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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써 보는 의사 Sep 19. 2024

2. 건강의 삼요소 下

건강학개론 1장   (국민건강총서 제1호)


일단 이 글을 먼저 접했다면 건강의 삼요소 철학 편을 먼저 읽고 오도록!!!! 

읽고 온 이들은 예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감사하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건투를 빈다!!!


https://brunch.co.kr/@eb93881124914a1/25





2. 건강의 삼요소


건강의 삼요소는 정하기 나름이라 말들이 많지만, 본 학회는 구조적(structural), 정신적(mental), 화학적(chemical) 요소를 세 가지로 삼는다.



삼요소는 중앙에서 만난다



1) Chemical


이 중 화학적 요소에 대한 정보들이 가장 넘쳐난다. 이는 현대의학으로 치자면 약물 치료에 해당하겠다. 일반적으로 음식, 식사, 약초 등을 포함한다. 이 외에도 호르몬, 신경전달물질도 아우르는 개념이다. 

어마어마한 정보량만큼이나 헷갈리는 영역이기도 하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전체를 보는 관점이다. 하나의 정보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눈앞의 나무만 쳐다보다가는 산속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별을 보고 걸어야 한다. 이것이 삼요소 얘기를 먼저 꺼내든 이유이기도 하다.



2) Structural


구조적인 부분이 그다음으로 많은 정보량을 차지하는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자세, 정렬 등으로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누구나 안다. 올바르지 못한 자세, 가장 흔한 예로 장기간 앉은 자세는 목과 허리에 상당한 문제를 일으킨다. 

이 분야 역시 파고들면 상당히 복잡해진다. 골반이 틀렸다느니, 다리가 한쪽이 짧다느니, 위쪽 목뼈가 가장 중요하다느니, 턱관절이 만병의 근원이라느니, 골반이 제일 중요하다느니, 아니다, 인간은 이족 보행하기에 발이 가장 중요하다느니, 그것도 아니다, 인간은 머리부터 태어나기 때문에 두개골이 가장 중요하다느니. 학파마다 말이 다르고, 똑같이 골반이 중요하다고 해도 또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다. 만지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본 학회의 특성상 가장 많이 다루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할 말이 참 많지만, 일단은 말을 줄이겠다.


다만, '무엇이 자연스러운지' 큰 줄기를 항상 염두에 두라고 강조하는 바이다. 그러면 온갖 정보들에도 방향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몸을 인지하는 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기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면, 올바른 자세 따위 배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심지어는 애써 배운 지식이 해가 될 수도 있다. (이를 본 학회에서는 자기인식불능이라고 명명한다)

용어를 쓰자면 고유감각(proprioception)과 내수용감각(interoception)이 좋아야 한다. 정확한 경계나 구분이 있는 용어는 아니지만, 내 나름으로 쉽게 설명하자면, 고유감각은 주로 근골격계 관절의 위치와 자세를 체크하고, 내수용감각은 장기의 상태를 체크하는 감각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겠다. 사실 이 부분은 나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복잡하다.


몸을 인지하는 능력인 고유감각의 중요성에 대해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피노키오 효과(pinocchio illusion)가 있다. 한 손으로 코를 잡고 그 코를 잡은 팔 이두근에 진동 자극을 주면 머리는 코가 늘어난다고 착각하게 된다. 이유는 이두근에 연결된 고유감각에 혼선이 생겨 코를 잡고 있는 팔이 늘어난다고 인지하면서 머리에서는 코가 길어진다고 잘못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면, 여러분이 바이킹을 탈 때, 혹은 롤러코스터를 탈 때 낙하지점에서 심쿵하는 그 서늘한 느낌이 든 적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 순간 내 몸과 주변 상황이 어떻게 인식되는가? 마치 다른 우주,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느낌. 그 느낌으로 평생 살라면 어떻겠는가? 바로 그 낙하의 순간, 여러분은 일종의 고유감각 상실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올바른 자세를 따라하기에 앞서, 자기 몸을 인지하는 센서의 올바른 작동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3) Mental


정신적 부분은 화학적 요소와 구조적 요소와는 아예 다른 영역인 듯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몸과 마음이 영향을 주고받는다고는 생각하지만, 그게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거의 눈치채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도 중요하다.


