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숨 좀 쉽시다.
다음으로 어떤 주제를 이어가는 게 좋을까 하다가 오늘 문득 호흡을 먼저 간단히 짚고 넘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육체적인 영역을 잠깐 언급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사실 호흡은 연결점이 많다.
생리학적 관점, 신경계적(특히 자율신경계) 관점, 의식의 확장 관련, 몸과 마음의 연결점으로서의 관점, 몸의 기반을 회복시키는 기능으로서의 관점, 건강 관련 관점(혈압, 두통, 우울증, 공황, 불안 장애 등 정신적 문제 등), 현실과 초월의 연결 관점 등등.
그러나, 오늘은 간단히 들숨과 날숨의 느낌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호흡은 신체 내부의 감각 감지 훈련에 가장 기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쓸 내용은 그저 나의 경험에 기반한다. 한 사람의 경험이구나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된다)
호흡 시 숨을 들이쉴 때 폐 전체에 골고루 공기를 꽉 채우려면 3단계로 상상하면 유용하다. (참고로 이건 복식 호흡이 아닌 폐 전체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왜 그렇게 하는지는 추후 설명할 일이 있을 것이다.)
배를 먼저 채우고 (완전히는 아니고 2/3 쯤)
→ 그다음 아랫등을 채우고
→ 그다음 가슴을 채운다.
방향성으로 표현하면 먼저 배를 통해 아래로 향하듯 팽창하고,
그다음 아랫등을 통해 뒤로 팽창하고,
최종적으로 가슴을 통해 위와 앞으로 공기를 채운다.
(가슴을 채울 때는 어깨가 귀 쪽으로 올라가지 않아야 한다. 어깨가 올라간다는 말은 승모근이나 목빗근 등과 같은 목에 있는 근육을 과하게 쓴다는 의미가 된다. 또, 배를 2/3만 채우는 이유는 배를 완전히 부풀리면 위쪽을 채우는 느낌이 잘 안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삼단계를 한 동작처럼 빨리 이어서 할 경우 하나의 느낌으로 표현하자면,
배와 가슴 사이, 즉 명치 바로 위쪽이 고속도로처럼 뻥 뚫려 기도가 일자가 되는 느낌이다.
(하나 더 플러스하자면 들숨 끝에서 목구멍 뒤까지 뚫리는 느낌이 나면 더 좋다. 이때 혀끝을 위쪽 앞니 조금 뒤 천장에 놓아 혀가 뒤로 말리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그런데 만약 이 설명 때문에 더 헷갈리다면 잊어버리자.)
내쉴 때는 폐는 탄성조직으로 힘을 빼면 자동으로 recoiling(탄성 복원) 되므로 힘을 쭉 빼면 알아서 된다. 들이쉴 때와는 달리 내쉴 때는 너무 의식해서 노력하면 오히려 어색한 동작이 나온다.
만약 내쉬는 호흡을 길게 빼고 싶다면 힘을 빼되, 살짝 붙잡고 있는 느낌으로 힘을 빼면 된다. 붙잡는 느낌을 강하게 할수록 더 오래 내쉬게 된다. 이게 어렵다면 그냥 힘을 탁, 하고 완전히 놔버리고 대신 입술을 모은 채 코가 아닌 그냥 입으로 내쉬면 입술의 저항으로 알아서 날숨이 길어진다. 코로 내쉴 경우 입술처럼 모아서 저항을 줄 수 없기 때문에 가슴통을 붙잡고 있어야 천천히 내쉴 수 있다.
그래서 요약하면,
들이쉼 → 능동적으로 '공간을 만든다'
내쉼 → 수동적으로 ‘방해를 없앤다’
사실 빨리 이해하고 싶으면 문장을 머리로만 분석해 그에 의지해 너무 인위적으로 실행하려 하지 말고,
실제 자기 몸을 느끼고 이해하며 시행하면 훨씬 빠르다.
대부분 늦어지는 이유가 어떤 정석적인 방법론을 듣고 그 문자 그대로만, 또 머리로만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몸의 느낌은 무시하게 되고, 그 결과 인위적이고 어색해진다.
예를 들어, 스쿼트를 배울 때 무릎이 발 앞으로 나오지 말라는 말만 지키려고 하다 오히려 자세가 부자연스러워지는 경우와 같다. 몸의 느낌이 가장 우선이다. 물론 이러려면 몸의 느낌(고유감각)을 감지하는 연습을 통해 그 능력을 제대로 길러야 한다. (이 부분도 나중에 다루겠다)
만약 날숨에서 힘을 빼는 게 어렵다면 혹시 심리적인 이유일 수 있다. 자기 몸을 있는 그대로 신뢰하고 놔둬야 하는데 무의식적으로 불안해서 힘을 못 빼는 것이다.
힘을 빼면 망가질 것 같고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본능적으로 힘을 주는 것이다. 몸에 대한, 또 자신에 대한 신뢰가 애초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바늘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힘 빼세요' 아무리 말을 듣고 힘을 빼려 해도 힘을 못 빼는 상황과 같다. 수영을 갓 배울 때, '몸에 힘 빼세요' 아무리 말해도 힘을 못 빼는 것과도 같다. 아무래도 힘을 빼면 물에 빠져버릴 것만 같기 때문이다.
진료 현장에서도 보면 꼭 호흡만이 아니라 몸에서 힘 빼는 자체를 못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특히 만성 통증 환자일수록 그렇다. 이런 경우 몸에 대한, 자신에 대한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결국 몸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완을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경우, 호흡 훈련이 잘 안 되고, 스트레칭이 오히려 긴장을 만들고, 편해지려고 할수록 더 불편해지는 상황이 연출되기 쉽다. 그렇다면 어떻게 몸을 신뢰할 수 있는가?
이는 결국에는 몸에 대한 감각 훈련을 천천히 해나갈 때에야 가능하다. 이 부분은 외부 감각(exteroception)과 내부 감각(interoception, proprioception)으로 나눠 추후 다룰 듯하다.
아쉬운 대로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나중에 좀 더 디테일하게 지금 직접 하고 있는 호흡 방법을 적어가며 좀 더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나는 호흡법 자체에 대한 권위 있는 전문가도 아니고 이론적으로 깊은 공부를 하진 않았지만, 매일 시행하면서 스스로 개발해 나가는 중이다.
(호흡에 대한 연구와 방법들은 많지만,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맞는 하나의 정답은 없다. 그렇기에 각자 자기 몸을 느끼며, 자기에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행여 이 글을 읽고 관심이 생겨 궁금한 부분이 있어 질문하시면, 나름으로 알고 느낀 선에서 최선을 다해 설명해 보겠다.
(호흡은 앞으로도 다룰 일이 계속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