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생활은 긴장감의 연속이다.
수업은 수업대로, 논문은 논문대로, 일은 일대로..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나를 괴롭힌다.
화장실에 앉아 잠시의 고요를 견디지 못하고 유튜브를 열었는데,
거기서 김구라에게 면박을 당하는 박명수의 대응에 대한 댓글로
무례한 김구라에게 차분하고 또렷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박명수를 칭찬하는 내용이
나의 마음에 오롯이 박혔다.
나는 쉽게 얼굴이 빨개지고,
(당황해서, 불쾌해서, 무안해서, 부끄러워서, 피곤해서.. 그중 무엇 때문에.)
그래서 나의 마음을 금방 들킨다.
그렇게 이번 학기를 시작하고, 몇 번 얼굴을 붉히고 난 이번 주,
벚꽃은 캠퍼스의 바쁜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붙잡을 만큼 화사한데,
나의 얼굴에는 열꽃이 피었다.
머리도 아픈 것 같다.
나는 무엇에 마음을 걸었길래, 이렇게 아픈 걸까?
50이 넘었는데, 왜 아직도 나는 '차분하고, 또렷하게'가 이렇게 어려울까?
조금 있다가 자립준비청년과 상담이 있다.
너무 이뻐서 눈에 담기도 아까운 잘생긴 청년이다.
그는 학대한 부모들의 기억을 나에게 쏟아놓기도 하고,
현재도 그를 괴롭히는 증오와 복수심을 이야기하면서
뜨거운 마음을 봄바람에 식히고 있다.
그도 나처럼 이 마음이 왜 이리 오래, 그를 빨갛게 만들고 있는지 묻고 있겠지?
답이란 게 있을까? 답을 들으면 마음이 괜찮아질까?
그에게도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도 나도 이 시간은 처음 겪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느 날,
차분하고 또렷하게 나의 생각과 미래의 시간을 이야기함으로써
무례한 사람과 무심한 상황이 무색해질 수 있게 만들고 싶다.
얼른 컴퓨터를 끄고 그를 만나러 가야겠다.
보고 싶네. 그 친구.
� 독자에게 질문
당신을 빨갛게 만들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