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작은 디딤과 큰 결심

by 레옹

2024년 3월의 어느 날, 남양주의 한 카페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커피를 마시고 있던 와중의 일이었다.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아들아, 네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미루지 말어. 이래서 안돼, 저래서 안돼.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

아버지의 희끗희끗한 머리가 눈에 보였다. 하얀 것은 순수함을 말하고, 검은 것은 때 묻은 것을 말한다고 했던가. 아버지의 말은 나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에스프레소에서 얇아지는 크레마에게 잠시 시선을 주고 있자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군대 수첩에 프랑스 여행이 적혀있었지 아마?'

전역한 지 6년. 때 묻은 결심이 서는 모양이다.


하고자 하니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유튜브의 시대에 사는 것은 행운과 같았다. 워킹홀리데이 준비 서류, 가서 필요한 물품, 주의해야 할 사항, 모든 정보를 유튜브에서 구할 수 있었다.

돈을 모은 후에 10월부터 여권 사진을 찍고, 여권을 만들고, 예약을 잡고 각종 서류들을 준비하면서 장장 두 달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해서 준비를 하고 면접을 준비했다. 나는 건강하고, 재정능력이 있으며, 범죄 경력이 없는 모범 시민이며, 프랑스에 갈 의지가 있다는 것. 나아가 20대의 황혼을 걸고 도전하고 싶다는 것을.


사실 나는 이 글을 쓰는 12월 28일, 프랑스어는 bonjour(안녕하세요), D'accord(좋아요), S’il vous plait(부탁해요), oui(네), non(아니요), Merci(감사해요), Au revoir(다음에 봐요) 정도뿐이 모르는 상황이다.

출국 일자는 무려 1월 15일. 20일 정도 남은 상황에서 기본적인 인사뿐이 못한다는 것은 어린아이가 홀로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아마 프랑스 꼬마들이 나보다 말을 더 잘하겠지... 하지만 어린아이의 삶은 항상 새로운 것이 가득하고 가만히 있어도 신나는 것이다. 시선을 돌리면 처음 보는 것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코로 숨 쉴 때마다 처음 느끼는 향이 폐를 채운다. 발그레한 볼이 떨리는 순간, 세상이 아이를 감싸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있는 것이다. 다시금 나는 아이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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