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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었어요 내 모든 찻잔들이

그 시절 갬성 시리즈

by 글 써 보는 의사

식었어요 내 모든 찻잔들이



그리고 당신의 얼굴도


애써 뜨거운 물 부어 보지만

가뭄 뒤 때늦은 장맛비


고개 숙일 틈도 없이

말라버린 곡식들


식어버린 찻잔만큼

뜨거운 내 숨


미련의 한숨이라니

당치않아요

소망은 차가울 때야말로

뜨거워지는 것을


내 폐가 타들어가도

당신에게는 그저 버려진

불쏘시개일 테지만


거기서 다시 일어나는 불

숨 쉬어본 사람은 알지요

동트기 전 차가운 공기


그 어둠 속에서

끝까지 숨쉬다 보면

불붙은 소망들 끝내

새벽이 되지요











누가 마신 걸까?

검은 자국이 남은 빈 찻잔을 보며

오늘은 20대 어떤 날로 돌아가 봤습니다

누구나 절절한 때가 한 번쯤은 있지요


그 덕분에 지금의 평범하고 소소한 시간들이

강렬한 감정보다 더 강력하고 든든한 정서임을 알게 됩니다.


거대한 바다 물결은 장엄하고 가슴이 터질 듯 감동적이지만

때로는 내 몸을 집어삼키기도 합니다.

그에 반해 졸졸 흐르는 계곡물은 어찌 보면 볼품없지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행복과 평안을 들려줍니다


그리고 가만히 계곡물 옆에 앉아 있다 보면 한 가지 더 알게 됩니다

그 거친 바다 물결은 저 가느다란 계곡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요



( 20대 갬성 시리즈 왕왕 올릴 듯합니다. 이거 나름 재밌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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