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연인이 아닌 남, 여가 같은 지붕 아래 동거하는 모습이 흔하지 않다.
나 또한 상상조차 해본적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 오고, 집을 구하려고 하자마자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내가 이탈리아에 도착한 후 첫번째로 살게 된 집이 왜 원룸이 아니었는지와, 남자 하우스메이트와의 기가막힌 동거를 이야기 해보려한다.
왜 학생이 원룸에 사는 게 흔하지 않을까?
1. 원룸은 비싸다. (이탈리아 중소도시임에도 한달 100만원 이상)
2. 원룸은 유럽인들이 중요히 생각하는 발코니, 거실, 부엌 등의 공용공간이 분리되어있지 않기도 하다.
집구하기가 끔찍하게 힘든 학생 도시, 파도바 (Padova)로 유학을 오게된 나는 호텔에 2주간 거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집을 구할 수 있는 방법엔 정말 여러가지가 있었다. (집 구하는 여러 방법에 대해서도 다른 에피소드로 소개해보겠다.)
그중 한 방법인 페이스북에 매물로 나온건, 거의 더블룸(다른 룸메이트와 같은 방에 살아야한다.), 학교와의 거리가 매우 먼 곳, 남자 하우스메이트가 있는곳, 한 집에 화장실은 2개인데 5명~~8명이 사는 집, 혹은 매우 비싼곳 이었다.
그리고 이탈리아 의대 시험 결과가 늦게 발표된 시점이었기에 나는 학기 도중에 합류하게 되었고, 집을 구하기엔 시기가 애매했다. 보통 한국에서도 학기 도중에 집을 구하는건.. 그리 쉬울 거 같진 않다. 파도바의 모든 부동산이 내가 발을 들이자마자 나를 빠꾸 먹였다. 심지어는 약속을 안잡고 왔다며 문전박대한 부동산도 있었다. 페이스북의 마음에 들지도 않는 매물들 조차도 그 수가 매우 부족해 집을 구하기 쉽지않은 상황이었다.
심지어는, 내가 메신저로 연락해봐도 답장조차 하나 오지 않았다. (이 시점에선 왜 답장이 오지 않는가! 에 대해 고민이 컸는데, 추후 class mate A를 통해 패착 요인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class mate인 A가 자기 옆방에 자리가 난다는 것이었다!
학교 (즉 병원)과 거리가 멀었지만, 지금 당장 집을 못구하면 호텔에 살면서 월 200을 낭비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장 viewing 약속을 잡았다.
방문한 결과, 왠걸? 전체적인 공용공간이 엄청 넓을 뿐만 아니라 방 자체도 더블 침대를 혼자 쓸 수 있는, 심지어 방에 소파까지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넓은 방이었던 것이다.
나는 방을 보자마자 눈이 돌아버렸고 제발 여기 살게 해달라고 A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복병은 총 3 명이 살 수 있는 집에 현재 거주중인 사람이 반 친구 A와 이탈리아 남학생이었던 것이다. 이를 알게 된 후, 성별이 마음에 걸렸으나, 당장 200 + 만원 기회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 크게 개의치 않게 되었다.
그리고 하우스메이트 면접을 두차례정도 가진 후에 마침내! 이 via v####,5 에 살게 된 것이었다.
처음의 감사함과는 다르게, 이후 나는 이 집에 살게 된 것을 끔찍히 후회하게 된다..
우선 이탈리아 남자 대학생 하우스 메이트에 대한 배경 지식을 몇가지 적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 바이섹슈얼이다. (유럽은 이런걸 숨기거나 하는 분위기가 절대 아니다.)
-젠더 플루이드 여성과 사귀고 있다. (본인이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요리 방식에 매우 예민하다. (그냥 몇일 살아보면 안다.. 그리고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인 앞에서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크림파스타로 생각해서 말하면 큰일 날 수 있다는 게 농담이 아니었다는 걸 그와 살며 깨달았다.)
이정도로 정리하도록 하겠다. 아무리 LGBTQ 문화가 보편화 돼 서로 쉬쉬하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해도, 예민한 문제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가 하우스메이트 면접 때 자신의 성향을 밝혔을 때 내가 " It is not a problem for me. I can understand" 라고 했더니 자기가 그렇게 태어났으므로 내가 이해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거의 화를 내서 당황했다. 별로 곤란할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어찌됐든 기분이 상했다니, 내가 LGBTQ 감수성이 부족했다고, 예민한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끼자고 결론 짓고 넘어가기로 했다.
앞서 말했듯, 반 친구 A가 옆방에 자리 났다고 했으므로 나는 A와도 같이 살고 있었다.
그는 싱가폴 출신으로, 이탈리아 의대에 들어오기 전에도 싱가폴 대학교 과정 2개를 졸업해 이미 dual degree를 갖춘 매우 총명한, 아시아 여성이다. (재학중인 이탈리아 의대 과정이 석사 과정이 포함되어있으므로, 그는 이를 졸업하면 학사 학위 3개 석사 학위 1개를 보유하게 된다..)
할아버지가 중국 태생으로, 이민 와 싱가폴로 정착하셨기 때문에 중국계 싱가폴인이다.
이러한 배경을 자세하게 설명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아시아인이기에, 같이 사는 하우스 메이트, 이탈리아인 남자에게 인종차별을 당했기 때문이다.
처음 집에 이사온 이후, 나는 집에 있을 때는 클래스 메이트 A와 함께 밥을 먹기 시작했다.
문제가 되었던 그날은, via v###에 이사한지 7~8일차에 해당하던 날, 요리에 자신이 없는 내가 반찬으로 토마토, 버섯 볶음을 했던 날이었다. 재료는 토마토, 버섯, 올리브유 이게 전부였다.
우리가 거실의 큰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으려던 시점에,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이탈리아 남자 하우스 메이트 E는 들어오자마자 표정이 급격히 안좋아졌다.
그가 들어오자마자 시작한 잔소리는 다음과 같다. 요리를 할 때는 제발 환기좀 시키라는 것, 그리고 부엌 문을 닫고 요리함으로써 거실이나 복도로 냄새가 퍼지지 않게 하라는 것이었다.
또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이 요리한 냄새를 맡으면 마치 내가 아시아 레스토랑에 온 거 같다."
라고. 마치 아시아 레스토랑을 비하하는 듯한 그의 태도에 꽤나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당시 그의 표정을 묘사하자면 마치 구린 냄새를 맡은 거 같다는 듯 찡그리고 있었다.
게다가 나는 아시아 음식이라고 할만한 재료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이건 명백한 인종 차별이었다.
이같은 인종 차별은 1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와 함께 살면서 생긴 갈등상황은 이 인종차별 사건 하나가 아니라 꽤나 여러가지가 있는데..
문제편과 해결편은 다음 에피소드에서 이어가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