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비자로 취업하는 어려움
미국에 처음 오게 된 건 약 15년 전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한 학기를 보내고, 교환학생이 끝날 때 즘엔 미국의 대도시를 방문하는 배낭여행을 계획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등 미국의 대도시를 돌아다니며 한 달을 보냈다. 그중에서도 시카고는 가장 매력적이었다. 카페, 클럽, 레스토랑, 미술관, 그리고 쇼핑몰 같은 충분한 생활 편의 시설과 더불어 아름다운 건물과 깨끗한 환경에, 미국에 산다면 여기에 정착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운명처럼 대학원에 입학하며 시카고에 돌아왔다. 석사 졸업 후 취업을 한 뒤 본격적인 시카고언 (Chicagoan)으로서의 삶이 시작 되었다. 일을 하며 생긴 친한 동료와 농담을 주고 받고, 커피를 마시며 새로운 생활, 일에 적응해갔다. 그런데 몇 달 후 그 동료가 미국을 떠나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유는 바로 학생 비자로 최대 3년까지만 미국에 거주할 수 있는데 그녀의 비자가 만료되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중국 국적을 갖고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 왔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서 제공한 스폰서십을 통해 취업도 했다. 한국에서는 스폰서가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이민자에게 취업을 위해 스폰서십을 제공하는 회사를 스폰서라고 부른다. 소규모 기업은 복잡한 절차와 비용 문제로 인해 외국인 스폰서십과 채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스폰서십에 대해 설명하자면, 외국인은 영주권자 혹은 시민권자가 아닌 이상 최대 3년*까지 미국에서 일할 수 있다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mathics (STEM) 전공의 경우; 이 외 전공은 1년 동안 미국에서 취업 가능). 이후 H-1B라는 장기 취업 비자 추첨에 지원해서 통과해야 한다. 추첨이 되면 최대 6년 더 미국에 거주 및 취업이 가능하다. 그런데 H-1B 비자가 추첨제다 보니 3년 근무 후 추첨에서 떨어진 많은 외국인은 미국을 떠난다. 3년 동안 일한 경력 사원을 잃고 싶지 않은 회사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는데 그중 하나가 해외에 있는 지사로 발령 내는 것이다.
그녀도 3년동안 미국에서 일한 뒤 H-1B 추첨에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추첨 성공 확률은 20%였다. 회사는 3년동안 일한 직원을 잃고싶지 않았는지 캐나다에 있는 지사로 새로운 오퍼를 제공했다. 나도 비슷한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영주권을 받게 되면서 더 이상 회사의 스폰서십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었다.
2025년 트럼프의 반 이민정책은 기존의 스폰서십, 비자 프로세스 보다 더 가혹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민단속국(ICE)이 정식 서류를 갖추지 못한 이민자들을 물리적으로 체포, 구금하는 것과 더불어 세부적인 비자 프로세스도 강화됐다. 예를 들어 과거 형식적으로 제출하던 비자 연장 서류를 전부 검토하고 현장 요원들이 회사에 방문에 해당 직원이 실제로 업무를 하는지 체크하는 등 이다. 직원이 현장에서 일하지 않거나 제출한 서류와 불일치하는 부분을 발견하면 바로 비자가 취소되고 미국에서 출국 혹은 추방 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느 날 나도 회사 법무법인의 메일을 받았다. 내 취업 가능한 STEM 학생 비자가 RFE (Reference for Evidence)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제출한 서류가 비자를 연장하기엔 불충분 하다며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전혀 문제 될 것 없는 서류라는 점에서 정부의 규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당시 막 영주권을 받은 상태라 회사에 학생 비자에서 영주권으로 신분 변경을 요청했고 다행이 더 이상의 비자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학생 비자로 미국에 거주하던 대다수의 친구들도 정부의 반 이민정책에 대비해 영주권을 받는 프로세스를 시작하거나 미국 외 해외 취업을 고려했다. 기업들은 트럼프의 눈치를 보며 스폰서십을 줄이는 등 외국인 고용에 소극적으로 변했다. 비자를 연장/변경하는 기간도 훨씬 길어졌다. 이전에 2-3달 걸릴 예정이던 영주권 프로세스가 기본 6개월 이상으로 늘어나고, 비용도 약 $1,000에서 $3,000로 인상됐다. 전반적으로 외국인 이민자로서는 미국에 취업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석사를 수료한 뒤 현지 취업을 목표로 한다. 취업의 가능성이 줄어든다면 과연 미국 유학이 향후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지 득과 실을 정확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 가장 먼저 유튜브에서 미국 MBA 혹은 석사를 경험한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고 미국 취업의 현실과 가능성을 구분하는 것을 추천한다.
*비자 변경에 관한 최신 뉴스 (https://www.uscis.gov/newsroom/alerts/h-1b-f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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