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가 먹고 싶다

by 하루진

암에 걸린 이후로 예전의 생활 방식과는 많이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다. 가장 먼저 일주일에 4~5번은 마시던 술을 일절 안마시게 되었고, 기존에 입에 달고 살던 음식들 몇가지를 거의 안먹고 있다.


체력유지를 위해서 고기는 피하지는 않지만, 감염의 위험때문에 회는 안먹고 있다. 회도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었는데 당분간은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회는 술없이 먹기는 밋밋하기 때문에 술과 함께 당연히 안먹는 음식이 되었을수도 있겠다.


나는 분식을 좋아한다. 나이가 먹었음에도 어렸을때부터의 식성이 크게 변하지를 않는다. 김밥, 떡볶이, 튀김, 순대, 어묵, 호떡,라면등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떡볶이를 좋아한다. 아내와 처음 연애할때도 떡볶이를 먹으로 많이 다녔었고, 아내가 종종 그당시 얘기를 하며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아내와 연애할때가 20대 중반이었으니 그럴법도 하다.


분위기 좋은 곳에 가서 스테이크, 파스타는 못먹을지언정, 떡볶이를 먹으러 다녔으니.... 나중에 아이들이 생기고는 나들이 삼아 신당동 떡볶이골목을 자주 갔을 정도다. 가끔은 부모님을 모시고 가기도 했었다. 집에서도 떡볶이를 자주 해먹었고, 배달을 많이 시켜 먹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암에 걸린 이후 떡볶이는 우리집 금지 음식이 되었다. 몸에 안좋기로는 믹스커피와 함께 항상 선두를 다투는 음식으로 유명하다 보니 떡볶이 얘기를 아내가 꺼내지도 못하게 한다. 몸에 좋은 것들을 챙겨 먹어도 모자를 판에 안좋은 음식들을 먹을 순 없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도 김밥이라 라면은 종종 먹는데 비해 떡볶이는 못먹고 있다. 떡볶이나 암에 좋다는 뉴스가 나오기 전에는 먹기 힘들듯 하다. 사실 항암치료 하는 중에 떡볶이 한 번 먹는게 큰 대수는 아니지만 나도 굳이 아내 속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안먹고 있다.


술은 20살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거의 30년을 마셨고, 떡볶이는 그전부터 먹었으니 40년은 먹었나 보다. 물론 밥처럼 매일같이 먹고 마시지는 않았지만 가끔 집에서 떡볶이 간단하게 만들어서 시원한 맥주 한 잔씩 마시는 재미가 있었는데 , 그걸 못해서 아쉽긴 하다.


남들이 보면 웃을지도 모르겠다. 암에 걸려 회사도 그만두고 항암치료 받으러 다니면서 겨우 떡볶이 먹고 싶다고 속상해하는 50살의 아저씨라니 말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렇게 생격먹은걸.


어느덧 4차 항암치료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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