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을 기술(記述)

금요일의 행복을 담은

by 김승규

행복한 금요일이다. 연가를 썼기 때문에, 더욱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던 하루다. 더군다나 행복의 이유가 연가뿐이 아니다. 여럿 행복한 일을 보냈고, 이를 기록하지 않고 넘어가기엔 아쉬울 정도다. 때문에 쓰는 글이다.

어젯밤, 다음 날 출근을 안 하므로 늦잠을 기약하며 잠에 들었다. 늦잠을 약속하며 갖는 잠자리만큼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나의 행복은 어제의 밤부터 시작된 것이다.

잠에서 깬 시각은 아침 7시 20분이었다. 나는 한평생 저녁형 인간이라 생각했다. 요새 그 생각이 깨져간다. 쉬는 날에도 자연스레 일찍 눈이 떠진다. 오늘도 그랬다. 그럼에도 늦잠을 기약했으니 억지로라도 눈을 다시 감았다. 눈떠보니 9시였다. 이것도 늦잠이라 쳐야 할까? 최대한의 타협이다.

공부하는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아침만큼 머리가 개운할 때가 없다는 걸 말이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10시였을까? 사람이 꽤나 많았다. 참으로 놀라웠다. 평일 아침인데 말이다. 세상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그들과 함께 할 때에만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 나는 그들과 함께 공부했다.

요새 책이 잘 안 읽혀서 고생했다. 나는 정말로 약한 집중력을 타고났다. 소리에 민감한 나머지, 약간의 소음이라도 들리는 자리에선 집중을 전혀 못 한다. 때문에 헤드폰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독서의 능률이 크게 떨어진다. 평소엔 근무지에서 책을 읽는다. 그곳에선 헤드폰을 쓸 수 없으므로 나에겐 독서하기 참으로 괴로운 환경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요새 책이 안 읽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오늘은 원 없이 책을 읽어 나갔다. 평소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들도 술술 읽혔다. 평소엔 철학책을 하루에 20p 정도 읽는다. 이것마저 잘 이해하지 못한 채로 넘어간 것이다. 오늘은 50p나 읽었다. 많은 문장들을 이해한 채로 말이다. 이때 느끼는 쾌감을 어찌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이것만으로도 오늘의 행복을 전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정말로 구하고 싶던 책이 있다. 오래전에 절판됐기 때문에, 중고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다. 매물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89,000원에 올라온 것이 문제다. 책 한 권에 89,000원 .. 심지어 원가는 15,000원이다. 어찌 저 가격을 주고 구매할 수 있겠는가? 나는 계속 기다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매물을 확인했다. 50,000에 올라온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은 기회였다. 고민도 안 하고 구매했다. 아니지, 사실 바로 구매하지는 않았다. 여럿 고민을 했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올라오긴 했다. 그러나 여전히 비싼 금액이다. 좀 더 기다리다 보면 더욱 저렴한 가격에 올라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때를 기다린다면, 나는 보다 높은 만족도로 그 책을 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드는데 어찌 바로 구매 버튼을 누를 수 있겠는가?

참으로 나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이것을 자각했다. 이미 많은 욕심을 부렸고, 더 이상의 욕심은 화를 부를 것만 같았다. 때문에 50,000원이란 가격에 구매를 했다. 왠지 씁쓸한 맛이 돌았다. 나의 욕심을 극복했다는 위안으로 이를 넘어가야만 한다.

교보문고를 향했다. 서점만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이 느낌이 참으로 좋다. 사고 싶던 책도 있었다. 천천히 둘러보면서 책을 골랐다.

“인간 실격”을 좋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때문에 “다자이 오사무”의 책을 여럿 구매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한 권만 읽고 지나치는 것은 실례를 범하는 느낌이다. 작가는 본인의 철학을 여러 권에 걸쳐 적어냈을 것이다. 독자라면,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독자라면, 그것을 읽어내야만 한다 생각한다. 때문에 그의 책을 여럿 구매했다.

책장에 아직 읽히지 않은 책이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새로운 책이 여럿 추가됐다. 이것을 언제 다 읽을까 .. 물론 행복한 걱정이다. 이번 연도에 읽을 책들을 다 구해둔 상태다. 이젠 읽는 일만이 남았다. 실컷 읽을 생각에 행복한 감정이 들뿐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이 내린다. 우리는 그것을 맞아야만 한다. 그것이 아니고서야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눈 맞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는 걸 알았다. 오히려 눈 맞는 걸 좋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을 정도다. 이는 슬픈 일이다. 행복한 순간을, 행복한 감정을 공유할 수 없는 것은 정말이지 아쉽다. 눈은 금방 그쳤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집을 향했다.

청소하는 것은 정말이지 싫다. 그러나 더러운 것 역시 싫다. 때문에 평소엔 눈에 보이는 것들만을 요령껏 치운다. 오늘은 왠지 그 외의 것들에 손을 대고 싶었다. 그동안 미뤄왔던 영역을 청소했다.

서랍에 박아놨던 잡다한 것들을 전부 버렸다. 더 이상 읽지 않을 책들 역시 던져버렸다. 언젠간 쓸 것 같다는 생각은 버려야만 한다. 그것들은 전부 쓰레기가 되어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때문에 정말 많은 것들을 버려야만 했다. 속이 시원하다. 그럼에도 역시 청소는 괴롭다.

일찍이 팔아야 했던 핸드폰을 이제서야 중고로 올렸다. 핸드폰을 바꾼 지 5개월 만에 말이다. 나의 게으름은 역시 대단하다. 그 사이 시세가 떨어졌는데, 이는 나의 게으름의 죗값일 것이다. 그럼에도 운이 좋게 바로 팔렸다. 급히 중고 거래를 마치고 돌아왔다. 돌아와서 글을 쓰는 중이다.

여기까지 오늘의 행복을 기술했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 있지는 않았다. 일상 속에서의 소소한 행복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말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글로 장황하게 적을 정도로 말이다. 내일은 토요일이다. 이것 역시 내 행복의 이유 하나를 설명해 줄 것이다. 아아, 행복하다. 이 행복함을 간직한 채 글을 마쳐야겠다. 다들 행복한 금요일이 되었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절에서 보낸 2026년 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