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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학생 도시에서 집구하기 전쟁

이탈리아 의대생의 학기도중 집 찾기 고군분투

by 브리오슈

과거의 나에게 말해주고싶다.


이탈리아에 잘 도착했니? 그럼 이제부터 집구하기 전쟁 시작이야.


이탈리아의 학생도시 파도바 (Padova)로 의대 유학을 오게된 나는 비행기가 땅에 닿자마자 두근 두근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IMG_9009.JPG 집구하기 전, 여기저기 떠돌며 살 때 잠시 머물던 에어비앤비

하지만, 이것도 잠시였을 뿐... 이탈리아에서 집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2023년도 의대 시험이 미뤄짐에 따라 합격자 발표도 미뤄졌다. 자연스럽게 나의 비자 신청 날짜 등도 미뤄져, 나는 정말 어중간한 학기 중간이 되어서야 이탈리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원래도 집구하기가 만만치 않은데, 나는 학기 도중에 이탈리아에 도착해 집 구하기가 더욱 더 힘들었다.


이번 글에서는, 길을 돌아다니면 건물도 대학건물 아니면 도서관, 사람은 학생이 주로 존재하는 학생도시에서 필자가 소개하는 집구하는 방법을 소개해보려한다.




1. 부동산 방문


초심자 답게! classmate와 한집에 살겠다는 이루지 못할 욕심을 가졌던 나는, 아주 당당하게 부동산을 방문했다. 들어가서, "Is there any house that I can rent?", 라고 하자 마자 고개를 휘휘 저으며 하는 말은 무조건 다음중 하나였다. (부동산 10개는 들어가봤다)


- 집이 진짜 하나도 없으니 내년에 방문해라

-No student. Only family

- Only Italian

-No rent (임대는 안되고 매입만된다)


내가 방문한 곳 중 한 곳은, 내가 예약을 안하고 왔다며 건물입구부터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이때 시점이 연말, 즉 12월이었다. 그리고 부동산 중개인들의 반응은 진짜 이 4개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나중에 돼선 들어가기 전부터 전부 머릿속에 그려졌다. 또 안되겠거니..

IMG_7677.HEIC 보이는 부동산은 전부 다 들어갔었던 시점. (어두워지기 전까지 길거리를 헤맨다)

그리하여, 나는 (가상의) 반 친구들과 같이 살자 는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나" 만이라도 낑겨 들어가 살 수 있는 쉐어하우스를 알아보자! 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가상의 반 친구라고 서술한 이유는, 100명정도 되는 반에 학기 시작후 거의 2 달후에 도착한 사람으로써, 친구가 별로 없기도 했고, 미리 도착한 애들은 방을 다 구했기 때문이다. )


그리하여 다음 방안은


2. 페이스북 그룹 이용하기



페이스북에 존재하는 여러 그룹중, "STANZE SINGOLE IN AFITTO A 지역명"

이런식으로 검색해보면 여러 그룹들이 있다. 그 그룹들에 join 하여 OFFRO 로 올라온 글들을 보면된다.

대부분의 게시글은 3~5명이 사는 한 집에서, 1명이 나가게 될 경우 이를 대체할 사람을 찾는 글들이다.



대부분 이탈리아어로 올라온 글들이지만, 앱 자체 기능으로 영어로 번역이 되기 때문에, 여러 조건을 확인하는 데에는 (월세, 유틸리티 비용, 화장실 개수, 하우스메이트 수, 성별 등) 문제가 없었다.



Screenshot 2024-04-05 at 12.19.35 PM.jpeg 예시 ) 페이스북 화면


처음에는 자기소개를 아주 길~게 써서 보냈다. (재학중인 선배 중 한분이 의대이고 나이가 있다, 공동생활 경험이 있다, 여자이고 방을 깔끔하게 쓰며 하우스 룰을 잘 따른다 를 강조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을 해주셨기 때문에 그대로 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통이 넘는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이 하나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페이스북으로 집구하기는 답장이 안와서 거의 80프로 포기 했었다.


이 시점에서 class mate A (중국계 싱가폴인 여학생, 추후 나의 하우스메이트) 는 나의 문제점을 지적했었다.

