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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써 보는 의사 Oct 30. 2024

잊지 마라 너는 잘하고 있다


1. 개미에게 글을 내주어라



아파트 숲 속 콘크리트 바닥을 개미가 지나가거든 가만히 길을 내주어라.

그들을 밟으려는 니 아이를 막아라.


아이에게 그저 그들의 행렬을 보여주고 그들의 충실한 하루에 경의를 표해라. 그들이 가는 경로를 지켜보고, 그들이 손에 든 코딱지 만한 음식을 지켜주라고 말해 줘라.


니가 살기 위해 발버둥 칠 때 아무렇지 않게 너를 짓밟던 사람들과 상황들을 떠올려라. 그 잔혹함을 기억해라. 개미를 존중해라. 어떤 생명이든 살기 위해 안간힘을 사실을 잊지 말고 존경을 표시해라.




너는 20대 후반에 무당개구리 앞에 멈춰 섰던 일을 기억한다.

한밤에 의성에서 선산으로 넘어가는 912번 국도를 달리던 너는 헤드라이트에 반짝 튀어 오르던 작은 생명체를 목격했었다. 그들의 가느다란 뒷다리가 유독 너의 시선을 어지럽혔다.


앞을 먼저 지나가던 검은색 세단은 아무 생각 없이 무당개구리를 밟고 지나갔다. 너는 그때 니가 봤던 다큐멘터리를 떠올렸었다. 

무당개구리는 산란을 위해 목숨을 결고 도로를 건넘을.  


너는 차마 그들을 밟고 지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가만히 그 앞에서 차를 세우고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때 그 순간을 기억해라.


그 순간의 거룩한 개구리 울음소리를 기억해라. 그 소리에 담긴 생명을 기억해라.

열심히 살아가는 생명들에게 존경의 인사를 해라.

어떻게든 살아간다는 것만큼 위대한 기록은 없다.




너는 얼마나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 봤느냐?

산란을 위해 목숨을 걸고 도로를 건너본 적이 있느냐?

한 끼 식사를 집으로 옮기기 위해 위험한 먼 길을 묵묵히 걸어본 적이 있느냐?


나무에 걸린 거미줄에도 돌을 던지지 마라.

집안을 지나다니는 거미를 죽이지도 마라. 거슬리거든 그들을 창밖에 가만히 풀어줘라. 아무렇지 않게 휴지로 싸서 변기에 흘려 내려보내지 마라. 니 이종 사촌 동생이 5년 이상을 길렀던 니 거북이를 변기에 흘려보냈던 때를 기억해라. 2층 높이에서 시멘트 계단 모서리에 떨어져도, 심지어 농 밑에 깔리고도 살아남았던 그 생명이 변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던 그때의 아릿함을 기억해라. 


아이에게 그들이 집을 지켜준다고 얘기해라. 그들 때문에 너희 집에 해충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해라.

그들의 하루를 존중해라. 

모든 생명과 사물은 그 나름의 존재 가치가 있음을 니 삶으로 보여줘라.


그들에게 배우고, 니가 하는 사소한 일들을 소중히 여겨라.

삶을 소중히 여겨라.





2. 거의 다 왔어도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항상 출발선에 있다고 생각해라. 출발선에서 다짐했던 의지를 떠올려라.

거의 다 왔다고 마음이 풀어질 때 일을 망쳤던 순간들을 기억해라. 그때 닥쳐왔던 말도 안 되는 고난의 순간들을 기억해라.

방심을 학습하긴 쉽다. 의지를 유지하긴 어렵다.


끝까지 정신을 차려라.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3. 천천히 샤워해라


씻고 나가서 할 일이 있다고 성급히 끝내지 말고, 물줄기에 잠시 몸을 맡겨라.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마라.

따뜻한 물줄기가 오늘 하루 수고한 니 몸뚱이를 쓰다듬도록 맡겨둬라.


폭포수에 정좌하고 앉은 도인이 됐다고 생각해도 좋다. 도인은 물을 단지 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게 물은 자기 몸과도 같다. 

샤워를 해야 일의 하나라 여기지 말고, 잠시 있는 그대로 느껴라.

어린 시절 너는 샤워를 참 좋아했었다. 그때의 느낌을 기억해라.




먹을 때도 천천히 씹어라.


뭘 먹느냐보다 먹을 때의 태도가 더 건강에 중요하다는 연구도 있다. 

음미해라. 그 촉각과 맛과 향을.

니 오감이 살아날 때 비로소 살아나는 살아있음을 느껴라.





4. 내일은 새벽 5시에 일어나라


6시는 늦다. 4시는 너무 빠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5시.


열흘 동안 꾸준히 5시에 일어났을 때 니 삶이 정돈됐던 기억을 떠올려라.


