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강의를 소화하는 나에게 운전은
오른쪽 무릎통증과 스트레스 해소, 멋진 풍경을 선물해 주지만,
또 하나의 뺏기기 싫은 선물은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라디오를 들으며 수업 마친 소회를 흥얼거림으로 풀고 있었는데,
광고로 "자립준비청년"들의 어려움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을 들었다.
잠깐 듣기만 했는데도, 그 청년들의 답답함과 두려움이 느껴져
연구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공공부문에서의 숫자들, 현장의 소리를 전하는 질적 연구들은
소수였지만, 사회에 한 부분이 빛 없이 스러져 가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그래서 나는 석사 논문을 자립준비청년들이 어떻게 성인이 되어가는지에 초점을 맞춘
현상학 연구를 하기로 했다.
당시에 현재 청년들의 경험을 듣고 싶어서
관련기관에 전화와 메일로 청년들을 인터뷰하고 싶다고 요청드렸지만,
사회복지사도 아니고,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어렵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1년에 걸쳐서 학점은행제로 사회복지사 과정을 밟아나갔다.
마지막 절차로 실습이 필요했는데, 경기권에서 자립준비청년을 만날 수 있는 실습기관은
딱 한 군데였다.
벅찬 마음으로 실습 신청 메일을 드렸는데,
현재 감사 중이어서 실습생을 받을 수 없다고 하였다.
상대적으로 강의가 적은 기간에 실습을 하고 싶었던 당찬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아니.. 물거품이 될 뻔했다.
나는 다시 메일로 다른 기관에서의 실습이 아니라 바로 이 기관이어야 하는 나의 계획과
청년들과의 시간을 통해 알고 싶은 내용을 정리하여 보냈고, 또 보냈다.
그날도 운전 중이었다.
해당기관 담당 팀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떤 분인지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다면서
실습이 가능한 분인지 면접을 보자고 하셨다.
꺅하고 소리를 질렀다. 면접의 기회라도 잡은 것이 신기했다.
그곳에서 나는 실습과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그 이후로는 몇 년간 자립준비청년의 진로상담을 해오고 있다.
돌아보니 시작의 미약함이 이렇게 창대함이 된 것이 놀랍고 감사하다.
지금은 운영위원이 되어
기관의 대표하는 분들과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정책과 구체적인 개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를
구구절절 실습신청 메일을 쓰던 그날의 나는 상상이나 했을까?
학생들은 묻는다.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하냐고,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하냐고. 어디에 뿌리를 내려야 하냐고.
이 질문들 들여다보면 다른 사람의 기준에 자신을 맞춰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느껴진다.
그럼 나는 묻는다. 어디에 뿌리내리고 싶냐고.
그 뿌리내리는 곳에 부드런 흙이나 멋진 지렁이 친구나, 때맞춘 햇살과 비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도
그곳이 그냥 너의 흙이라고.
뿌리내리다 보면 이번 나의 사례처럼 온 언덕이 민들레로 가득하게 될 날이 온다고
용기를 내서 발꼬락을 흙에 쏘옥 넣어보라고 용기를 주고 싶다.
� 독자에게 질문
당신이 현재의 그 흙에 자리 잡게 한 것은 무엇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