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말고, 뜻

진짜분수, 가짜분수를 아시나요

by 흰분필

사실 수학을 지도하며

그 단어의 뜻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는 거의 없다.


진분수는 분자가 분모보다 작은 분수,

가분수는 분자가 분모보다 큰 분수.


오랫동안 이렇게 아이들에게 가르쳐오다 보니

그 말의 ‘뜻’은 잊은 채

그저 ‘정의’만 말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분수를 보며 물었다.


“선생님, 가분수가 가짜분수죠?”


순간, 멈칫했다.


아, 맞다.

가분수는 ‘가짜’ 분수였고,

진분수는 ‘진짜’ 분수였다는 사실을.


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의미였다.


그저 문제를 풀고, 개념을 설명하고,

시험에 맞는 정의를 알려주느라

그 말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뜻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가끔은 아이들 덕분에

잊고 살던 것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날도 그랬다.


내가 또 잊고 살던 건 무엇일까, 하고.


직장인이든, 프리랜서든

요즘은 먹고사는 일이 너무 퍽퍽해서

나 자신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마치 분수의 진짜 의미를 잊어버리고

정의만 외우며 살았던 나처럼.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왜 시작했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놓쳐버린 것들이 많지 않을까.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정의를 알려주는 선생님이 아니라,

그 말의 뜻을 같이 생각해 보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정의를 가르치기보다,

그 말이 왜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또한

앞만 보지 말고

옆의 풍경도 보고,

가끔은 뒤도 돌아보며


조금은 여유 있게,

조금은 행복하게 살아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수업시간, 그 두 번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