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해피엔딩이 좋다.

by 하루진

4차 항암치료는 별다른 이상이나 부작용없이 흘러갔다. 처음으로 아내없이 혼자 입원해서 조금은 불안한 감도 있었지만, 항상 옆에서 불편하게 고생하던 아내가 더이상은 그러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었다.


혼자 있어서 불편한건 조금 있었지만 전부 옆에서 아내가 해주던 자잘한 일들이었다. 밥먹고 식판을 갖다 놓거나 세면도구를 챙겨주고 물을 갖다주고 그런 일들. 1,2차 때는 항암치료가 힘들어 만사가 다 귀찮고 옆에 아내가 있으니 정말 화장실 가는거 빼놓고는 전부 아내가 해줬었다.


이제 항암치료도 익숙해졌는지 큰 이슈없이 스케쥴대로 정해진 항암제를 맞아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항암제를 맞을때는 가급적 참대에 그냥 누워있는다. 주로 가져간 태블릿으로 영화를 보거나 만화를 본다.


난 영화를 좋아한다. 어렸을때부터 극장 가는 걸 좋아했다. 혼자서 극장 가는것도 좋아했고 실제로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혼자도 종종 다녔다. 그렇다고 예술영화부터 독립영화까지 다 챙겨보는 헤비 매니아는 아니고 그냥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들, 재밌는 영화들을 즐긴다.


마블 영화가 나온 다음부터는 가족들과 함께 극장에 가서 마블 영화를 보고 맛있는 곳에 가서 저녁을 먹는게 큰 즐거움이기도 했다. 덕분에 어렸을때부터 나를 따라 극장에 자주 가고 영화를 많이 보던 아들은 나보다 더한 영화광이 되어 영화를 즐기고 있다.


아이언맨부터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거의 극장에서 개봉하는 모든 마블 영화들을 극장에서 봤던 것 같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로는 마블 영화의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나는 지금도 마블이 예전의 영광을 찾길 바라고 있다.


항암치료를 시작한 이후에도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하면 마스크를 끼고 비니를 눌러쓰고 극장에 갔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월드, 미키17, 썬더볼츠 영화들을 항암치료 퇴원후 집에 있을때 보러 갔다. 그만큼 영화 보는걸 좋아해서 혼자 입원했지만 심심하지는 않았다.


봤던 영화를 또 보는 것도 좋아해서 넷플릭스에서 재밌었던 영화를 또 찾아 보기도 하고, 회사 다닐때는 엄두가 안 났던 시리즈들을 보기도 하느라 심심할 틈이 없었다. 중간 중간 간호사가 와서 혈압과 온도를 체크하고 오전에 교수님이 회진오는거 빼놓고는 거의 나홀로 있는 시간이었다.


아내가 있으면 산책도 많이 다니고 했지만 왠지 귀찮아져서 그냥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기로 했다. 영화 보는게 지겨우면 핸드폰으로 유튜브 쇼츠를 보거나 웹툰을 보기도 하면서 어찌 보면 한가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4차 항암치료도 이제 거의 끝나가고 있으니 정확히 반환점을 도는 타이밍이다. 1,2차 때는 부작용이 있었고 3,4때는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나름대로는 치료가 잘 되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끝날때까지 이렇게 무탈하게 진행이 되어 해피엔딩이 되었으면 한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슬프거나 무섭거나 언해피한 엔딩의 영화들은 싫어한다. 실제 현실이 고달프고 힘든게 굳이 내돈과 시간을 써가며 극장에 가서는 좋은 기분을 만끽하고 싶기 때문이다. 쇼생크 탈출처럼 언제봐도 기분좋은 엔딩은 자주 봐도 질리지 않는다. 세븐은 좋은 영화지만 결말이 너무 찝찝해서 절대 다시 보지 않는다.


지금 찍고 있는 내 영화도 해피엔딩이길 바란다. 건강해진 주인공이 가족들과 다시 행복한 일상을 이어가는 그런 해피엔딩 말이다. 반전은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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