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도 무섭지만 돈도 무섭다

by 하루진

4차 항암치료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처음엔 부작용에 아주 심했던 항암제를 다시 맞게 되는 거라서 걱정을 했지만, 다행이 부작용은 없었다. 지금까지 항상 아내와 입원생활을 같이 하다 혼자 처음 지내게 된 입원생활이기도 하다.


부작용이 있거나 아프기라도 했다면 혼자 있는게 힘들었겠지만 밥 먹는거 빼놓고는 괜찮았다. 정해진 스케줄대로 항암제를 맞고 시간이 되면 온도와 혈압을 체크하고, 하루 세끼 밥을 먹는거 제외하고는 할 일이 없었다.


밥 먹고는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화장실을 가는거 빼놓고는 거의 침대에 있는다. 유튜브를 보거나 넷플릭스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태블릿에 담아간 만화책도 본다. 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는 중만 아니면 팔자 좋게 쉬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만도 하다.


사실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에 이런 한가한 시간을 가져본 적도 처음이긴 하다. 가끔 이직을 할때 1, 2주정도 쉬었던 적도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몇달동안 아무일도 하지 않으면서 병원과 집만 오가는 한가한 생활은 처음이다.


물론 마음 편하게 있을 상황은 아니다. 재산이 많거나 보험금이라도 많이 받았다면 조금은 편했을지도 모르겠으나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생계걱정을 같이 해야 했다. 아내는 나를 대신해 일을 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학원에 다니고 있고, 나도 마냥 손놓고 있을수많은 없었다.


처음엔 치료받는거 외에는 아무 생각도 못할 정도로 컨디션이 엉망이었지만 이제는 다른 것도 생각할만큼 괘찮았다. 예전부터 본업외에 부업에 관심이 많아 블로그, 애드센스, 제휴마케팅, 위탁판매등을 해왔었다. 하지만 유의미하게 돈을 벌지는 못했다. 처음엔 의욕있게 열심해 해보려고 하다가, 결국 본업에 밀려 꾸준히는 모했다.


이렇게 항암치료받는 기간이야 말로 집에서 노트북으로 뭔가를 해서 돈을 벌기엔 최적의 시간인것 같아 조금 적극적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유튜브나 SNS에는 뭐만 하면 월 1000만원씩 쉽게 번다는 얘기들이 넘쳐나고 있었고 그런 걸 보면 솔깃하기도 했다.


병원 침대에 앉아 노트북으로 이어폰을 끼고 여러 강의들을 들어봤다. 그런데 몇가지 관심있어 들어봤더니 거의 모두 패턴이 똑같더라.


처음엔 자기들이 하루에 얼마나 조금의 시간을 써서 돈을 많이 버는지 알리는 데 집중한다. 모든 걸 알려주겠다며 무료강의를 한다며 사람들을 모은다. 무료강의때는 모든 걸 알려줄것처럼 분위기 잡다가 정작 강의시간에는 자기 자랑과 수강생 자랑등이 대부분이고 결국 정식강의는 강의비 수백만원을 내라고 한다.


어쩜 그렇게들 패턴이 똑같은지... 조금이라도 팍팍한 생활에 보탬을 주고자 필사적인 사람들을 유혹해 고가의 강의를 팔기에 여념이 없다.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그들 말처럼 뭔가를 배워서 짧은 시간안에 월 천만원을 버는게 가능할까? 그런건 세상에 없다.


그렇게 좋은게 있다면 경쟁자들이 더 늘까 겁내며 혼자 조용히 하거나 가족에게만 알려주겠지. 대대적으로 사람들 모아서 강의비 뜯어내려고 하는거 보면 안봐도 뻔하다. 몇 년전에는 이런 식의 강의가 수십만원 정도였는데 요즘에는 유행인지 수백만원씩 하더라. 강의 팔아서 팔자 고치려고들 하는건지, 너무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이젠 뭐라도 하긴 해야 하는 상황이다. 암도 무섭지만 돈도 정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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