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받기 시작하며 집과 병원만 오가다 보니 시간이 많이 생긴다. 병원에 있을때는 핸드폰과 태블릿으로 유튜브나 영화를 자주 봤고 , 집에 있을때는 tv 로 드라마나 예능등을 자주 본다.
어렸을때부터 만화책과 무협지를 즐겨 읽어 왔고, 영화도 많이 좋아했기 때문에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기에는 좋은 환경이었다. 물론 맘편하게 룰루랄라할 처지는 안됐지만 시간은 활용해야 했다.
이렇게 시간이 오랫동안 비어 있었던 시기는 학생때 누렸던 방학과 대학교때 휴학하고 군대에 다녀오기 전후였던것 같다. 그때는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이기에 무협지를 많이 읽었다.
예전에는 동네마다 비디오 대여점과 만화책 대여점이 많이 있었다. 중학생때였나 고등학생때였나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아버지를 졸라서 VTR 를 사달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아주 어렸을때부터 극장에 가는걸 좋아했고 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에 보고 싶던 영화들이 가득차있던 비디오 가게는 가슴이 설레이던 즐거운 장소였다.
VTR 를 처음 사고 처음 비디오 가게에 가서 빌려 왔던 건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였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때 홍콩영화의 인기는 대단했고, 특히나 성룡은 명절마다 찾아오던 친숙한 스타였다. 나는 이미 봤던 영화지만 아버지, 어머니도 재밌게 보시길 원했기에 그 영화를 빌려 왔었다.
어린 마음에는 내가 재밌게 봤던 건 다른 사람들도 재밌게 보길 원해서 안달을 했었던 것 같다. 나는 이미 봤던 영화니까 어느 장면에서 웃기고 재밌는지 알고 있는데 그 장면에 아버지, 어머니가 안보시고 다른 행동을 보시면 어서 와서 보시라고 성화를 부렸던 것 같다.
아내와 연애 초창기에는 내가 재밌게 봤던 무협지중에서 영웅문을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했었다. 영웅문은 정말 재밌어서 학생때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새벽까지 읽었던 작품이다. 아내도 당연히 재밌어 할줄 알고 읽어보라고 했는데 모든 사람이 나랑 같은 취향은 아니더라.
아내는 책 읽는거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다음에는 만화책 드래곤볼을 읽어 보라고 했는데 그것도 별 재미를 못 느끼더라. 결국 나도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사람의 취향이란게 똑같을수 없다는 사실을 점차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아무튼 회사 다니면서는 시간의 압박때문에 시리즈물이나 긴 호흡의 작품은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나이 50살 즈음에 찾아온 암이라는 녀석은 여러 고통과 함께 시간도 함께 주었다.
입원해서 병원에 있을때는 그동안 엄두도 내지 못했던 기묘한 이야기, 브레이킹 배드와 같으 전설적인 미드들을 재밌게 봤고, 집에 있을때는 우리나라 드라마들과 영화들을 몰아보며 그동안 못 누려본 취미 생활에 있어 화를 누리고 있다.
한참이나 뒤늦게서야 본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나 브레이킹 배드는 어찌나 재밌던지 적적하고 길기만 했던 입원생활을 알차게 지내게 해준 고마운 작품들이다. 감질나던 주말드라마처럼 일주일에 두 편씩 기다리지 않고 한꺼번에 수십편씩을 몰아보니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앞으로 항암치료 기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피할수 없으면 즐겨야 겠다. 즐긴다는 표현이 조금 무리가 있을수는 있겠다. 아직은 언제 갑자기 상태가 안좋아지거나 상황이 악화될수도 있는 항암치료 기간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조바심내며 초조해하고 스트레스 받는것 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즐겁게 활용하는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피할수 없으면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