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아닌 방학생활

by 하루진

4차 항암치료를 하기 위해 입원할 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는 항상 아내와 같이 입원을 했지만 이번에는 아내가 요양보호사 학원을 다니고 있어 혼자 입원해야 했다. 다행이 컨디션이 많이 좋아져 간병이 필요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될것은 없었다.


사실 최근엔 아침에 아내와 아이들이 학원으로 직장으로 학교로 나가고 난 뒤에 나홀로 있는 시간이 무척이나 어색했다. 나를 제외한 세상은 똑같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나만 홀로 뒤떨어져 멈춰 있는 것만 같았다. 이성적으로는 다른거 신경 안쓰고 빨리 낫는거에만 신경써야 했지만 감정적으로는 초조하고 답답했다.


예전에 매일같이 회사 출근할때는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병원에 입원해서 며칠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철없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방학을 맞아 여유있는 집에서 있는 아이들을 보며 부러워한적도 있었다.


어쩌다 보니 지금 내가 기약없는 입원생활과 방학생활을 맞이하고 있다. 만약 보험금이라도 넉넉하게 받았거나, 뼈가 부러졌다 붙기만 하면 다 낫는 상태였더라면 조금은 마음편하게 방학 아닌 방학을 즐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몇달후면 당장 생활비 걱정을 해야 할 상황이었고, 암은 언제쯤이나 완치 판정을 받게 될지 기약이 없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아침에 나가고 나면 조용한 집안에 혼자 있는데 맘이 편하지를 않았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반대로 지금은 빨리 낫는거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따라왔다.


빨리 낫는거에 집중해야 한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몸에 무리가 되는 운동을 심하게 할수도 없었고,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하는 음식들도 무작정 퍼먹을수도 없었다.


병원에서 교수님은 자꾸 뭘 할려고 하지 말라고 하셨다. 자연스럽게 지내고 신경쓰지 말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를 않는다. 항암치료 초기에는 부작용과 후유증으로 다른거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는데 부작용이 없어지고 컨디션이 조금 회복되자 현실적인 문제들에 계속 신경이 쓰인다.


주위에서는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하는데 스트레스가 쌓일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다가 스트레스로 상태가 더 나빠지면 안되겠지만 돈없고 힘없고 빽없는 소시민이다보니 어쩔수가 없다.


이럴때 로또라도 된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원래 로또를 꼬박꼬박 사지는 않고 생각날때나 좋은 꿈을 꿨을때 사곤 했는데 이젠 아내와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산다.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로또 명당까지 운동삼아 걸어가서 사고 온다.


발표시간까지 행복한 상상에 잠시 빠지기도 하지만 헛된 망상이란건 여지없이 밝혀진다. 어째 이렇게 5000원짜리도 한 번 안되는지 야속하기만 하다. 하긴 세상이 아름답게 나를 위해 돌아간다면 암에 걸리지도 않았겠지.... 그나마 지금 이렇게 상태가 괜찮은 것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한다. 더 심하거나 나쁜 상태로 안되는것도 어디이겠는가.


아뭏든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입원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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