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도 나는 나인데...

by 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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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하지 않았는데, 세상이 나를 낯설게 본다. 이 간극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나는 확인한다. 여전히 같은 눈빛, 같은 호기심, 같은 열정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새로운 책을 읽을 때 가슴 뛰는 설렘도, 친구들과 나누는 진솔한 웃음도 예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세상은 달력 위의 숫자만 보고 나를 재단한다. 마치 나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존재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는 나이를 기준으로 사람을 분류하는 데 익숙하다. 20대는 패기와 무모함, 30대는 안정과 책임감, 40대는 성숙과 보수성, 50대 이후는 경직과 체념이라는 공식이 마치 불변의 법칙인 양 통용된다. 하지만 이런 분류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지난주,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돌아온 반응을 잊을 수 없다. "그 나이에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세요?" 그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내가 품고 있던 열정이 순식간에 '나이에 맞지 않는' 철없음으로 전락해버렸다. 60세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25세에 이미 세상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건만, 우리는 여전히 나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어 있다.


내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성장을 멈췄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핵심적인 나 자신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20대에 품었던 꿈은 여전히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맥박을 뛰고 있고, 다만 그 꿈을 향한 길이 더욱 명확해졌을 뿐이다. 젊은 시절의 열정 위에 경험이라는 날개를 단 셈이다.

하지만 사회는 이런 내적 연속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마치 나이가 들면서 이전의 나를 완전히 지워야 한다는 듯이 압박한다. "철이 들어야지", "나이값을 해야지"라는 말들이 결국 진짜 나를 포기하라는 폭력적 요구라는 것을 우리는 왜 깨닫지 못하는 걸까.


가장 숨 막히는 것은 연령대별로 강요되는 사회적 기대들이다. 30대가 되면 반드시 결혼해야 하고, 40대가 되면 집을 사야 하며, 50대가 되면 자녀 교육과 노후 준비에만 매진해야 한다는 천편일률적인 각본 말이다. 이 획일화된 시나리오는 나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나다운 삶'을 향한 나의 열망을 짓밟는 폭력과 다름없다.

아는 분은 45세에 떠난 배낭여행에서 돌아와 말했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이 따가웠어요. 마치 제가 철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듯이." 35세에 새로운 분야 공부를 시작한 동료는 "이제 시작하면 늦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했다. 55세에 창업한 지인은 "무모하다"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야 했다.

하지만 묻고 싶다. 누가 정했는가, 몇 살에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내 삶의 시계를 남들이 맞춰놓은 시간에 맞춰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진정한 성숙은 나이와 함께 자동으로 배송되는 택배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타인을 존중하며,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런 성숙은 20대에도 가능하고, 70대가 되어서도 부족할 수 있다.

몇 년 전, 나는 깨달았다. 젊은 시절처럼 남들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는 것을. 이 확신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실패와 성공, 기쁨과 아픔을 통과하며 천천히 형성된 것이다. 나이가 주는 진정한 선물은 바로 이것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나라는 확고한 믿음.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얻는 것은 자유다. 더 이상 누군가가 기대하는 모습이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자유. 내 속도로, 내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자유 말이다.


세상의 편견에 굴복하지 말자. 생년월일이 새겨진 주민등록증을 이유로 꿈을 접거나, 도전을 멈추거나, 자신을 작게 만들 필요가 없다. 대신 우리의 일관된 자아를 당당하게 드러내자. 진짜 나는 달력 위의 숫자 너머에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자.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고, 나이에 대한 편견은 뿌리 깊다. 하지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당당함이 고정관념의 벽에 균열을 낼 것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서로의 용기가 되어줄수록, 나이주의라는 낡은 사고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60대에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 50대에 첫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사람들, 40대에 전혀 다른 분야로 이직하는 사람들. 이들의 존재 자체가 나이의 경계를 허무는 증거다.


나이를 먹어도 나는 여전히 나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내 본질이 있고, 그것이 바로 진짜 나다. 세상이 나를 다르게 본다고 해서 내가 달라져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세상이 나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더 당당하게, 더 확실하게 나답게 살아가겠다.

출생증명서에 찍힌 연도는 경험의 축적이자 지혜의 보고일 뿐, 나를 가두는 감옥이 아니다. 앞으로도 나는 생물학적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꿈꾸고, 도전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것이다.

태어난 해가 나를 규정하지 않는다. 나를 만드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이다. 나는 앞으로도 내 안의 빛을 따르며, 연령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진 채 자유롭게 존재할 것이다. 그것이 나답게 사는 길이고, 진정으로 나이들어가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이미지 출처 https://hiupress.hongik.ac.kr/news/articleView.html?idxno=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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