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약자존'이라는 말을 듣는다. 약자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단순히 듣기 좋은 말이나 사회적 약속처럼 여겨서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약자를 왜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이는 도덕적 의무를 넘어, 우리 사회의 건강과 지속 가능성에 직결되는 문제다.
약자를 보호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 존엄성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존재 자체로 존엄하며, 어떤 이유로도 존엄성을 침해받아선 안 된다. 18세기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이 보편적 도덕 법칙이 될 수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을 단순히 다른 목적의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정언 명령'을 제시했다. 약자는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거리의 노숙인은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해결하기 어려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위협받는다. 이때 사회가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그들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주는 행위다. 만약 사회가 약자의 존엄성을 외면한다면, 이는 우리 모두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것과 다름없다. 약자 보호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이러한 인간 존엄성 존중은 곧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토대가 된다. 사회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살아가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유기체와 같다. 모든 구성원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약자를 외면하고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 같은 사회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20세기 초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사회적 유대가 강한 곳일수록 소외감이 줄어들고 사회 통합이 잘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진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높은 사회적 신뢰와 낮은 범죄율을 보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약자에 대한 포괄적인 보호는 사회 구성원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우리는 함께'라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약자 보호는 서로 돕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하며, 이는 곧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높이고 안정적인 사회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우리가 약자에게 손을 내밀 때, 우리는 우리 자신과 공동체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다.
사회적 연대는 약자들의 잠재력 발휘를 돕고,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약자 보호는 단순히 동정심이 아니다. 19세기 철학자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잠재력, 즉 '인간의 본질적 역량(species-being)'이 계급적 억압으로 인해 억압받는다고 보았다. 그는 모든 개인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사회를 주장했다. 오늘날 약자들은 제대로 된 기회와 지원을 받지 못해 재능과 능력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경제적 어려움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타고난 재능을 꽃피울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한다면, 미래의 과학자, 예술가, 사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장애를 가진 예술가가 차별 없이 작품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거나, 빈곤 속에서도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은 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고 혁신을 이끄는 동력이 된다. 약자 보호는 미래 사회를 위한 현명한 투자인 것이다.
그러나 약자들의 잠재력을 외면하고 이들을 억압할 때, 우리는 '약자의 반격'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직면한다. 약자 보호를 소홀히 하거나, 심지어 약자를 억압하는 사회에서는 결국 그들의 침묵이 깨지고 저항으로 나타날 수 있다. 1970년대 독일의 여론 학자 엘리자베스 노엘 노이만의 '침묵의 나선(Spiral of Silence)' 이론이 보여주듯, 소수의 의견은 사회적 고립을 두려워해 침묵하지만, 특정 임계점을 넘어서면 소수의 목소리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미국의 민권 운동(로자 파크스의 버스 착석 거부 운동),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운동(넬슨 만델라), 한국의 5.18 민주화운동 등은 약자들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사회 변화를 이끌어낸 대표적 예시다. 이러한 약자들의 반격은 단순히 개인 불만을 넘어, 사회 시스템의 결함을 드러내고 변화를 요구하는 강력한 신호다. 약자들이 더 이상 참지 않고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할 때, 사회는 큰 혼란과 갈등에 직면하며, 심지어 물리적 충돌이나 사회 전체의 안정성을 뒤흔드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단순히 윤리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현명한 예방책이다.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려 노력할 때, 우리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궁극적으로 약자 보호는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현하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20세기 미국 정치 철학자 존 롤스는 그의 저서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에서 정의로운 사회의 원칙을 탐구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 재능, 배경 등을 알지 못하는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 뒤에서 사회 제도를 설계한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사회의 가장 약한 구성원이 될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익'을 보장하는 사회를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사회의 가장 약한 구성원이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라는 것이다. 불평등이 심화되면 사회는 불안정해지고 갈등이 증폭된다. 상위 1%가 부를 독점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빈곤에 허덕이는 사회는 결코 평화롭지 못하며,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안녕을 해치고 성장을 저해한다. 약자에 대한 보호는 단순히 자선이 아니라, 사회적 자원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소외되는 이들을 줄여나감으로써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사회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 안정성을 확보하고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책임감 있는 행동이다.
결론적으로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인간 존엄성의 실현이자 사회적 연대의 강화, 잠재력 발휘를 통한 사회 전체의 성장, 약자의 반격을 미연에 방지하여 사회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약자존은 단순히 도덕적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현명하고 책임감 있는 선택이다. 우리는 약자에 대한 보호를 통해 더욱 강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단지 약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https://www.edui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