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싸움, 과연 언제 이길 수 있을까

by 하루진

정말 길게 느껴졌던 무균실 생활을 마치고 집에 왔다. 2차 항암치료를 마치고 퇴원후 3일만에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다가 일반병실에 1주일 있다가 무균실에서 2주 있었으니 거의 한 달을 병원에 있었던 것이다.


특히나 무균실에서는 혼자 있었기에 정말 오랜만에 집에 오는게 반가웠다. 무균실에 있는 내내 매일같이 전화하며 걱정하셨던 부모님도 퇴원했다는 얘기에 바로 달려오셨다. 남양주에서 전철을 타고 오시는데 2시간이 더 걸리는 거리를 아픈 아들 주시겠다고 양손 가득 바리바리 싸들고 힘들게 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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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만 왔다 가시면 냉장고가 가득 찬다. 각종 밑반찬과 김치들, 직접 기르고 가꾸신 야채들과 과일들까지 보기만 해도 부모님의 사랑이 느껴져 따뜻해진다.


이제 두 분 모두 80이 다 되어 가시는데 아직도 건강하시고 아픈데도 없으신데 다 큰 아들이 효도해도 모자를 판에 이러고 있으니 정말 면목이 없다. 매번 오실때마다 밭에서 직접 기르신 농작물들과 손수 하신 반찬, 이번엔 아들 기력회복하라고 장어를 포장해서 들고 오셨다.


한가득 가지고 오신 먹거리들을 내려놓고 잠시 앉아 계시곤 나 쉬라고 금방 일어나셨다. 매번 밝은 얼굴로 있다 가시지만 내가 다 나았다는 얘기 듣기 전까지는 계속 마음속이 무거우실거라 생각한다. 밤에도 편하게 주무시지 못하실테고.


왜 아니겠는가, 나도 아이들이 큰 병에 걸렸다면 다 나을때까지 사는게 사는게 아닐 것 같다. 우리 부모님처럼 아이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듯 담담한 척 노력할테고. 빨리 건강해지는 방법 밖에는 없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항암치료는 최소 8차까지 예정되고 있고, 그것도 경과가 좋아야지 나쁘면 기약이 없다. 그동안 병원에서 본 많은 혈액암 입원환자들중에는 장기로 치료중인 사람들이 많았다. 2년동안 계속해서 항암치료중인 환자도 있었고, 상태에 따라서는 조혈모세포이식까지 가는 경우도 많았다.


몇 년만에 재발해서 다시 치료 받으러 오는 환자도 많았고 실제 재발도 잘된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 좋아져야 재발도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이제 2차 항암치료를 겨우겨우 마쳤다. 1차와 2차 모두 부작용을 겪고, 특히 2차후 겪은 부작용은 너무 심해서 의기소침해있는 상태였다.


앞으로 갈 길은 먼데 첫걸음도 제대로 못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관련 카페에서 항암치료 3차나 4차만에 관해가 되었다는 얘기를 볼때면 너무나 부러웠다. 관해라는 표현은 암에 걸린 후 처음 알게 되었는데, 특정 질병의 증상이 완화되거나 사라진 상태라는 뜻이다.


완치와는 다른 개념인데 , 관해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추적 관찰하다가 완전 관해 상태가 오래되면 비로소 완치 판정이 내려진다. 이거야말로 전역날이 정해지지 않은채 군대생활을 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언젠가는 관해후에 완치 판정을 받는 날이 오겠지만, 정말 기약이 없다.


이제는 3차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 전에 두 번째 골수 검사가 예정되어 있다. 무균실에 있을때 수치가 좋아질 때를 훨씬 지났는데도 수치가 계속 바닥을 쳐서 교수님이 골수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상태가 더 나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무균실에 있을땐 하루빨리 이곳을 나가는게 유일한 희망이였는데 , 나온건 좋지만 골수검사를 또 받아야 한다. 처음에는 말로만 들었지 어떤 건지 몰라서 그냥 저냥 받았는데 이젠 골수검사가 어떤 건지 안다. 견딜만 하지만 다시 받고 싶지는 않은 골수검사. 그 골수검사를 다시 받으러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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