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리고 난후 많은게 달라졌다. 50여년 인생을 살아오며 전혀 예상도 못했던 일이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무책임하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암이 얼마나 흔한 질병이며 특히나 나이 들수록 조심해야 하는데 나와는 관련없는 줄로만 생각했다.
아마 주위에 암환자가 없어서 그랬을수도 있다. 지금껏 부모님, 친구, 형제, 지인등 나와 가까운 사람중에서 암에 걸렸던 사람이 없었다. 가까운 사람중에 큰 사고나 질병, 사건등이 없다 보니 나도 당연히 그런줄로만 생각했었나 보다.
그런데 내가 하루 아침에 암환자가 되었다. 그것도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외투세포 림프종이라는 혈액암이다. 비교적 드문편이며 6,70대 남성에게 주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항암치료차 입원해보면 내가 비교적 젊은 편이다. 주로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이 보인다.
발병원인은 정확히 모른다. 주로 유전자 변화라고 하는데 후천적으로 생기고 유전되는 병은 아니라고 한다. 왜 유전자 변화가 일어났는지는 모른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교통사고 같은 것이라고 한다. 나는 안전운전하며 잘 가고 있는데도 다른 차가 와서 들이 받거나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는 것처럼 그렇다고 한다.
물론 그동안 건강관리에 신경쓰지는 않았다. 운동은 안했고 술은 자주 마셨고 인스턴트 음식과 분식류도 좋아했다. 만약 그런게 원인이 되어서 위암이나 대장암처럼 누구나 아는 병에 걸렸다면 차라리 받아들였을까? 그런데 혈액암이며, 이름도 낯선 외투세포 림프종이라고 한다.
아직도 이 병이 어떤 병이고, 왜 나에게 생겼는지 알지 못한다. 교수님이 초기에 얘기했던 것처럼 앞으로 긴 싸움이 될테니 계속 알아보며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했고 그 얘기를 실천하는 중이다. 병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관련 커뮤니티에도 거의 가지 않는다.
내 치료는 오로지 병원과 교수님께 맡기도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앞서도 얘기했던 것 같지만 만약 내 가족이 걸렸다면 내가 할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서 검색하고 공부하고 끊임없이 최신 정보를 찾아 공부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 얘기가 되자 그렇게 되지 않았다.
어찌 보면 무책임하거나 너무 방관하는거 아니냐는 얘길 들을수도 있다. 환자 본인이 누구보다 관심가지고 공부해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암이란게 알면 알수록 만만치가 않다. 예전에 비해 의려기술이 많이 발전하고 좋은 약들도 많이 개발되어 치료율이나 생존율이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무서운 병이다.
비슷한 증세로 모인 커뮤니티에 가서 많은 얘기나 경험들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많이 힘들어하는 사람이나 안좋은 결과가 생긴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때면 가슴이 무거워져 발길을 끊게 되었다.
그래서 교수님 말대로 병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고 지낸다. 내가 암환자라는 인식만 가지고 산다. 치료는 병원에 맡기고 병에 대해서 알아가며 스트레스 받지 않기로 했다.
가급적 밝고 긍정적이고 강한 멘탈을 가지고 있으려고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이고 유연하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부정적이거나 외골수이거나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고집도 없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고 나를 실제 대하는 주변의 사람들은 나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수도 있지만 일단 내가 생각하는 나는 그렇다. 외투세포 림프종이라는 낯선 병에 걸려 회사를 관두고 집과 병원만 오가며 항암치료를 받고 있지만 쉽게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나의 신조에 맞게 암도 언젠가는 지나가리라 믿는다. 다만 그 시기가 빨리 오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