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가 되면 어떤 생각을 할까

by 하루진

감기가 낫지 않고 오래가길래 병원갔다가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 의심된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전해듣고 , 대학병원에 가서는 혈액종양내과 교수님에게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인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방향을 잡기 위해 골수검사를 실시해야 해서 2박3일의 입원 일정이 결정되었다.


최소 8개월은 걸린다는 교수님의 얘기에 조금 고민이 되었지만 가장 먼저 직장을 그만뒀다. 조금 탄탄한 회사였다면 병가를 내고 치료를 하고 다시 복직을 노렸겠지만 그럴 정도의 회사가 아니었기에 고민은 조금 되었지만 미련 없이 사표를 냈다.


당장은 치료가 다 된 다음이 도저히 기약이 되지 않아서 다음 일을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일단 내가 건강해지면 다시 무엇을 하던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지금껏 살아오며 다양한 일을 했고 여러가지 경험을 했다.


젊었을적에 자영업을 하다 망하기도 했고, 자동차 영업, 보험 영업, 커피 자판기 영업도 해 본 적 있다. 조금 규모있는 회사에 들어가 제대로 된 직장 생활을 경험해보기도 했고, 제휴마케팅으로 프리랜서 생활도 해 본 적 있다. 캠핑을 하다 알게 된 지인과 사업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회사에 들어와 7년을 근무하다 암 진단을 받고 사표를 냈다. 암 이란 복병을 만났지만 지금까지 살아왔던 경험으로 아예 막막하지는 않았다. 어떤 일이든지 할수 있고 견딜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암이라는 복병은 그동안 살면서 만나왔던 위기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지금까지는 어떤 힘든 상황이 닥쳐도 내 몸만 멀쩡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거라 여겼는데 내 몸이 멀쩡하지 않게 된 것이었다.


그동안 살면서 잠깐 잠깐 힘든 상황이 닥쳤을때면 막노동을 나가기도 했고, 대리운전을 하기도 했다. 블로그, 애드센스, 제휴마케팅, 위탁판매등등 집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부업이고 내가 할 수 있을 일이면 닥치는 대로 해왔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마냥 좌절해 있거나 늘어져 있는 때는 없었다.


하지만 그때는 젊었고 열정과 의지가 있었다.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고 상황도 다르다.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막막하고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라 도무지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흔히 그동안 여러 드라마나 영화에서 봐왔든 처음엔 당연히 믿기지 않았고,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 나게 되었는지 화도 났고 어이도 없었다. 그러다 병을 못 이기고 이렇게 내 인생이 끝날까봐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체념하고 받아들이기도 하면서 정말 온갖 생각을 다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잘못 되었을 경우 남게 될 가족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다. 상상하기는 싫지만 여러 가지 경우에 대해 생각이 났다. 내가 없는 아내와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했다. 내가 잘못될 경우 슬퍼하실 부모님 생각만 하면 가슴이 먹먹했다.


예전에 들었다가 먹고 살기 힘들다고 다 해약했던 보험 생각이 간절했다. 실손 보험은 하나 들어 유지하는게 있었지만 암에 걸렸을 경우 진단 자금 몇천만원이 나오던 보험들은 진작에 해약한지 오래 되었다. 이럴 일이 생길거라는 아예 생각도 하지 못했었는데, 교통사고와 같이 암은 하루 아침에 나에게 닥쳐왔다.


그래.... 이런 건 교통사고와도 같이 전혀 예상할 수도 없고 생각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 날 수 있는 현실이고 나에게 일어났다. 받아들이기 싫어도 받아 들어야 하고 일상은 야속하게도 속절없이 흘러갔다.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과 고민 회환과 두려움속에 골수검사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골수검사를 내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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