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충북 어느 작은 학교로 강의를 다녀왔다.
비가 나무들을 씻겨줘서 그런지 연두와 물안개가 어우러져 싱그러운 아침이다.
도시의 학교와 달리 운동장이 진흙바닥이어서
웅덩이가 생겨있기도 하고,
축구 골대앞에 덩그라니 축구공은 친구들을 하릴 없이 기다리고 있다.
일찍 도착해서
괜히 시소도 만져보고, 키가 단계별로 다른 철봉에 내 손이 얼마만큼 닿나 대보기도 하는데,
갑자기 어제의 부끄러움이 떠올랐다.
어제 대학원 수업시간의 일이다.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노교수님의 수업시간이었다.
주옥같은 교수님의 이야기를 한 마디도 안 놓치려
이렇게 수업을 듣고 있다는 것이 축복 같아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한 박사과정생이 손을 뻔쩍 든다.
"교수님, 저는 이 부분이 너무 궁금했는데요~~"하면서 질문을 한다.
음...그런데, 한 15분전에 교수님이 설명하셨는데... 강조도 하셨는데...
처음 듣는 것처럼 질문을 했다.
순간 정적. 우리 모두 이게 모지? 했다.
그때, 바로 옆에 있던 내가 조그맣게 교수님 대신 설명을 했다.
그 학생은 "아~"하고 이해하고 넘어갔는데...
가만히 있을껄. 모두 어색해지는 그 시간을 못견딘 내가 어떻게 보였을지.
교수님이 다시 한번 설명하실 기회를 빼앗은걸까,
그 학생은 나 때문에 민망하지 않았을까...
나이 든 학생은 오늘도 고민을 사서 한다.
그렇게 오늘도, 비 오는 운동장의 시소처럼 한 쪽 마음이 기울어 있는 나를 본다.
부작위의 아쉬움과 작위의 부끄러움 중 어떤 것이 더 무거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