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100만원씩 30년간 투자하면서 연 10% 수익률을 올린다면? 복리 계산기를 두드리며 나온 결과에 가슴이 뛴다. 20억원이 넘는다. "이거면 은퇴 걱정 없겠네!" 하며 흐뭇해한다. 그리고 워렌 버핏의 명언을 되새긴다. "시간은 훌륭한 기업의 친구이고, 평범한 기업의 적이다."
하지만 잠깐, 과연 현실이 그럴까?
"복리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다." 아인슈타인이 했다고 전해지는 이 말은 오늘날 투자계의 금과옥조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정작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이 허구의 인용구가 널리 퍼진 것 자체가 우리가 복리라는 개념에 얼마나 매혹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복리가 강력한 도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론과 현실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그 첫 번째 문제는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30년 후 20억원!" 하지만 30년 후의 20억원이 지금의 20억원과 같을까? 연 5%의 복리 수익률이 있어도 인플레이션이 3%라면 실질 수익률은 2%에 불과하다. 1970년대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10%를 넘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명목상 8% 수익률을 올려도 실제로는 돈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한국의 역사다. 1980년대 한국의 연평균 인플레이션율은 8.7%였다. 같은 기간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10%였다고 해서 돈이 불어났을까? 실질적으로는 겨우 1.3%만 증가했을 뿐이다.
두 번째 문제는 변동성이다. 복리 계산기는 거짓말을 한다. 매년 10%씩 꾸준히 오른다고 가정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S&P 500의 연평균 수익률을 아는가? -0.95%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다. 2000년에 투자한 돈이 2010년에는 오히려 줄어있었다. 2008년 한 해만 S&P 500은 37% 폭락했다. 더 가혹한 현실이 있다. 50% 손실을 회복하려면 100% 수익률이 필요하다는 수학적 진실이다. 1000만원이 500만원이 되었다면, 다시 1000만원이 되려면 500만원에서 100% 올라야 한다. 10% 수익률로는 7년이 걸린다.
세 번째로, 보이지 않는 비용들이 복리를 갉아먹는다. "연 10% 수익률 달성!" 이라고 좋아하지만, 실제로 내 계좌에 들어오는 돈은 얼마일까? 한국의 주식 양도소득세는 최대 25%, 거기에 지방소득세 2.5%까지 더하면 총 27.5%가 사라진다. 10% 수익에서 2.75%가 증발하는 셈이다. 펀드라면? 판매수수료 1-3%, 운용보수 연 1-2%, 판매보수 연 0.5-1%까지 더해지면 실제 수익률은 크게 줄어든다. 미국 ETF에 투자한다면? 환율 수수료, 해외주식거래세, 배당소득세까지 고려하면 머리가 아프다.
마지막으로, 인간 심리라는 가장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있다. 행동경제학의 잔혹한 진실이 있다. DALBAR 연구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S&P 500은 연평균 10.5%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실제 수익률은 3.7%에 불과했다. 왜일까? 2020년 3월 코로나 폭락 때를 떠올려보자. 연일 -10%씩 떨어지는 시장을 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더 떨어지기 전에" 하며 손절했는가? 그리고 2021년 시장이 사상최고점을 갱신하자 "이제라도" 하며 고점에서 들어갔는가? 이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워렌 버핏을 따라하자는 열풍이 거세다.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흔히 보는 제목들이다: "워렌 버핏처럼 투자하는 법", "존버만이 살길이다", "우량주 장기투자가 답이다", "10년 후 부자 되는 법". 이들의 공통점은? 워렌 버핏의 성공 공식을 단순화해서 "복리 + 장기투자 + 우량주"로 정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검은 점들의 조합"으로 설명하는 것만큼 우스꽝스럽다.
버핏의 성공에는 일반인이 결코 따라할 수 없는 독특한 조건들이 있다. 먼저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보자. 버핏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1950-60년대를 상상해보자. 기업 정보 공개 의무가 거의 없었고, 컴퓨터도 없어서 재무제표 분석을 손으로 해야 했으며, 인터넷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효율적 시장 이론이 널리 알려지기 전이었다. 지금은? 실시간 정보 공유, AI가 밀리초 단위로 분석, 수만 명의 애널리스트들이 모든 기업을 해부한다. 그런 시장에서 "저평가된 보석"을 찾는다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렵다. 실제로 버핏도 2004년 주주서한에서 인정했다: "만약 내가 지금 소액으로 시작한다면, 과거와 같은 수익률을 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자본의 절대적 규모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800조원이다. 이는 삼성전자 시총의 1.5배에 해당한다. 이 정도 규모가 되면 골드만삭스 위기 당시 우선주 50억 달러 투자로 연 10% 배당 조건을 확보하거나,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특별 조건부 투자를 하거나, 애플 지분 5% 보유로 이사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우리가 1000만원으로 삼성전자를 산다고 해서 이재용 회장과 점심을 먹을 수 있는가?
정보 접근성에서도 하늘과 땅 차이다. 버핏의 정보 네트워크는 상상을 초월한다: 빌 게이츠와의 개인적 친분, 제프 베조스와의 정기적 만남, 팀 쿡과의 직통라인, 각종 업계 CEO들과의 골프 모임. 우리는? 네이버 뉴스와 유튜브가 전부다.