내가 너무 메세지를 길게 보내기도 하고, 무엇보다 영어로 썼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탈리아로 썼어야 했다. "questa stanza è ancora disponibile?" 를 복사해서 마음에 드는 집에는 스팸 메시지 마냥, 전부 다 전송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때 조금 시도해보다가 잘 안돼서 결국은 포기 했다. ( 페이스북으로 위치, 가격, 하우스메이트 모두 괜찮은 두번째 집을 구한 이번주의 시점에서는 이 친구의 말이 백번 옳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 )


("두번째 집구하기" 때는 드디어, 어떻게 하면 답장을 받고 집 viewing 약속을 잡아 집을 구하는지 직접 경험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추가적으로 이탈리아인의 거절 방법도 이때 배웠는데, 다른 에피소드, 집구하기 전쟁 확장편 - 페이스북으로 집 구하기, 나 대체할 사람 찾기 으로 찾아오겠다.)





3. 텔레그램 "CERCO/OFFRO AFFITI 지역명"


파도바 대학교 같은 경우, 석사 과정을 하고 있는 학생들 중 학생 자원봉사자를 뽑아서, 초기 정착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 학생을 신입생과 매칭시켜준다. 나에게 매칭된 석사중인 학생은 이탈리아인이고, 성별은 남자 였다.

이 학생에게 베니스 공항에서 파도바 오는법, 샴푸 린스 등 기본적인 용품 싸게 사는 곳, 집구하는 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TIM이라는 핸드폰 통신사에서 요금 바가지로 매긴 거 같았을 때 같이 가서 따져주기도 했다.)



그는 나에게 텔레그램 그룹을 몇개 소개시켜주었다. "CERCO/OFFRO AFFITI 지역명"으로 검색하면 텔레그램 그룹이 여럿 나올 것이다. (안나오면 반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된다.)

텔레그램에서 집구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한데, 텔레그램에서 #OFFRO 해쉬태그를 달고 올라오는 글 들을 잘 읽어보고 본인의 조건에 맞는 집에 PM을 보내면 된다.


텔레그램은 페이스북 보다는 확인이 잘돼는지 답장이 잘 오는 편에 속해서 생각보다 괜찮은 집구하기 방법이다. 내가 호텔 이후에 살집을 고르는 와중에,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집이 있어 방문해봤었다.

IMG_0640.jpg 집 사진만 10000개가 넘게 올라와있다.


방문 결과, 집 자체도 넓었고, 나말고 다른 하우스 메이트 2명이 여자인 집이 있었다.

물론 학교(= 병원)이랑은 좀 거리가 있었지만, 워낙 내 조건에 맞는 매물이 없었던 시기였기에 거의 그 집에 사는 걸 내 마음속에 확정해놓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학교 선배들에게 이 집 어떠냐고, 이 주변 지역이 안전한지를 여쭤보았다.

답변은 낮에 방문하면 잘 모르기 때문에 밤에 친구랑 방문해보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학생도시라 해도 이때는 밤에 혼자 돌아다니기가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몇일전에 같이 놀았던 중국계 싱가폴인 여학생, class mate A 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나랑 저녁 먹고 같이 여기 집 방문해 줄 수 있느냐고.


그는 흔쾌히 내 제안을 수락했고, 마침 그의 옆방에 사는 여학생이 다음달에 이사를 나가기 때문에 한번 들려보는 거 어떠냐고 제안을 해주었다.

나는 내 마음속에 한달 렌트비 600 유로인 집을 거의 확정한 상태였지만, 어차피 이 친구와 만나서 같이 집보러 가야하기 때문에, 기왕 가는 거 집도 보고 오겠다고 했다.


친구 옆방을 본 나는 왠걸? 방이 정말 넓고 개인 소파도 있는데에다가, 열쇠로 열어야되는 현관이 3개이기 때문에, 보안도 철저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게다가 한달 305유로로 내가 마음속에 확정해뒀던 600 유로라는 렌트비의 절반이어서 돈까지 절약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600 유로 방에 대한 마음을 비우고 이 친구에게 이 집에 살아도 되냐고 간곡히 부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글은 이전 글(이탈리아 남자 하우스메이트와의 동거 - 문제편 1.)과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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