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논문을 쓰며, 매일 나 자신을 들여다본다.
말로는 ‘자립준비청년의 진로적응 경험’을 분석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내 삶, 내 여정, 내 내면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다.
논문을 쓴다는 건, 처음엔 단순한 작업처럼 보였다.
주제를 정하고, 이론을 정리하고, 인터뷰를 분석하고, 텍스트를 풀어내는 일.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자료가 아니라 ‘나’였다.
자립준비청년의 한 문장을 붙잡고 몇 시간을 고민하다 보면,
결국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꺼내지 않은 어떤 감정이 나를 건드렸다.
"나는 왜 이 장면에 이렇게 오래 머무는 걸까?"
"왜 이 문장을 쓸 때, 내 손끝이 멈추는 걸까?"
그렇게 연구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청년들이 나를 향해 들려주었던 그 말들, 그 시간 속 장면 속에 머물러 있다.
그때 그들이 말하려 했던 감정에 가까이 다가가 보려 하고,
그 순간에는 미처 듣지 못했던 행간의 감정에 스스로 잠기곤 한다.
그 말들 속에는 단순한 사연이 아닌, 생생한 호흡이 있다.
나는 연구자이면서도, 그 장면의 목격자이자 공감자로서,
마음으로 다시 그 시간을 걷는다.
논문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그 글은 학문적 결과물이기도 하면서, 나의 또 다른 자서전이기도 하다.
문장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정리하고
결론을 써내려가는 게 아니라, 내 감정을 정리하고 있다.
연구는 철저하게 객관을 요구하지만, 나는 점점 더 내 안의 주관과 마주친다.
참여자들의 말을 조심스레 분석하다 보면,
그 말들 틈 사이에서 나의 과거와 미래가 스치고, 그들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나도 조금씩 자라고 있다.
요즘은 자주 멈춘다.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도, 고요하게 한숨을 쉰다.
문장이 흐릿해지고, 논리도 매끄럽지 않을 때, 단어의 반복이 느껴질 때...
“괜찮아, 지금도 너는 쓰고 있고, 쓰여지고 있어.”
그러고 보면, 논문이 완성되는 과정은인내와 겸손, 그리고 자기 수용의 훈련 같다.
'지금의 나는 충분히 괜찮다'고 스스로를 안아주지 않으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음을 매일 배우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책상 앞에 앉는다.
단어 하나에 머무르고, 문장 하나를 붙들며
논문과 나 사이를 천천히 항해한다.
언젠가 도착할 그 항구를 상상하며,
오늘도 조용히, 묵묵히, 나를 써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