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화나게 했는가.

EP. 엄마는 다 계획이 있단다.

by 국콩



EP. 엄마는 다 계획이 있단다.


나(서이맘)는

오직 자녀 교육에

내 정성과 에너지를 다 쏟는 워킹맘이다.

부모가 학벌 좋은 금이네도,

돈이 많은 할아버지가 있는 은이네도,

몸매 좋은 동이네도

입을 모아 서이를 칭찬한다.

나는 그런 서이 보는 맛에 산다.



아직 초등 4학년이긴 하지만

똑똑하고 야무지며

학교 임원을 하는 모범생 서이 덕에,

이 동네 엄마들은

모두가 나를 부러워한다.

물론, 그건 내 생각이지만

이 동네에서 교육에 관한 모든 상의는

나에게로 통하니

뭐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바쁜 아침,

내 입에는 사과 한쪽이 전부여도

서이에게는 견과류, 비타민, 유산균

꼭 꼭 넣은 아침식사를 차려준다.


서이를 위해,

내 아이라인은 포기해도,

영어 음성을 틀어놓는 것은 포기할 수 없다.

출근길,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


‘어떻게 회사까지 사랑하겠어,

월급을 사랑하는 거지’

.

.


월급 받는 딱 그만큼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나는 퇴근하면서

집으로 다시 출근한다.


전업맘들처럼 낮에 서이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없기에,

나는 퇴근 후가 더 바쁘다.

한숨 돌릴 틈 없이

생존 집안일과 저녁을 후다닥 해치운다.

나의 하루는 25시간이다.

서이의 학원 숙제를 봐줄 때면,

나도 옆에서 함께 책을 보며

면학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맘까페, 교육서적을 뒤져가며

교육트렌드에 맞는

온갖 정보를 수집하고 메모한다.

동네 엄마들과 깨톡하며

연결고리를 이어가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강남까지는 아니어도,

부동산 까페를 뒤져가며,

학군 좋은 이 곳에 이사 온 이유도

다 서이 때문이다.


고등학교 동창들이

신도시, 새 아파트에 입주했다고

인스타에 자랑질을 해도,

나는 오로지 서이의 교육만을 위해

학원가 즐비한 이곳에 터를 잡았다.

서이 너는 엄마가 닦아 놓은 꽃길만 걷다가

00중, 00고, 00대에 입학해서,

고소득 전문직 여성으로


자유롭게!!


멋지게!!!


사는거야!!!!


“엄마는 다 계획이 있단다.”

“서이, 너는 그냥 따라오기만 하면 돼.”

.

.

.

하지만

서이가 4학년이 되면서

사춘기가 시작된걸까??..

처음으로 말대꾸를 하기 시작했다.

방에서 혼자 걸그룹 댄스 영상을 보거나,

띡톡에 춤추는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친구와의 깨톡 내용을 지웠다가 들킨일도 있었다.

“엄마가 딴 거 바라니???”

“공부만 하면 되잖아. 공부만!!”

“다 너 잘되라고 그런거지!!”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고,

잠든 아이 앞에서

멍하니,


미안함이 밀려온다.


생각해보니,

나도 모르게 쏟아낸 말들은,

20여년 전

내가 우리 엄마에게 들었던 말과 비슷했다.

희미한 기억 속에서도

내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은 말들.


우리 엄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취업이 잘되는 대학에 가라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한번도 묻지 않았다.

단지,

너 잘되라고 그런거라면서...

.

.

.

.

그런데

지금

잘하고 있는건가?

.

.

.

네가 처음 했던 말들..

(엄마, 맘마, 무-물)

네가 한글을 배우고

처음 썼던 글씨,

네 울음을

뚝 그치게 하는 노래,

네가 자기 전에

늘 찾는 동화책..





네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고,


네가 자라는 모습을 기록하고,


너의 시선,


너의 발걸음,


너의 말과 행동들이


다 나의 관심이자,

기쁨이었는데...

지금 나는

서이 네가 좋아하는 가수,

네가 잘 따라부르는 노래,,

네가 좋아하는 친구가 누군지, 잘 모르겠어.

네가 언제 가장 크게 웃는지,

최근에 울었던 적은 없는지,,

관심이 별로 없었어.

네가 가야하는 학교와 학원,

네가 풀어야 할 문제집,

지금 너의 모습보다

미래에만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닐까?

너도 나처럼 엄마가 됐을 때,

나를 원망하는 건 아닐까?


나는

서이 네가 커서

매일 매일 전화하고 싶은

그런 엄마가 되고 싶을 뿐인데...

오늘 하루도


11살 그 모습으로,


잘 자라고 있는 너에게


나는 왜 화를 내고 있는가,

누가 나를 화나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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