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으로 혈액암 진단을 받고, 난생 처음으로 입원을 했다. 그리고 난생 처음 골수검사를 앞두고 있다. 난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으면 하는 순간들이다.
입원 첫날은 정신없이 지나간다. 환자복으로 갈아입자 마자 이런 저런 검사가 이어지고 팔에 수액과 수혈팩을 꽃고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아내와 잠시 산책을 나가본다. 그래봤자 병원 안이지만 1층엔 조금이나마 산책할 정원도 있고 병원이 크다 보니 다닐 곳은 많다.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저녁을 먹고 소화를 시키거나 운동을 하려는듯 돌아다니는게 많이 보인다. 병원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왜이리 아픈 사람들이 많은지, 이 커다란 병원 건물안에 환자들이 가득차 있고, 이런 대학병원마다 거의 환자들이 있을터이니 세상엔 병들고 아픈 사람들이 정말 많다.
불과 며칠전까지는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팔에 수액을 맞으며 병원안을 돌아다니게 될줄을 누가 알았을까. 그래도 병원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침대에 가만히 누워 실려가는 사람이나 휠체어에 앉아 이동하는 환자들을 보면 걸어 다닐수 있음에 감사해야 겠지.
병원의 밤은 일찍 시작한다. 거의 8시가 넘어가면 병실 안은 조용해 지고 잠자려는 분위기이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계속해서 골수검사 후기들을 찾아본다. 괜찮았다는 말에는 안심했다가, 너무 아팠다는 말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이가 이제 50이 되었지만 어렸을때나 지금이나 아픈 건 정말 싫다.
치과에 가는 것도 무섭고 싫어서 정말 버티고 버티다가 가서 임플란트 하고 온것도 그리 오래 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무섭고 싫어도 버틸 수가 없다. 그저 검사결과라도 잘 나와 치료가 수월하게 진행되기만 바랄뿐이다.
병원의 밤이 일찍 시작하는 것처럼 아침도 덩달아 일찍 시작한다. 새벽 4시가 되면 간호사가 자고 있는 환자들을 상대로 혈압과 체온을 잰다. 왜 꼭 새벽4시에 해야 하냐고 물어보려다가 병원에서 그럴 이유가 있으니 당연히 그렇겠지 하며 순순히 받아들였다.
병실이 6인실이고 각 침대 사이는 얅은 커텐으로만 경계가 있을 뿐이니 이런 저런 소음과 전화 소리, 대화 소리등은 여과 없이 들려온다. 입원 첫날이고 다음날 골수검사를 앞두고 있으니 잠이 제대로 올리 없다. 아내는 그래도 피곤했는지 불편해 보이는 작은 보조 침대에서 조금 뒤척이다가 이내 잠든듯 하다.
나는 이런 저런 생각과 걱정에 자는둥 마는둥 했는데 잠이 깊게 들려고 하는 찰나에 간호사가 혈압과 체온을 재러 왔다. 시간을 보니 새벽4시 였고, 다음 입원때도 보니 항상 그 시간엔 혈압과 체온을 재더라. 입원이 익숙해졌을땐 잠도 금새 들곤 했지만 입원 첫날은 뒤척이다 밤을 거의 샌 듯 하다.
그리고 팔에 주사 바늘을 꽃고 있으니 옆으로 자세를 하기에도 불편해 계속 뒤척였다. 난 평소에서 절대 똑바로 누워서는 잠을 못자는데 더군다나 병원이니 잠은 다 잤다고 생각했다. 아침은 일곱시에 먹는다. 밥이 까끌까글하니 영 안 넘어 갔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를 생각해 밥그릇을 비워냈다.
간호사가 와서 골수검사 안내를 다시 해준다. 조금 있다가 담당 교수님이 와서 골수검사를 진행하니 어디 멀리 가지 말라고 한다. 시간은 10분정도 걸린다고 하며 검사가 끝난 후에 지혈을 위해 2시간은 지혈대를 대고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한다고 한다.
아내는 특히 겁이 많다. 골수검사 받는 건 나인데 유독 겁내한다. 나는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은 척 괜찮다고 계속 얘기했다. 사실 스스로에게 하는 얘기이기도 했다. 괜찮다고, 마취하고 하니 아프지도 않고 누워있다 보면 금방 끝났다고 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게 겉으로는 태연한척 속으로는 간호사가 언제 부르러 오나 긴장하며 침대 위에 누워 기다렸다. 이윽고 간호사가 교수님이 왔다며 오라고 한다. 아내가 진짜 겁이 났는지 눈물을 글썽인다. 무서워서 따라가지 않고 병실에서 기다린다고 한다. 그러라고 했고 간호사를 따라갔다.
어렸을때 백미터 달리기 할때 가슴이 두근거릴때처럼 긴장이 더해간다. 간호사실 내에 있는 침대로 가서 지시대로 엎드려 누워 있었다. 곧 교수님이 와서 인사를 했다. 나이가 50이 된 아저씨지만 문득 인형을 주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뭐라도 의지할게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교수님의 내 환자복 바지를 살짝 내리고 손으로 왼쪽 어림을 꾹꾹 누르며 자리를 살펴 보는 듯 했다. 머리는 침대에 있는 베개에 파묻고 있었고 양 손은 베게 끝을 잡은 채 아프지 않게 끝나기만을 바랬다.
마취할께요 라는 말과 함께 마취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마취주사가 아프지는 않았다. 마취가 금새 된듯 하고 느낌에 검사가 시작된 것 같았다. 이때쯤 긴장이 최고조에 달아 도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건가 싶었다
약간 기분나쁜 소리와 함께 조금씩 통증이 전해졌다. 통증은 못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긴 드릴같은 장비가 내 몸에 들어와 골수를 뽑아 가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 그때마다 순간 순간 통증이 전해졌고 발가락에 힘을 주며 읍하며 숨을 참았다. 치과에서처럼 아프다고 해서 마취를 더 하거나 그럴 정도는 아니었고, 이마에서 송글 송글 땀이 맺혔다,
실제 아픔보다는 아플까봐 더 무서웠던 것 같다. 온몸에 힘을 주며 머리를 베게에 묻고 발가락을 오무리며 통증을 참아내었고 괜찮았다가 아팠다가가 조금씩 반복되었다. 제발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며 견뎠다.
다행이 검사가 끝났다고 했고 교수님이 떠나갔다. 느낌상으로는 5분정도 되었을까, 아니면 더 되었을까 모르겠다. 마음같아서는 퐈타가 수술하는 관우처럼 의연하게 받고 싶었지만 나는 관우가 아니니 의연할 필요는 없었지... 그래도 너무 아프다고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다.
후기에서 봤을때는 침대로 가서 지혈을 위해 모래주머니를 검사부위에 대고 2시간동안 꼼작않고 누워있는데 더 힘들었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모래주머니 대신 비급여로 15,000원하는 지혈대를 허리띠처럼 배에 묵고는 침대로 갔다.
아내가 혼자 기다리면서 울었는지 눈이 빨개져 있었다. 나는 걱정하지 말라며 괜찮았다고 허세를 부렸다. 아내가 겁이 많으니 나라도 의연해야 아내가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받고 나니 걱정했던 것에 비해서는 받을 만 했다. 하지만 다시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골수검사는 두 번을 더 하게 되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길 바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