구조적, 화학적 요소와 정신적 요소는 서로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구조는 자율신경계, 감정, 정신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등이 굽은 자세는 등에 교감 신경이 밀집되어 있으므로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준다.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몸이 항상 긴장되고, 부교감신경 기능은 떨어져 회복, 소화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굽은 자세로 인해 횡격막 호흡도 어려워진다. 자세로 인한 물리적 압박으로 원활한 장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라 장 신경총도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진다.


또 자세가 신경전달물질 및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도 오래전부터 연구되어 왔다. 올바른 자세가 세로토닌,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고, 웅크린 자세가 코티졸 분비를 높인다는 얘기들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자세는 고유감각수용기를 타고 뇌로 전달되는데, 잘못된 자세는 잘못된 고유감각 정보를 머리 위로 전달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뇌에도 영향을 준다. 

이 고유감각이 정신 상태와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싶다면 올리버 색스 옹이 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어보도록. 고유감각이 병들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특유의 문학적인 필치로 잘 서술되어 있다. 


정신과 화학 간의 연결 관계는 정신신경면역학(psychoneuroimmunology)이라는 학문이 아예 있다. 본 학회 역시 이 분야에 관심을 두고 연구 중에 있다. 책에서 나온 내용을 하나 소개하자면,


파블로프의 개는 모두들 알 것이다. 종을 울리고 이후 먹이를 주는 일을 반복하면, 나중에는 종만 울려도 개는 침을 질질 흘린다. 조건이 형성된다.

이 실험을 변형해 단맛이 나는 사카린을 쥐에게 준다. 이후 시클로포스파미드라는 약물을 준다. 개에게 종을 울린 뒤 먹이를 주듯이 말이다. 사카린은 단맛이 나지만, 시클로포스파마이드는 맛이 안 좋다. 이것을 반복하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형성이 될 것이다. 이제 쥐는 단맛이 나는 사카린만 줘도 피한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사카린만 주는데 쥐들이 죽어나간다. 뭐지? 이상하게 여긴 실험자는 시클로포스파미드라는 약물에 주목한다. 이 약물은 장기이식한 사람한테도 쓰이는 면역억제제였다. 즉, 면역억제 성분이 전혀 없는 사카린이 조건 형성을 위해 함께 투여되었던 시클로포스파미드와 같은 효과를 낸 것이다. 다시 말해, 신경계가 면역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됐음을 발견한 것이다. 바야흐로 정신신경면역학의 시작을 알리는 실험이었다. 


정신은 뇌에서 오고, 뇌는 신경 덩어리이고, 신경은 다시 면역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신경은 구조에 영향을 받는다. 초창기에는 서러웠지만 이제는 대가의 반열에 오른 안토니오 다마지오 선생은 일찍이 신체화된 마음(embodied mind)을 주창한 있다. 몸과 마음의 구분은 무너진 지 이미 오래이다. 


그리고 이보다도 더 오래전에, 행복하니까 웃는 것이 아니고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며 신경가소성을 발명(발견이 아니라 굳이 발명이라는 단어를 써서 선생을 기리는 바이다)한 고 윌리엄 제임스 선생도 있다. 나는 이 선생에게 절망으로 얼룩졌던 내 인생의 어떤 시절, 희망 한 조각을 빚진 바 있다.



미안하다. 너무 지루하고 전문적인 얘기를 했다. 소위 전문가라는 작자들은 종종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다. 나도 자꾸만 전문가의 늪에 빠진다. 이 부분은 과나의 유튜브가 아주 적나라하고 재밌게 보여준다. 구미가 당기는 분을 위해 아래 링크를 걸겠다. 신랄하고 재밌는 통찰이 돋보이는 유튭이 되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4pVz7naBCfU





그래서 다 잊어버리고,

그냥 몸과 마음과 화학적 요소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만 이해하면 된다.



