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럴 때이다.

by 하루진

항암치료차 입원해 있을때는 밥 먹기가 힘들어 내내 고생을 한다. 다행이 퇴원하면 울렁거림이나 구역질은 사라져 밥 먹는데 지장은 없다. 다만 항암치료 하는 중이다보니 음식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된다.


항암치료할때는 체력이 관건이다 보니 입에서 당기는건 무엇이든 가리지 말고 먹으라는 얘기가 많이 있다. 나는 입맛이 초딩입맛에 가까워서 비싸고 고급진 음식보다는 라면이나 떡볶이 같은 음식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몸에 안 좋기로 소문난 그런 음식들을 입에 당기는대로 먹을수는 없다.


특히나 떡볶이 같은 경우는 아내가 못먹게 막는 대표적은 음식 중 하나이다. 내가 워낙 떡볶이를 좋아하고 길거리에서 먹는 호떡, 어묵, 붕어빵등도 좋아라 하다 보니 특히나 감염에 조심해야 하는 환자이기에 당연한 일이리라.


오죽하면 혼자 이런 생각을 한적도 있다. 외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떡볶이가 암에 좋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으면 좋겠다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한적도 있다.


아무튼 스스로도 조심을 백번 해도 모자란 환자란걸 알기에 가급적 몸에 나쁜 음식을 피하려고 한다. 당연하게도 술은 거의 끊다시피 했다. 거의라는 표현은 완전히는 아니고 정말 좋은 일이나 자리일때 한잔씩은 먹을수도 있다는 아주 조금의 허용을 줘서 위안을 삼고 있다.


술을 못마셔서 괴롭거나 힘든 알콜중독은 아니지만, 가끔 술 한잔이 빠지면 정말 아쉬울 자리들이 있다. 그런 자리가 있을 경우 한 잔의 허용이자 한계를 둬서 거의 끊다시피 했다고 한다. 길거리에 보이면 쉽게 사먹던 호떡이나 붕어빵, 떡볶이, 어묵등도 피한다.


회도 좋아하고 자주 먹었는데 감염의 위험때문에 먹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음식 중에 회를 못먹고 있는게 가장 아쉽긴 하다. 그리고 회야말로 소주가 빠지면 안되기 때문에 겸사겸사 앞으로도 꽤 먹기 힘들듯 하다. 나중에 상태가 아주 좋아지거나 완치가 되더라도 예전처럼 술을 마시는 경우는 없을것이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굴도 자주 먹었는데 생굴은 앞으로 안먹을듯 하다. 익혀서 먹으면 관계없겠지만 신선한 굴을 초장에 푹 찍어 먹던 그 맛이 좋았는데 아쉽다.


집에서는 하얀 쌀밥대신 현미밥이나 잡곡밥을 먹는다. 햄이나 소세지도 좋아하는데 가공육도 워낙 안좋다는 얘기들이 많아 안먹는다. 버섯, 양배추, 당근같은 좋다고 소문난 채소들과 두부, 콩, 생선, 견과류등 좋은 것들을 많이 먹으려고 노력한다.


밥 먹을때마다 신경써야 되는게 귀찮기도 하지만, 결국 내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음식들이기에 앞으로도 익숙해지려고 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들도 똑같이 좋은 음식을 먹으면 좋으니 앞으로 꾸준히 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퇴근후 집에 와서 저녁을 먹으며 아내와 반주로 소주 한 잔씩 하는걸 좋아했는데 그걸 하지 못해 아쉽기는 하다. 알콜중독은 아니지만 거의 일주일에 삼사일을 반주로 소주 한병, 맥주 한병 정도를 마셨으니 적게 마신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운동은 거의 하지 않으니 언젠가 탈이 나도 날줄은 알았다.


그런데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들 살고 있지 않나? 먹고 사느라 바뻐 공부, 자기계발, 운동등은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그날 그날 하루 하루에 치여 퇴근후 마시는 소주 한잔, 맥주 한잔에 스스로 상을 주며 매일 같은 날을 반복하는 그런.....


이렇게 오래 살아왔기에 앞으로도 그럴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게 되었고 , 그동안 즐기고 좋아했던 것중 몇 가지는 앞으로 피하거나 조심해야 한다.


나이 먹고 인생을 살아간다는건 그런 것 같다. 아무리 좋아하고 즐기던 거라도 때가 되면 끊어야 하고 줄여할 때가 온다. 그러면 그때 그때 순응해야 한다. 나는 지금이 그럴때이고 순응하고 적응할때이다.


그럴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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