 내려가데 되고, 집에서 3주쯤 쉬면 호중구 수치가 다시 올라와서 항암치료를 다시 받게 된다. 그런데 내가 부작용으로 재차 입원했을때는 호중구 수치가 500밑으로 떨어져 있었다. 감염에 주의해야 해서 음식도 특히 주의해야 하고 날음식은 먹으면 안된다. 과일, 채소도 생거는 조심해야 하고 뭐든지 익혀먹어야 한다.
이 당시는 정말 암울했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말도 똑바로 하지 못했으며, 온갖 수치는 바닥을 치고 있어 하루 종일 수혈팩과 수액을 맞고 있어야 했다. 소변줄까지 차고 있어 불편함과 불쾌함까지 더해 최악이었다. 한 가지 장점은 소변줄을 차고 있으니 밤에 잘때 화장실 갈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입원해 있으면 수액에 항암제에 액체를 많이 맞게 되니 필수적으로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한다. 밤에도 두 세번씩은 자다 깨서 화장실에 다녀오고는 했는데 소변줄을 차고 있으니 화장실에 갈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빨리 부작용에서 벗어나 소변줄을 빼버리고 싶었다. 다리에 조금씩 힘이 돌아오는 것 같았지만 막상 걸을라치면 금새 힘이 풀리곤 했다. 거기에다 다시 입원하자마자 울렁거림 증세에 메스꺼움까지 더해져서 항암치료를 하지도 안했는데 밥을 거의 못먹었다. 컵라면 작은거 하나 겨우 먹거나 밥에 물말어 먹거나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아마 옆에서 먹어야 한다고 난리를 치는 아내가 없었다면 밥도 하나도 안 먹었을 듯 하다. 그도 그럴것이 밥차가 오는 소리만 들려도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고, 음식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하면 구역질이 나오기도 했다. 수건으로 얼굴을 틀어막고 있다가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며 음식냄새가 익숙해질때까지 견디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이번에는 같은 입원실에 있는 환자들도 시끄러운 환자들이 많아 설상가상이었다. 나이가 많이 드신 할아버님이 계셨는데 귀도 어두우신지 항상 큰소리로 전화하거나 간호사한테 얘기하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밤이면 코를 심하게 고는 환자들도 두어명 있어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
이런 혼돈의 카오스에 나는 걷지도 못하니 휠체어에 나를 태우고 다녀야 하는 아내는 더욱 고역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아내가 곁에 있어 다행이었다. 6인실 병실에 있다가 보면 보호자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없는 경우도 많았다. 혈액암 환자들이 그렇게 심한 경우가 아니면 거동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 병실에는 주로 아내분들이 보호자로 있거나 혼자 있는 경우가 많다.
복도를 지나다니다 보면 여자 병실에 남자보호자는 정말 드물다. 간혹 아들이 와있는 경우도 보는데 거의 옆 보조침대에 누워 핸드폰 하거나 잠만 자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남편인듯한 사람이 보호자로 오게 되는 경우도 종종 보이긴 하지만 간병을 하는 건지 그냥 있어야 되니까 마지 못해서 있는 건지 불편하거나 귀찮은 눈치가 가득인 경우도 종종 보인다.
아뭏든 이번 같은 경우는 거동이 불편해서 아내가 곁에 있어야 했지만, 나도 가급적 혼자 있으려고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불편한 환경에 아내가 있기를 바래지 않아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나도 아내도 둘이 있어 의지가 되고 편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수치가 좋아지지 않고 있자 교수님께서 무균실을 가야 할 것 같다고 한다. 무균실은 뭐하는 곳인가 했는데 나처럼 호중구 수치가 바닥이어서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이 가는 곳이다. 보호자는 같이 있을 수 없고 철저하게 관리되는 곳이다. 같은 병실에 있던 분이 무균실에 갔다가 너무 답답해서 혼났다고, 이렇게 일반 병실에 있는게 너무 좋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내가 이제는 무균실 신세를 질 지경이 되었다.
난 앞으로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