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교실에서는 저학년과는 또 다른 권력이 느껴진다.
공부를 잘하거나
리더십이 있거나
친구관계에서 재미있거나 등등에서 두각을 띠는 녀석은 눈빛부터 자신만만하다.
그것은 처음 그 교실을 접한 나도 몇 분안에 간파가 가능하다.
반대로, 그와는 다른 위치에 있는 친구들도 쉽게 눈에 띈다.
그 날 우리는 학습검사에 대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창가 맨 앞자리에 앉은 그 아이는 궁금한 것이 많아보였다.
다음에 내가 할 말을 어떻게 알고 한발 앞서 질문을 했다.
"선생님~초인지 전략이 메타인지 같은 거에요?"
"왜 이렇게 나누는 거에요?"
"이 점수는 안 변하는 거에요?"
주변 아이들은 그 아이를 향해 얼굴을 찌푸리거나, 면박을 줬다.
"쫌!!!! 가만히좀 있어~~"
아마도 그 아이는 다른 수업시간에도 이런 행동으로, 이런 대우를 받고 있는 듯 했다.
1시간이 끝나고 활동프로그램 시간이 됐다.
거울 모양의 활동지 안에 나의 나이만큼 나의 칭찬, 자랑할 거리를 적는 활동이었다.
초등부터 고등학생들까지 좋아하는 활동이다.
발표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을 붙이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비밀스런 나의 자랑들을 으스대며 써놓을 수 있기 때문에
연필이 책상위를 돌아다니는 소리로 교실이 가득하다.
그런데, 아까 그 친구는 하나..."너는 똑똑해." 를 쓰고는 고개를 숙인다.
이리저리 생각해도 더 떠오르지 않나보다.
내가 가까이 갔다.
"생각이 안나?"
"네~..저는 칭찬할 게 없어요."
"정말??? 생각이 안나면 선생님이 좀 애기 해줘도 될까?
"거짓말마세요...전 칭찬할게 없다구요." 나의 말이 억지 위로처럼 들렸나보다.
"있잖아. 아까 선생님이 하려던 말을 먼저 생각해서 질문했잖아?
너는 벌써 선생님이 하려던 말의 의도를 알아차린거야.
그래서 칭찬 두번째는 상대방의 의도와 마음을 잘 이해한다. "
"그리고..세번째에는.. 아까 질문한 거 있잖아?
그거는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생기는 질문들이거든.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이게 왜 그럴까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야.
어때?? 칭찬할 게 벌써 2개나 있네?"
나는 그때 그 6학년 남자아이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면박을 주고, 흘겨봐도 멀쩡하던 그 아이의 얼굴이 빨개져 있다.
그러더니..
"맞아요. 저한테도 좋은 점이 있네요??"
그동안 이 질문많은 친구 옆에 아무도 없었나 싶어서,
이 공교육 환경속에 스쳤을 눈길들이 예상되어
안쓰러움이 마음 한켠에서 올라왔다.
한국에는 홀랜드 유형중 호기심, 연구자 유형인 I유형이 드물다.
몰입하고 질문하고 실패를 거듭하는 I유형이 드문 것은, 어쩌면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
우리 동네 호수공원에 꽃들이 가득 심겨졌다.
색도, 피는 때도 다르다.
꽃만 그러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