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린 이후 이전에 하던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되었다. 항암치료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고, 술을 끊었다. 앞서 얘기했지만, 알콜중독은 아니었지만 아주 가끔 술자리가 무척 그리울때가 있다. 순대국을 먹을때 소주 한 잔이 아쉬웠고, 삼겹살 먹을때 시원한 소맥 한 잔이 그리웠다. 이제 성인이 된 둘째와 호탕하게 호프집에서 건배 한번 시원하게 못하는게 아쉬웠다.
그 외에도 즐겨먹던 음식들을 줄이게 되었다. 김밥, 라면, 떡볶이, 튀김, 호떡, 순대, 회 등등등... 예전에는 잘 안먹었던 브로콜리, 당근, 시금치, 토마토등을 즐겨 먹으려고 한다. 탄산음료와 커피도 줄이고 생수, 두유, 차를 주로 마신다.
이외에도 여행을 못가는게 아쉽다. 물론 앞으로 영원히 못가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여행은 다닐 수 있을때 무리를 해서라도 가는게 맞는것 같다. 예전에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젊을땐 시간이 있는데 돈이 없어 여행을 못가고, 돈이 있을땐 시간이 없어서 못가고, 돈과 시간이 있을땐 건강이 안되서 못간다고....
여행 다니는걸 좋아한다. 아이들이 어렸을때 캠핑을 몇년동안 즐겨 다녔고, 캠핑을 못갈때면 다른 곳에 여행을 가거나 놀러 다녔다. 캠핑을 그만둔 후에는 속초, 강릉, 용평, 평창, 제주도등을 자주 다녔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여행상품도 종종 사서 다녔고, 아이들 방학때면 자주 여행다녔다.
장모님이 살아계실때는 1년에 한번씩 처가집 식구들 20여명이 모여 여행을 다녔다. 농사가 쉬는 겨울철에 갔고 변산반도, 단양등을 다녔는데 장모님이 치매가 걸리신후 돌아기시기 전까지는 다니지 못했다. 장인어른께서 평생 장가계 가시는게 소원이라고 말씀하셔서 올 봄에 추진을 했었다.
날짜까지 잡고 여행사 계약하려는데 내가 암진단을 받았다. 장인어른이 얼마나 가고 싶어하는지 모두 알았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일때문에 못간다고 하고 나머지는 가기로 했다. 그렇게 여행사 계약까지 했는데 이번엔 장인어른께서 뇌경색이 오셨다. 다행이 상태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 한 달 정도 입원후 퇴원하셨는데 거동이 조금 불편하시다.
그래도 장가계를 가고 싶어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으신거 같아 내년 봄쯤 다시 한 번 계획을 잡아보기로 했다. 물론 나는 그전까지 다 나아야겠지만.... 예전에 장모님 살아계시고 장인어른도 정정하실때 모두 같이 갔으면 참 좋았을텐데 지나고나니 아쉽다. 매번 계획은 했다가 오남매중 일정 안 맞는 사람이 생기면 날을 다시 잡고 또 안되는 사람이 나오고 하면서 계속 미루다 보니 일이 이렇게 되었다.
정말로 여행은 조금이라도 더 젊고 건강할때 무리해서라도 다녀오는게 좋은 것 같다. 우리도 아이들 방학때면 다낭, 대만, 일본등을 다녔다. 아이들이 클수록 국내여행은 시큰둥하고 해외여행이나 가야 신나하길래 몇년전부터는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작년 겨울에 도쿄를 다녀왔는데 다녀오자 마자 내가 몸이 급격히 안좋아지더니 암에 걸리게 된것이다. 어쩔수 없이 올해는 여행을 쉬어야 할것 같고 내년에는 갈 수 있을것이라 희망하고 있다.
내가 다니던 직장은 평일에 쉴수가 있어서 아이들이 못갈 상황이면 평일에 아내와 둘이서도 여행을 자주 다녔다. 평일에 다니면 숙소도 저렴하고 번잡하지 않아서 좋았다. 춘천, 속초, 제주도등을 다녔는데 아이들이 없이 단 둘이 떠나는 여행도 나름 다닐만 했다.
앞서 얘기했다시피 가족과의 시간을 항상 최우선으로 친다. 아이들이 어렸을때는 친구들과도 뭉쳐서 다니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커가고 나이가 먹어갈수록 가족끼리만 다니게 된다. 그게 자연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편하다.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 사실 집에 있을때는 밥 먹거나 거실에서 잠깐 있을때 빼놓고는 자기들 방에 들어가서 문닫고 각자 생활 하느라 바쁘다. 친구들 만나러 나가고 술자리도 갖고, 집에서는 게임도 하고 PC를 하며 대부분 따로 논다.
그런데 여행은 온전히 가족끼리 다니며 일어나서 잠잘때까지 함께 한다. 그리고 좋은 곳에 여행가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없다. 맛있는 곳 찾아서 먹고, 좋은 숙소에서 편하게 쉬고, 중간 중간 사진 찍고 영상도 찍으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데는 여행이 최고다.
내가 올초에 암진단을 받고 여행은 아무데도 못갔다. 기분전환 삼아 항암치료후 집에서 쉴때 가까운 곳이라도 가볼까 했는데 그때는 몸이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곧 나아지겠지.
완전히 좋아지고 가면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이 있다. 자주 갔던 제주도에 다시 가고 싶고, 강릉도 다시 가고 싶다. 홍콩에도 가고 싶고 장가개도 가고 싶다. 다 다닐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여행은 조금이라도 더 젊고 건강할때 무리가 되더라도 그냥 다니자. 여행만큼 좋은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