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해보지도 않았는데,

by 흰분필



수업 도중, 한 아이가 툭 말을 꺼냈다.


“선생님, 제 영어학원에 어떤 아이는 이번에 유럽을 한 바퀴 돌고 왔대요. 부러워요.”


연필을 굴리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지만

그 말 끝에 묻어 있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왜, 나중에 너도 가면 되지.”


그러자 아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아마 못 갈걸요. 비싸기도 하고… 공부해야 하니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이상하게 내려앉았다.


요즘 아이들은 참 빠르다.

안 될 것 같은 일은, 너무 빨리 포기해 버린다.

아직 해보지도 않았는데,

이미 ‘안 되는 일’로 정리해 버리는 그 체념이

어른인 나보다 더 익숙해 보였다.


교실은 조용했고,

아이들은 문제를 풀고 있었지만

나는 그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15년 동안 수업을 하며

제대로 된 해외여행 한 번 못 가봤다.

‘언젠가는 가겠지’

‘지금은 일이 먼저지’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들이

벌써 이만큼이나 쌓여 있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힐링 좀 하라고.

여행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경험이라고.


하지만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해 왔다.

내 일상에서, 내 수업에서 얻는 경험 또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고.


아이들의 성장,

수업 속 작은 변화들,

그 시간들이 나에게는 충분한 보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아이의 한마디는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


‘못 갈 것 같아요.’


그 말이,

어쩐지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조용히 다짐하게 된다.


포기하지 말자.

아이도, 나도.

언젠가는, 꼭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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