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검사를 받고 병실로 와서 지혈을 위해 두 시간을 꼼짝않고 누워 있어야 한다. 골수검사를 마친 부위는 왼쪽 허리쪽으로 뻐근한 느낌이 계속해서 남아 있었다. 지혈을 위해 가만히 있는 두 시간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나는 원래 동적인 것보다 정적인 것을 더 좋아한다. 고등학교때 헤비메탈에 한창 빠져있을때는 음악감상실에 가서 최소 6시간정도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 음악을 들을 정도였다. 만화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만화방이나 만화카페에 가서는 중간에 라면을 시켜 먹으면서 하루 종일도 있을 수 있었다.
오죽하면 나중에 아내가 나한테 환자가 적성에 딱 맞는다고 했을까.... 아뭏든 골수검사를 마쳤고 자리에 누워 여기까지의 여정을 생각해봤다.
처음 몸에 이상이 왔던 건 올해 (25년) 초였다. 작년 10월에는 국가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그때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리고 12월에는 아이들과 3박4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여행 가서 하루에 2만보씩 걸어다녀도 괜찮았다.
그런데 1월초에 감기증상이 왔다. 다른 이상은 없었고 항상 겪어왔던 감기 증상과 같았다. 기침이 나고 콧물이 나고 몸이 피곤하고 기운이 없었다. 좀 있으면 좋아지겠지 하며 있었는데 1주일이 지나도 증상이 그대로였고 계속해서 피곤하고 기운이 없었다. 그냥 누워만 있고 싶었고 아무 일에도 의욕이 없었다.
보통때 같았으면 길어봤자 1주일이면 증상이 없어졌는데 도대체 증상이 없어지지 않았다. 입맛도 하나도 없어서 그런지 살이 빠졌다. 성인이 된 이후로 한번도 빠진 적이 없던 살이 처음으로 빠졌다. 처음에는 2kg 정도 빠졌길래 그렇지 않아도 아랫배도 많이 나오고 살을 조금은 빼고 싶었던 터라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그런데 점점 살이 빠지더니 5kg 정도가 빠졌다. 그때쯤 둘째인 아들의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는데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고 몸살 걸렸을때와 비슷했다. 감기몸살을 걸렸을때처럼 열도 조금 나고 컨디션이 아주 엉망이었다. 슬슬 몸이 어딘가 이상 있었나 걱정이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암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내 증세가 인터넷에 검색했을때는 폐렴이 가장 의심되었다. 그렇게 거의 한 달이 똑같이 유지되었나 보다. 그러던중 설이 다가왔고 그때까지만 해도 꼐속 감기약만 먹으며 버텼다. 입맛이 계속 없어서 저녁에는 밥을 거의 먹는둥 마는둥 했고 갈아만든 배와 같은 시원하고 잘 넘어가는 음료수같은것 만 땡겼다. 이당시에 마시려고 갈아만든배를 잔뜩 샀었다.
몸은 여전이 안 좋았지만 설연휴는 평상시처럼 지냈다. 본가에 들렀다가 처가인 무주로 내려갔다. 평상시처럼 처가 식구들이 모여 고기를 구어먹고 술을 마시고 했는데 이때부터 왼쪽 옆구리가 아팠다. 생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왜 옆구리가 아프지?' 하며 이리 저리 뒤척이며 잠도 자는둥 마는둥 했고 이제야말로 조금 큰 병원에 가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검색해보니 요로결석, 췌장염등 무서운 이름들이 나왔다.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설날때 처가식구들 모였을때 내 안색이 너무 안좋았다고 처남이 얘기하더라.
연휴가 끝난뒤 하루 연차를 내고 가까운 가장 큰 병원으로 갔다. 대학병원은 아니지만 근처에서는 가장 큰 병원이었다. 내 증상으로는 폐렴이 가장 의심되었기에 호흡기내과로 접수를 했다. 의사에게 증상을 얘기했다 CT를 찍어보자고 했고, 난생 처음으로 CT를 찍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CT 결과를 기다렸고 결과가 나와 의사실로 들어갔다. 의사가 CT 결과를 보더니 폐는 깨끗하다고 한다. 속으로 다행이다 생각하며 여태껏 호들갑을 떨었던 거구나 생각하는데 의사가 비장이 너무 커져 있다고 한다.
'비장? 비장이 어디 있는 장기더라' 비장이 우리 몸에 있는 장기인줄은 알겠는데 갑자기 비장이 왜 커져있지? 라고 생각하며 의사말을 들었다. CT 를 봤을때 비장이 너무 커져 있으니 소화기내과로 가보라고 한다. 비장이 커져서 옆구리가 아팠던 거라고 하면서.
그리고 다시 소화기내과로 갔더니 피검사를 하자고 한다. 이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소화기내과에 갔더니 의사가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 의심된다는 얘기를 듣고 대학병원으로 와서 골수검사를 하게 됐다.
이 모든게 두 달이 채 안되었던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지금도 이상하게 생각하는건 작년 10월에 건강검진할때만 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불과 두 세달만에 암이라니, 그것도 일하는 곳이나 지내는 곳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혈액암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이제는 골수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했는데, 병명이 또다시 바뀌고 만다.
처음엔 만성 골수성 백혈병, 그 다음엔 만성 림프구상 백혈병, 그리고 결국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