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타비, 조지아(Rustavi, Georgia)

조지아 2

by 이아진

멀고도 낯선 나라 조지아의 작은 공항은 흔히 발전하지 못한 나라들이 그렇듯 작고 아무것도 없는 그런 곳이었다. 휘황 찬란한 인천공항에 익숙해 있고 방금 이스탄불 공항의 규모에 놀라고 온 나 같은 사람에겐 적어도 그렇게 느껴졌다. 그렇게 자정이 훌쩍 넘어버린 시간, 밤을 타고 루스타비라는 도시를 찾아 들어 갔다. 수도 트빌리시에서 약 30km쯤 떨어진 경기도 격인 루스타비는 여행으로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탓인지 환경 좋은 숙소를 찾기 어려웠다. 참 여러 날을 토가 나올 지경으로 인터넷을 뒤졌지만 맘에 드는 곳을 찾을 수는 없었다. 아쉬운데로 주인이 옆집에 살고 있어 제법 안전하다 여겨지는 숙소를 예약했는데 실제로 찾아가 만난 그 곳은 예상한 것 보다 더 낙후하여 나를 놀라게 했다. 집 주인인 마음씨 좋은 노부부의 배려로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각 체크인을 했다. 약 2주간 머물 숙소를 잠시 돌아 보니 참 촌스러웠지만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긴 여정이 피곤했지만 낯선 환경에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한 탓에 동이 트는 것을 보고 뒤척이던 몸을 일으켰다. 동네를 한번 돌아볼까 싶어 슬리퍼를 직직 끌며 집을 나섰다 지난 밤 어둠에는 보이지 않던 깨져서 드러 난 아파트 벽의 벽돌들과 집집마다 밖에 내어 걸은 빨래들, 주인 없는 개들과 내 숙소로 올라오는 3층까지의 계단에는 내 생애 단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남루함이 묻어 있었다. 그것이 내게는 아주 생소한 풍경이라 그랬을까 그 곳에서 왠지 사람 사는 냄새는 더 짙게 풍겨 나오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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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아침 산책을 마치고 들어와 팔 휘두를 틈도 없이 미니어처 같은 작은 욕조안에 들어가 겨우 샤워를 마쳤다. 초록색 굵은 실로 매어 놓은 작은 열쇠를 돌려 문을 잠그고 집을 나선 나는 Macti라고 하는 제일 규모가 큰 인터넷 회사의 대리점을 찾아가 무제한 데이터가 제공되는 한달짜리 유심을 샀다. 그리고 생에 처음으로 버스 카드라는 것도 샀다. 낯선 곳에서 맞이한 그 해 봄, 근 삼십 몇년만에 나는 버스라는 걸 타 보았다. 어떤 날은 몇 정거장이고 마냥 걸었지만 어떤 날은 짧은 한 정거장에도 버스를 탔다. 버스비는 아끼지 않아도 좋을 만큼 쌌기-약 50센트- 때문에 그런 날은 바람이 불어서 라거나 쌀쌀하다는, 혹은 날이 살짝 덥다 던가 하는 충분히 극복될 만한 상황을 핑계라고 가져다 붙이곤 했다. 긴 세월 차가 발 이려니 하고 살아온 탓에 오래 걷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처음엔 그것이 너무 고단하고 처량하게 느껴졌지만 5주가 지나고 돌아올 때쯤 되었을 때 나는 1시간도 2시간도 거뜬히 걸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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