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모펀드들의 새로운 수익 전략
작년 8월에 이사 온 아파트는 임대료가 비싼 편이었다. 참고로 콘도, 아파트, 하우스, 플랫 등 미국에서는 집을 부르는 다양한 명칭이 존재한다. '콘도'는 본인이 소유한 아파트이다. 그러면 '아파트'는? 임대한 아파트이다. 자가인지 임대인지에 따라 다르게 콘도 혹은 아파트로 나뉜다. '하우스'는 미국의 전형적인 단층 혹은 다층 주택이다. '플랫'은 영국에서 아파트를 부를 때 쓰는 단어다.
월 임대료는 2,750달러. 한국 환율로 따지면 약 3,850,000원이다. 정말 살 떨리게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살다 보니 월세가 비싼 이유를 깨달았다. 첫 번째는 빌딩에 모든 편의시설이 있다. 헬스장, 요가룸, 야외 수영장, 옥상 바베큐장, 라운지, 스터디룸, 회의실, 애견 산책로, 드라이클리닝 라커 (라커에 옷을 넣으면 업체가 수거해서 드라이클리닝 후 같은 라커로 배달한다), 24시간 유인 시큐리티, 매 층에 있는 쓰레기 수거함 등등. 대부분의 생활 편의시설이 빌딩 안에 다 있다.
두 번째는 동네에 있는 시설이 정말 다양하다. 주변에 아시안 마트를 포함해 5개의 식료품 마트가 있다. 가장 가까운 Whole Foods에 걸어가서 장보고 돌아오는데 10분이면 충분하다. 대학 병원부터 동네 의원까지 모든 질환에 맞춤형 병원이 있고, 쇼핑 시설, 레스토랑, 카페, 영화관 등 충분한 즐길거리가 근처에 있어 차 없이 살기에 불편함이 없다. 시카고,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를 제외한 미국 대부분의 지역은 대중교통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아 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차가 없이 살 수 있다는 건 내 입장에서 월 약 $600 (주차비 $300 + 가스 $200 + 보험료 $100)를 절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내 전반적인 임대료 상승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는 아파트 렌탈 시장이다. 코로나 발생 이후 1) 미국 경기 부양 정책에 따른 이자율 하락, 2) 모기지를 내지 못하는 집주인들의 파산 신청 & 저가 주택 물량 증가로 인해, 사모펀드들이 싼 가격에 주택을 매입할 수 있었다. 이후 미국 부동산 가격과 아파트 임대료는 꾸준히 상승했다. 부동산 투자에 집중하는 사모펀드를 부르는 용어는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REIT (Real Estate Investment Trust; 부동산 투자 신탁)이 있다.
문제는 부동산 투자 기업들이 미국의 부동산 시장을 장악하면서 개인 소유의 부동산 비율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아파트 단지 전체를 소유한 투자 기업들의 등장에 임대료는 기업들이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개인 임대인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런 기업들은 한발 나아가 최적의 임차료를 산정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최근 DOJ(Department of Justice)와의 소송에서 언급된 알고리즘 가격 산정 (Algorithm Pricing) 소프트웨어는 뉴욕 타임스에 등장한 RealPage가 대표적이다. (출처: https://www.nytimes.com/2025/11/24/technology/realpage-doj-settlement.html)
RealPage가 도입한 알고리즘은 임대인들이 제공한 가격을 바탕으로 최적의 임차료를 산정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다수의 부동산을 가진 기업이 산정한 최적 임대료가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임대료가 될 확률이 높고 해당 지역의 소프트웨어 이용자는 기업의 의견이 다수 반영된 '최적 임대료' 정보를 바탕으로 임대료를 산정한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임차료를 올리고 높은 수익을 기록면 소프트웨어는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기업들에게 임대료를 올리라는 제안을 하게 된다. 기업이 모여 어떻게 하면 임대료를 올리고 수익을 높일지에 대해 담합할 필요 없이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해주는 셈이다.
결국 개인 임차인들은 높아진 임차료를 낼 수밖에 없다. 이미 도시 전반의 임차료가 올랐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담합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통한 최적 임대료를 적용한 거라고 말한다. 집을 임차하는 나로서는 더 많은 미국 주택이 기업 소유가 될 전망이라는 뉴스를 볼 때마다 앞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AI가 이런 트렌드를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것만 같아 주택 구매를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당 글을 작정하고 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사모펀드의 주택 (Single-Family House) 구매를 방지하는 법을 제안하겠다는 뉴스 기사가 발표됐다. 아파트 (Multi-Family House)에 대한 언급이 없어 부동산 투자 사모펀드는 지속적으로 아파트 구매에 집중할 듯하다. (출처: https://www.bbc.com/news/articles/c0lxz5wn2y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