건강의 삼요소를 굳이 이번 글의 제목으로 끌어들인 이유는, '디테일한 지식의 조각에 집착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브라질 넛이 좋다더라, 아사히베리가 좋다더라, 혹은 무엇은 발암 물질이라더라. 이런 정보들을 쭉 떠올려보자. 그 정보의 영향력이 과연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여러분이 먹던 브라질넛 여전히 잘 먹고 있는가? 그리고 그 브라질넛 꾸준히 먹어서 건강히 눈에 띄게 나아지던가? 무엇 하나로 건강을 바꾼다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흔히 환원주의적 사고라고 한다. 환원주의적 사고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나름의 의의가 있고, 그로 인해 우리가 깨닫게 된 통찰도 크다.


세부적, 분석적으로 보는 관점도 필요하지만, 전체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관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래서 끝으로, 얼마 전 우리 학회 공식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일부 빌려온다. 갑자기 정중하고 사근거리는 말투에 놀라지는 마시라.




질병의 원인을 합리적으로 분석하는 관점과, 사람을 전체로서 보는 관점은 완전히 다릅니다. 엉뚱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비유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말하자면, '수학 문제를 푸는 것' 과 '그림을 그리는 것' 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우리는 매우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반면 그림을 그릴 때에는 사고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접근합니다. 뇌 사용 영역으로 설명하자면, 수학은 좌뇌, 그림은 우뇌를 주로 씁니다. 그림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이유가 바로 좌뇌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수학 문제를 풀면서 그림을 그릴 수 없고, 그림을 그리면서 동시에 수학 문제를 풀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한 사람이 한순간에 수학 문제를 풀면서, 동시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수학 문제를 풀고서, 그다음에 그림을 그릴 수는 있습니다.


환자를 볼 때, 그 문제점을 수학 문제를 풀듯 논리적,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림을 그리듯 전체로서 접근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편향된 판단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현대 의학은 수학 문제를 풀 듯하는 방식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헷갈리면 안 되는 부분은 전체를 본다는 관점은 부분의 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허리가 아플 때, 국소적인 허리 인대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 인대가 약해지는 이유 중 잘못된 식습관을 파악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파악하고, 이제 문제점을 다 알게 되었으니, 이제 이것들을 모두 합하여 각각의 문제를 해결하자!!! 라는 방식은 전인적인 의료라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더 자세히 설명을 하면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굳이 수학 문제 풀기와 그림 그리기라는 비유를 들어 설명하였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코 하나, 눈 하나 분석해서 따로따로 그린 후 합하면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어색한 그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사람의 얼굴이 참 잘 생겼다고 느낀다면, 눈 하나, 코 하나, 입 하나 따로따로 분석해서 각각이 잘 생겼으므로 전체가 잘 생겼네, 라고 파악하지 않습니다. 순간적인 인상을 느낄 뿐입니다. 심지어 눈, 코, 입, 따로따로 놓고 보면 못생긴 것 같은데 전체로는 멋질 수도 있습니다. 그 반대일 수도 있고요.


네, 그렇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설사 전체를 본다고 하더라도 부분 부분을 따로 떼내서 분석하고 합치는 방식은, 그 방식 자체가 수학 문제를 풀 듯 좌뇌 지향적 과정을 거치는 것이고,

반대로 그림 그리는 관점은 따로 떼내어 분석하지 않고 온전히 전체를 있는 그대로 보는 방식입니다.


바로 이렇게 부분 부분 떼내어 분석하는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여, 그림을 그리듯 전체를 파악하도록 해주는 관점이 오스테오파시입니다.

 

분석적이고 합리적인 게 좋다고 해서 좌뇌만 두 개이고 우뇌가 없다면 좋은 걸까요? 반대로 직관이 중요하다고 해서 우뇌만 두 개이고 좌뇌는 없는 것은 또 어떨까요?


인간의 뇌는 좌뇌, 우뇌가 모두 하나씩 해서 양측이 같이 있을 때에만 온전한 하나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과학이면서 동시에 예술입니다.  





위 글의 전문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되겠다. 



https://blog.naver.com/tillisee2/223537342666

      


다음에는 아마도 식이를 다루게 될 텐데, 여기부터 드디어 나름 근거 있는 정보들이 등장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까지 각자의 몸 스스로 잘 건사하시라.



다음 주제는 식이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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