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골수검사를 마치고 검사결과가 나오는 일주일후에 외래를 예약했다. 검사결과에 따라 향후 치료방향을 결정하기로 해서 마음편하지 않은 일주일이었다. 현재는 무균실에시 퇴원하면서 컨디션이 어느정도 회복된 상태이긴 한데 수치가 너무 오랫동안 바닥을 기록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안좋은 결과가 나올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처음에 간 병원에서 만성 골수성 백혈성이 의심된다는 얘기를 들었고, 대학병원에서 가서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골수검사후에 최종적으로 외투세포 림프종을 진단받았다. 진단서에 외투세포 림프종이라는 낯선 병명이 찍혀 있고 그걸로 산정특례를 받았다. 그런데 2차 항암치료후에 부작용으로 고생한 뒤에 다시 골수검사를 했고, 그 결과를 다시 들어야 한다.
컨디션은 서서히 회복되어 가고 있었기에 별거 아니겠지 생각하려 했지만, 이 암이라는 녀석은 정말 내 생각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다. 지금까지 50여년 살아오며 쌓아왔던 내 인생관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기분이다. 지금껏 나름대로 착하게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건강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갑자기 나에게 들이닥친 암이라는 놈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큰 암초이자 장애물이다.
그런데 이 장애물은 내 힘으로 넘어 갈수 없다. 아무리 용을 쓰고 애를 써봐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내 인생 모토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다. 아무리 기쁜 일이건 슬픈 일이건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지나가게끔 되어 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상황도 지나가리라. 과연 순탄히 지나갈수 있을까?
그러나 순탄하게 지나기만을 바랬던 게 무색하게 , 일주일후 외래 진료에서 담당 교수님에게 들은 얘기는 너무도 절망적이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의심됩니다"
"네?????"
"지난번 골수검사 결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의심됩니다. 아직 유전자검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금 상태로 보아 앞으로는 3주동안 입원해서 항암치료를 해야 합니다. 다음주에 입원할때는 3주 입원할 준비를 해오세요"
"...................................."
"그렇게 한숨쉬고 있어봤자 바뀌는 건 없습니다. 받아들이고 치료할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교수님께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얘기를 듣고 진료실을 나와 아내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신이 반쯤 나간째 다음 입원 수속을 하고 왔다. 어떻게 더 나빠졌을까, 야속하기만 했다. 지금까지 1주일동안 입원해서 항암치료 받는것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3주동안 입원이라니, 막막했다.
급성이라니, 그래서 무균실에서 그렇게 회복이 늦게 되었던 것일까. 3주동안 항암치료를 해야 할만큼 상태가 많이 위중한 걸까.. 온갖 생각이 머리속을 휘저었다. 외투세포 림프종이라는 병명은 너무 낯설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란 단어는 무겁게 나를 내리눌렀다.
처음에 병원에서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때 순간적으로 내 장례식장에서 상복을 입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 떠올랐다. 그동안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그냥 8차까지 정해진 스케쥴대로 항암치료 받으면 낫겠지 하며 그 생각은 안했는데 갑자기 또 그 생각이 떠올랐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아이들과 부모님에게는 자세하게는 얘기 안하고 2차때 부작용때문에 앞으로는 3주동안 입원한다고만 얘기했다. 한 주동안 입원해서 항암제 맞는 건 무리인것 같아 내 몸이 소화를 못하는 것 같으니 3주동안 천천히 항암제를 맞는다고 둘러댔다. 갑자기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발전했다는 얘기를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처음에 만성 골수성 백혈병, 다음에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최종적으로 외투세포 림프종이 되었다가 이젠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되었다. 막다른 길까지 몰린 느낌이다. 과연 나는 어떻게 될까? 다시 건강해 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