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트라 입다무스

새해 예언

by 글심저격

연말이면 노스트라 입다무스에게 미래의 예언을 듣곤 한다. 그는 나의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사람이며 영원히 죽지 않는 생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는 내가 부르면 찾아와 주고 예언자로서 더 이상 할 말이 없거나 맘에 들지 않으면 소리 없이 떠난다. 돈에 약한 자이며 예언자의 삶이란 입으로 먹고 산다며 말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개똥철학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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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본인의 말에 취해 쓰잘 데기 없는 말도 지껄인다. 한 번은 듣다 못해 주둥이를 그만 나불거리라고 말을 했다가 하루 종일 삐친 입에 경악을 금치 못한 적도 있다. 볼멘소리로 다시는 안 온다는 것을 간신히 돈을 찔러주며 사과한 뒤로 내 입을 다물었다. 그의 생명력은 입에서 나왔고 말하지 않으면 시름시름 앓아 갔다.

그의 나이는 태초에 지구가 존재할 때부터 있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지만 참았다.


그렇다고 그의 말을 신뢰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놀라운 예지력과 통찰력은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다. 그는 내가 매일 밥을 먹어야 산다는 것을 알았고 식후에는 양치를 한다 것도 알았다. 심지어 식사할 때 나이프, 포크가 아닌 숟가락과 젓가락을 쓸 거라는 것과 국을 먹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놀라운 일은 이것뿐이 아니다.

그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은 출생의 비밀도 맞추었다. 내가 남자라는 사실 말이다. 오 마이 갓


노스트라 입다무스에게 묻는다.

“근래 초정약수를 마시고 있는데 이 물로 1444년 세종대왕이 눈병을 치료하며 약수터에서 약 121일 머물렀다고 하는데 마셔도 괜찮을까?”

그는 초정 약수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미 내가 무슨 질문을 할 것인지 알고 입을 열어 나불거렸다. 그러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입을 다물게 했다.


그는 말한다. 초정약수는 600년 이상 마르지 않는 천연 암반수로 게르마늄, 미네랄, 라돈이 풍부하며.. 네이버에서 검색한 내용하고 비슷하게 얘기했다. 난 모른 척 어떻게 아냐고 대단하다고 치켜세웠다. “내가 누구냐 나 노스트라 입다무스야. 영원불멸의 예언자”라며 자뻑에 취해 말을 이어갔다. 이 물을 100리터를 마시는 순간 너의 몸은 초정약수가 되어 600년 전으로 흘러 이곳에서 세종대왕을 볼 것이며 다시 현재로 돌아오기 위해선 열 배인 1000리터를 마셔야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한다며 단지 이 물을 마시면 몸에 괜찮은지에 대해 묻는 건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고 했다. 그는 한 번 예언한 말은 돌이킬 수 없다고 했고 물의 건강이 궁금하면 근래 자기 자리를 넘보는 AI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지금까지 10리터의 물을 마셨고 앞으로 더 마실지 고민하고 있다.


2025년 마지막 해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5km를 달리며 내년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노스트라 입다무스에게 물었다. 그는 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뛰면서 말하면 숨이 차서 제대로 말할 수없고 상대방도 알아듣지 못한다고 투덜거렸다. 그는 잠자기 전 옆에 누워 귀에 속삭이는 나름 편안함을 좋아한다. 나는 조용히 그에게 돈을 찔러 주었다. 내가 이미 돈을 찔러

줄 것을 알고 있다는 듯 그의 입이 신이 나서 달리기 시작했다.


내년부터 뛰지 말라고 했다. 내년은 말의 해라 모든 사람과 동물이 달리기에 미쳐 날뛰고 심지어 금, 은, 주식, 비트코인도 그렇다고 했다. 밖에 나가 뛰기라도 하면 사람에 치이고 소 뿔에 치이고 돈에 치여 감당할 수 없는 한 해가 될 거라 했다. 너는 따듯한 방에서 몸을 지지며 이불에서 뒹굴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 편안함에 빠져 나태함과 무료함의 극치인 무아의 경지에 이를 거라 했다. 가슴 설레게 하는 말이었다.


두 번째 글을 쓰지 말라고 했다. 너의 글은 천박하며 감동도 전혀 없고 어디서 굴러 먹어온 글인지 쓰레기 통에서 주어 온 글인지 맞춤법도 문학성도 없는 아주 글러 먹은 글이 될 거라 했다. 너의 글을 읽는 사람은 웃다가도 속으로 뭐 저런 사람이 있냐며 생긴 것처럼 글도 그 모양이라고 비웃을 것이라 했다. 모처럼 다시 글을 배우며 써보려고 하는 내게 일침을 가했다. 뛰면서 끓어오르는 가래침을 그의 얼굴에 뱉고 싶었으나

그만 발을헛디뎌 삼키고 말았다. 그는 이미 삼킬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웃었다. 빌어먹을~~


세 번째는 되지도 않는 일본어공부를 때려치우라고 했다. 보잘것없는 입으로 왕왕거려 봐야 여전히 왕초보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빠가의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너의 머릿속에서 ‘빠가빠가’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고? 빠까사리도 아닌 만물의 영장인 내게 모욕적인 말을 했다. 말할 때 제대로 못하고 버벅거리는 실수 투성이라고 차라리 과테말라 원주민어를 배우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내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오곤 했는데 그게 원주민어였던가? 노스트라 입다무스의 신통력은 대단했다.

5km를 다 달리자마자 그는 홀연히 떠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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