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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Oct 26. 2024

그까짓 와인 2부: 알아보기(1)

이런 분들에게 추천하는 글입니다.

1. 나에게 맞는 와인을 찾고 싶으신 분

2. 늘어선 와인 앞에서 막막해지시는 분(편집숍에서, 레스토랑에서)

3. 간단히 배운 지식으로 하루빨리 잘난 체하고 싶으신 분



목차

1부: 들어가며


2부: 알아보기

 (1) 와인이란

 (2) 향과 질감

 (3) 라벨 읽기


3부: 비교하기

 (1)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품종

 (2) 지역 고유의 품종


4부: 즐기기

 (1) 와인과 맞는 음식

 (2) 테이스팅 노트


5부: 나가며




    와인이란 무엇인가. 발효된 포도 주스이다. 사과를 발효시키면 사이다, 배를 발효시키면 페리, 보리를 발효시키면 맥주, 쌀을 발효시키면 막걸리가 되듯 와인은 단순히 포도를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발효는 어떻게 되는가. 포도밭 공기 중에 떠다니며 당분을 먹고사는 이스트(Yeast)가 포도 껍질에 붙으며 시작된다. 이스트는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배설한다. 더 이상 먹을 당분이 없으면 이스트는 죽고 발효는 끝난다. 즉 와인은 당분이 사라진 포도와 이스트 배설물의 합이다. 이때 레드 와인은 포도알 통째 으깨서, 로제 와인은 껍질과 씨는 빼고, 화이트 와인은 과즙만으로 발효시킨 것이다. 와인의 실체는 이게 전부다.


    쓸데없는 이야기나 더 해볼까. 그렇다면 포도가 와인이 되는 과정은 누가 알아냈을까? 썰은 많으나 정설은 없다. 그리스 신화는 후에 붙인 이야기이니 와인의 어원과 함께 각주로 빼겠다* **. 확실한 것만 따져보면 최초로 와인이 만들어졌다는 증거는 기원전 6000년경 현재의 러시아~조지아~터키 지역으로 알려진 캅카스에서 발견되었다. 이곳 유적지에서 발견된 도자기에 포도 주스의 화학 성분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시작이 어떠했든 간에 캅카스의 와인은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로마 등 여러 문화권으로 확산되며 종교의식, 행사,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집트에서는 종교의식과 함께 와인을 사용했고, 이는 기독교에서 최후의 만찬의 상징으로 성체성사 때 빵과 포도주를 먹는 것으로 이어진다. 또, 유대교의 샤바트와 그들의 명절에는 포도주가 필수적이다. 그리스, 프랑스, 이탈리아의 식문화에서도 와인은 빠질 수 없다. 삼시세끼 와인을 곁들이는 그들에게 와인은 일상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렇듯 와인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 문화와 전통의 상징이 되었다. 이것이 오늘날 와인의 역할이다.


    이렇듯 와인은 별거 아니다! 앞으로는 와인의 맛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다. 이 글의 목표는 와인이 포도 품종에 따라 어떤 맛이 나는지를 알아보고 비교하고 즐기는 것이다. 와인의 맛은 포도의 품종, 재배지(기후, 토양, 주변 식물, 관개, 비, 바람), 재배 기술(나무 모양, 솎아내기, 병충해구제), 제조 기술(수확, 으깨기, 발효, 병입)의 합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모두 다루기에는 보통의 사람들을 위한 보통의 설명이라는 이 글의 콘셉트와 배치되기에 어떤 "맛"을 느낄 수 있는가를 2부 2장에서, "품종"별 일반적 특성을 3부에서 다루겠다. 그 외에 몰라도 되는 많은 맛의 요소들은 기회가 되면 다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 샤르도네가 백악질 토양에서 잘 자란다는 사실은 평범한 대다수인 우리가 와인의 맛을 알아보고 비교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썰① 그리스 신화에서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헤라의 박해를 피해 소아시아를 떠돌다가 포도나무와 포도주를 접하곤 그리스로 가져왔다. 썰② 디오니소스가 칼리돈의 왕 오이네우스(Oineous/Oeneous)의 왕비 알타이아에게 반해 오이네우스가 아내를 디오니소스에게 바치자 디오니소스는 답례로 포도나무와 포도주를 주었고, 오이네우스는 와인 양조법을 아는 최초의 그리스인이 되었다. 썰③ 오이네우스의 목동인 오리스타는 염소 한 마리가 무리를 이탈해 열매를 먹는 것을 보았다. 염소를 뒤따라 가 그 열매로 즙을 내어 먹어보니 맛이 아주 좋았기에 이내 오이네우스에게 바쳤고, 그는 흡족해하며 그 술의 이름을 오이네스라고 지었다. 


** 자초지종이야 어떻든 오이네우스가 와인의 어원이 된 것이 유력하다. 그리스어(Oineous) - 라틴어(Vinum) - 게르만어(Winan) - 고대 영어(Win) - 중세 영어(Wine)가 됐다는 것. 이 과정에서 프랑스어로 뱅(vin), 이탈리아/스페인어로 비노(Vino), 포르투갈어로 비뉴(Vinho), 독일어로 바인(Wein)으로 각각 정착한다. 또 오이네우스 왕은 포도주 양조학을 뜻하는 Oenology란 단어의 어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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