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항암치료후 퇴원하여 4차 항암치료전까지 집에서 쉬는 3주간의 시간이다. 3차 항암치료가 순탄하게 끝났던 것처럼 퇴원후 집에서도 별다른 이상없이 평온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내 컨디션도 1차 , 2차때에 비하면 많이 좋아져서 그동안 병원에서 생각만 하던 일들을 하기로 했다. 갑자기 발생한 암으로 인해 아무런 대비나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 더군다나 아내까지 간병을 위해 같이 회사를 그만두었기 때문에 재정상황은 위험했다.
아직까진 나와 아내의 퇴직금을 비롯한 조금의 자산이 있었기에 버틸수는 있었지만 몇 달후에는 위험할수도 있었다. 원래 실업급여도 생각했었는데, 나는 회사 다니면서 부업으로 틈틈이 했던 온라인쇼핑몰때문에 냈던 사업자때문에 안되었고, 아내도 자발적인 퇴사로 인하여 해당이 안되었다.
사실, 아내는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인한 퇴사로 사유를 해줬는데, 나중에 고용노동부에 가서 확인해보니 조건이 까다로웠다. 자발적인 퇴사는 아니었고 나의 간병을 위한 비자발적 퇴사였지만 그걸 입증하는 조건이 쉽게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내가 거동을 할 수 없을 정도여야 했는데 그건 아니었고 , 그밖에 다른 여러가지 조건이 간단한게 아니었다. 매번 뉴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실어급여를 쉽게 받는 것때문에 문제라고 자주 나오는데 정작 필요한 우리들은 도저히 받을 수 가 없었다.
퇴사하기 전에 확실하게 정리를 했어야 하는데 그당시 그럴만한 여유와 시간이 없었다. 최종적으로 혈액암 진단을 받고 바로 며칠후에 입원해서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빨리 치료 받는게 우선이란 생각에 바로 퇴사를 해버렸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너무 성급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 당시에는 우리 둘 다 어쩔수가 없었다. 그만큼 혈액암, 항암치료, 골수검사와 같은 생전 처음 맞닥드리는 무시무시한 단어들은 이성적인 판단과 냉정한 생각을 마비시켰다.
아뭏든 아내는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실업급여가 안됨으로 인해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병원에 입원했을때 자주 봤던 암환자가 받을 수 있는 여러가지 혜택에 대해 받아보고자 움직였다.
암환자가 되면 가장 먼저 받을 수 있는 중요한 혜택으로는 산정특례가 있었다. 5년동안 병원 진료비의 5% 만 부담하는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암 진단금이 나오는 암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어도 치료비 부담은 크게 없었다. 실제 영수증에 금액은 어마어마하게 나왔지만 산정특례로 인해 내가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감당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나마 가입해서 유지중이었던 실손보험으로 인해 치료비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받을 수 있는 지원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먼저 가까운 국민건강보험 공단에 방문했다. 재난적 의료비라고 해서 내가 실제 병원비로 낸 돈이 400만원이 넘으면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3차 항암치료가 끝나고 실손보험도 적용되고 있어 아직 해당금액은 되지 않았다. 나중에 치료가 끝난후에라도 해당 금액이 되면 받을 수 있다고 했으니 나중에 다시 확인해보기로 했다.
다음은 주민센터를 방문했다. 내가 사정을 설명하니 의료비 지원과 주거비 지원 항목에 신청해 볼수 있다고 한다. 신청후 바로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고 한 달 정도 후에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일단 기다려야 한다.
결국 당장 지원 받을 수 있는 지원금 같은 건 없었다. 살림살에 조금이라도 보태고자 퇴근후에도 쉬지 않고 했던 부업때문에 실업급여도 못 받았고, 주민센터에서도 사업자소득이 있어서 지원이 안 될수도 있다고 한다. 사업자 소득이라고 해봤자 정말 얼마 안되는데.......
유튜브나 인터넷등에서 봤을때는 암환자가 받을 수 있는 지원이나 혜택이 많은 것처럼 나와 있어 신청만 하면 금방 받을 수 있을 것처럼 여기 저기 나와 있었지만 , 산정특례 외에 당장 받을 수 있는 혜택이나 지원은 없었다. 나중에라도 주민센터에서 신청한 의료비, 주거비 지원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지원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아내가 일자리를 알아보기로 했다. 나는 당분간은 항암치료때문에 다른 일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내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원을 알아보기로 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학원에서 두 달정도며 취득이 가능하고 일자리도 구하기 쉬운 편이라고 한다.
일은 고되지만, 아내의 예전 꿈이 간호사이기도 했고, 전에 치매로 고생하시던 장모님 케어를 어느정도 했었기 때문에 요양보호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동안은 내 상태가 좋지 못해 아내도 불안해 했지만 최근 나의 상태로 봐서 간병이 필요 없을것 같아 일자리를 알아 보게 되었던 것이다. 암에 걸린 나를 위해 힘든 결정을 내린 아내에게 정말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어떻게는 내가 빨리 좋아져서 내 몫을 해야 할텐데 걱정이다. 이대로면 나는 집에서 쉬고, 아내와 아이들은 출근하거나 학교에 가게 생겼다. 한창 열심히 일하고 돈벌어야 할 시기에 이런 상황이라니....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 점점 상태가 좋아지고 있어 고맙기도 하고 복잡한 심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