무엇보다 타고난 능력이 다르다. 6살 때부터 코카콜라 주식에 관심을 보였던 버핏. 11살에 첫 주식 투자, 하루 12시간씩 재무제표만 읽기, 2008년 금융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탈. 당신은? 재무제표 보면 머리 아프고, 주식이 10% 떨어지면 잠 못 이루고, 유튜브에서 "급락장 대응법" 검색한다.
더 중요한 것은 생존편향이다. 우리가 간과하는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버핏 같은 성공 사례만 부각되지만, 같은 방식으로 투자했다가 몰락한 수많은 펀드매니저들의 이야기는 잊혀졌다는 사실이다. 1980년대 일본에서 "일본의 워렌 버핏"이라 불리던 고바야시 요시아키, 이토추 상사의 전설적 투자자들, 노무라증권의 스타 펀드매니저들 중 일본 버블 붕괴 후 살아남은 사람은 거의 없다. 2000년 닷컴 버블 때는 "테크계의 워렌 버핏"이라 불리던 수많은 펀드매니저들이 하루아침에 몰락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한국의 워렌 버핏"들은 외환위기와 함께 사라졌다.
모닝스타 연구 결과를 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액티브 펀드 중 15년간 벤치마크를 능가한 비율은 15%, 20년간 벤치마크를 능가한 비율은 5% 미만, 수수료까지 고려하면 2% 미만이다. 전문가들도 이 정도인데, 개인투자자가 버핏을 따라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일까?
그렇다면 "그래도 장기투자는 맞지 않나?"라고 반박할 수 있다. 맞다. 하지만 "얼마나 장기"를 말하는가? 일본 닛케이 지수는 1989년 39,000포인트에서 2024년 현재 33,000포인트 수준이다. 3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 35년은 한 사람의 투자 인생 전체다.
"미국은 다르지 않나? S&P 500은 계속 올랐잖아"라고 할 수도 있다. 100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맞다. 하지만 개인의 투자 기간은 100년이 아니라 길어야 30-40년이다. 그 기간 중에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2000년대 잃어버린 10년 같은 시기가 겹치면?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공허해진다.
"그럼 투자하지 말라는 거야?" 절대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직면해야 할 냉정한 현실은 이렇다. 우리는 워렌 버핏이 아니고, 1950년대에 살지 않으며, 800조원을 굴리지 않고, 빌 게이츠와 골프를 치지 않으며, 6살 때부터 주식천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포기할 필요는 없다. 대신 우리 수준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바로 겸손한 투자다.
첫째,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시장을 따르자. S&P 500 ETF로 미국 시장 전체를 추종하거나, MSCI World ETF로 글로벌 시장에 분산투자하거나, 국내 코스피 200 ETF로 한국 대표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이다. "평범한 것이 비범한 결과를 낳는다"는 존 보글(뱅가드 창립자)의 말처럼 말이다.
둘째, 달러코스트 평균법을 활용하자. 매월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금액을 정해진 상품에 투자한다.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이, 뉴스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배제하고 말이다.
셋째, 자산배분으로 위험을 분산하자. 주식 60% : 채권 40%의 전통적 포트폴리오나, 주식 50% : 채권 30% : 리츠 10% : 원자재 10%처럼 분산하거나, 나이 공식(채권 비중 = 나이)을 활용하는 것이다.
넷째, 리밸런싱을 통해 기계적으로 관리하자. 1년에 한 번, 목표 비중에서 5% 이상 벗어나면 원래대로 맞춰준다. 주식이 많이 올랐으면 일부 매도해서 채권을 매수하고, 주식이 많이 떨어졌으면 채권 일부를 매도해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다.
다섯째, 비용 최소화에 집중하자. 저비용 ETF 선택 (연 운용보수 0.1% 이하), 불필요한 거래 자제, 세금 최적화 고려 (ISA, 연금저축 등 활용)가 핵심이다.
실제로 김 과장 (35세, 연봉 6000만원)이 월 투자금액 100만원을 국내 주식 ETF 30만원, 해외 주식 ETF 40만원, 채권 ETF 30만원으로 나누어 투자하고, 매년 12월 말 리밸런싱을 한다면? 예상 연평균 수익률 6-7% (인플레이션 고려 후 3-4%)로 30년 후 약 8억원 (현재 가치로 4-5억원)을 만들 수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선택 A는 워렌 버핏을 따라하며 "10년 후 부자"를 꿈꾸는 것이다. 개별 주식 분석에 매일 3시간 투자하고, 유튜브에서 "급등주 추천" 영상을 보며, "이번에는 다를 거야" 하며 고점 추격매수를 한다. 결과는? 90% 확률로 시장 수익률 하회다.
선택 B는 현실을 인정하고 겸손한 투자를 실행하는 것이다. 월 1시간 포트폴리오 점검, 감정적 투자 차단, 꾸준하고 지루한 적립식 투자를 한다. 결과는? 시장 수익률 달성 가능성이 높다.
복리는 분명 강력하다. 워렌 버핏도 위대하다. 하지만 이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위험하다. 진정한 투자 지혜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천재가 아니고, 1950년대에 살지도 않으며, 수백억원을 굴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평범한 방법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놀라운 성과를 위해서는 놀라운 일을 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워렌 버핏의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버핏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주는 진짜 조언이다. 자신을 따라하지 말고, 평범하게 인덱스펀드나 사라는 것이다.
신화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올 때, 비로소 진정한 투자가 시작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천재가 아니어도, 평범해도 괜찮다. 꾸준함이 탁월함을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