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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

난간의 의미

by 글 써 보는 의사


분노가 번개 치던 오후

옥상에 올라갔다


먹구름 틈새로 낙하하는 작은 빗방울

이름 모를 이의 간절함이

뺨 위로 미끄러져 내렸다


누군가로 인한 분노가 다시

누군가의 소망으로 지워지는 곳에서

벌어지는 경이로운 연결

비가 되어 내린다


그래, 나도 울어야겠다

비가 되어

누군가의 마음을 덮겠다


그저 눈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이미 분노는

하늘로 녹아 버렸다


휘청거리듯 울고

계단을 내려갈 때

내 손을 잡은 난간, 그렇구나,

어느 누가 다치기 전까지 난간은 존재할 수 없음을


행여 떨어질까

사람을 붙드는 모든 난간은

상처로 만들어지는구나


낯선 땅 이방인의 불안이

나의 안전이 되는구나

너의 빗방울은 또

나의 눈물을 덮어주는구나


옥상의 눈물이 빗물처럼 고일 때

막힌 배수구의 쓰레기를 치운다

흘러가라고

하염없이 저 멀리

나의 눈물,

어떤 이의 삶의 동기가 되는 그곳까지










비가 올 때 우산을 쓰고 옥상으로 올라갈 때가 있습니다.

빗소리에 모든 소리가 묻혀야 할 텐데

오히려 모든 소리가 선명해집니다.


그리고 곧 그 모든 소리가 울음처럼 들립니다.

나무도, 차들도, 건물도,

신호등까지도 붉은색 푸른색 껌뻑껌뻑

각자의 사연으로 울고 있습니다.


그 모든 울음소리는 빗솟에서 음악이 되고 맙니다.

어떤 한 사람의 간절한 염원이 지금 여기서

비로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간절함이 말하고 있습니다

괜찮다고

비가 올 때는 비처럼 울어도 좋다고

모든 분노와 상처를 흘려보내라고

너도 같이 울고 음악이 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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