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항암치료의 시작

by 하루진

4차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날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아내 없이 혼자서 입원길에 오른다. 지금은 일상생활하는데 전혀 지장없는 정도의 컨디션이지만, 막상 혼자 가려고 하니 왠지 헛헛하다.


벌써 네 번째 입원하는 길이다. 4차에는 2차때와 동일한 항암제를 맞게 된다. 2차 항암제를 맞고 다리마비와 언어곤란까지 겹쳐 무균실에서 2주 넘게 고생했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그때 이후로 동일한 항암제를 맞는 처음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긴장은 되었다.


매번 입원할때마다 6인실에 어느 자리를 맡게 될까가 관건이다. 일찍 가건, 늦게 가건 그때 그때 병실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순전히 운이다. 창가 자리가 비었으면 그 자리를 맡으면 되고, 안되면 문하고 가까운 끝족, 그 네 자리가 차있다면 어쩔수 없이 가운데 자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이번엔 나 혼자 입원하기 때문에 자리가 좁은 가운데여도 큰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창가쪽 자리가 좋다. 자리도 가장 넓고 창문이 바로 옆에 있어 개방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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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다행이 창가쪽 자리가 비어 있어 맡을 수 있었다. 일단 창가쪽 자리를 맡게 되면 맘이 편하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창문 바로 옆에 에어컨 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까지 짐들을 놔둘수가 있어 공간이 다른 자리에 비해 훨씬 여유롭다.


환자 침대 옆에는 보조의자가 있는데 펼치면 보호자용 침대로 사용된다. 아주 오래전 기억으로는 저거보다는 더 편한 보조침대로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은 저렇더라. 코로나 이후로는 병실에 상주 보호자외의 사람은 못들어온다. 면회는 환자가 밖으로 나가서 가능하다.


내가 기억하던 병실은 훨씬 더 복잡하고 번잡하던 기억이다. 병실 곳곳에는 면회 온 사람들이 싸온 음료수들과 꽃등이 여기 저기 놓여 있었고, tv는 크게 틀어져 있었다. 각 침대마다 몇 명씩 면회온 사람들이 있었고 떠들석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주보호자 1인 외에는 병실에도 들어오지 못하고, 병실은 조용하고 고요하다. 물론 다른 입원 병동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여기는 혈액암 환자들이 입원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반 병동보다는 더 분위기가 무겁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남자, 여자 병실의 차이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아주 오래전에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에 아내가 병원에 입원할 일이 있었고 면회를 갔었다. 6인실로 기억하는데 아내 외에 환자 5명은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었고 나는 거의 10분만에 그분들께 연애사부터 가족관계를 비롯한 모든게 탈탈 털렸던 기억이 있다.


당시 20대의 파릇파릇했던 우리는 아주머니들의 맹공세에 정신도 못차리고 폭격기처럼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느라 땀을 뻘뻘 흘렸었다. 아뭏든 병실 복도를 지나가다 보면 똑같은 혈액암 병동이라도 남자 병실과 여자 병실은 확연히 차이가 있어 보인다.


입원 첫날은 언제나 그랬듯이 심전도검사와 엑스레이등 간단한 검사를 하고 다음날부터 항암제를 맞게 된다. 3차는 무탈하게 지나갔지만 4차는 2차때 워낙 고생을 했던 항암제를 똑같이 맞는 것이기 때문에 걱정이 조금 된다. 이번에도 3차때처럼 몸이 적응을 해서 순탄한게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아내 없이 처음 입원하는 날이니 조금은 외롭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있으니 무료할 걱정은 없다. 새삼 느끼는 사실이지만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긴긴 입원생활을 버텼을까. 기억으로는 예전에 병실마다 노트북을 대여해 준다는 광고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젠 스마트폰이 있으니 유튜브 쇼츠만 보고 있어도 한 두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각종 ott 에 이런 저런 게임까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으니 정말 좋은 세상이다. 특히 이렇게 딴 거 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는 입원생활에 스마트폰은 축복이다.


이제 4차 항암치료의 시작이다. 처음에 계획한게 8차까지 였으니 반환점까지 온 셈이다. 부디 마지막까지 별다른 이슈없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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