그 시간의 적막함을 떠올려라. 이 우주에 혼자만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외로움이 아니었다.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그 무엇도 의식할 필요 없이 그저 너와 너의 시간만이 있었다. 니 감각과 생각이 온전히 필요한 곳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라.


지금 너는 삶을 자꾸 뒤로 미루고만 있다.

다시 돌아가라. 

아침의 신선한 리듬으로.
어느 누구 것도 아닌 너만의 시간으로.





5. 떠오르지 않는 사물 이름에 집착하지 마라. SNS 는 한 시간에 한 번만 확인해라.


그 시간이 아깝다.

그걸 떠올린다고 니 삶이 나아지지도 않는다.

거기에 집착할수록 너는 니가 성장할 시간만 갉아먹는다.  


떠오르지 않는 이름에 대한 집착은 모기 물린 자리에 십자가를 찍고 싶음을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 그저 니 답답함을 해소하려는 욕망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 니 성장을 방해하는 욕망에 끌려다니지 마라. 욕망에 끌려다니는 사이 니 삶은 점점 퇴행하고 있음을 기억해라.



마찬가지로 sns 는 한 시간에 한 번만 확인해라

그런 욕망에 끌려가다 보면 니 하루를 다 뺏기고 니 무의식적 욕망에 질질 끌려 다니는 삶을 살 뿐이다.


사소한 욕망, 사소한 집착을 생각 없이 따라다니는 시간이, 그 하나만 놓고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막상 정신 차리고 모두 헤아려 보면 니 하루의 거의 절반을 갉아먹는다. 그리고 그 욕망을 뒤쫓은 후 다시 집중력을 되찾기까지는 또 시간이 걸린다

명심해라. 니 인생의 시간은 정해져 있다. 그중에서 그 작은 욕망들에 끌려다닌 시간을 제한 나머지 시간만이 니 인생이라고 생각해라. 니 인생이 줄어드는 것이 보이는가?


그리고 그 하나하나는 사소할지언정, 마치 술 한 잔은 별것이 아니지만 한잔쯤이야 하고 마시는 술이 어느새 인사불성을 만들듯, 그렇게 쌓이다 알코올중독이 되듯, 그 사소한 본능과 욕망에 쉽게 끌려다니는 니 모습은 결국 습관이 되고, 니 삶의 태도가 된다. 그리고 그 태도는 큰일도 그르치게 만들 것이다. 

정신 차리고 의식해라. 사소한 욕망과 집착들을 눈치채라.





6.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 목록을 모두 적어라.


아무 생각 없이 행위를 하지 말고, 일요일 저녁에는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목록을 모두 작성해라.


다 적고 나면,

하고 싶은 일 중 당장은 즐겁지만, 지나고 나서 오히려 네 에너지나 힘을 빼놓을 만한 일은 빼라. 

당장도 즐겁고, 앞으로도 너에게 힘을 줄 만한 일이거든 반드시 포함시켜라.


반대로 하기 싫은 일 중, 지금 당장은 하기 싫거나 단기적으로는 힘이 빠지고 힘들지만, 그 일을 다 끝마치고 났을 때 너에게 보람과 성취감을 주고, 또 그로 인해 니 삶에 장기적인 에너지를 주는 일이라면 빼지 말고 포함시켜라. 그것은 너를 성장하게 해 주고, 너를 다음 단계로 이끄는 일들이다. 당장은 지쳐도, 오히려 니 미래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일들이다. 그 일을 함으로써 너는 점점 더 강해지고, 여하한 일에도 흔들리지 않게 될 것이다.  





7. 하나 더, 니가 두려워 피하고 싶은 일을 꼭 적어라. 


어쩌면 하기 싫은 목록과 겹칠 수도 있다.

하기 싫은 이유가 단지 두려워서라면 그 일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해야만 하는 이유를 스스로 깊이 생각하고 적어놔라. 


너는 그 일을 해야만 한다. 그 일을 해야 니가 바뀐다. 

너의 신경회로가 달라지고, dna를 둘러싼 히스톤 단백질과 메틸화가 변하여 너의 체질과 너의 마음을 뒤바꿔놓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명심해라. dna만 유전되지 않는다. 니가 후천적으로 노력하여 획득한 몸과 마음 역시 니 자식에게 유전된다. 그것도 3대에 걸쳐서. 

너를 위해서, 또 니 자식과 후대를 위해서 반드시 두려운 일을 해라.





8. 너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여라. 자존감에 집착하지 마라.


너의 결핍과 심리적 미성숙에 너무 집착하지 마라.

자존감에도 집착하지 마라.


설사 자존감 높고 성숙한 상태를 장미꽃이라고 하더라도,

이 세상 모든 꽃이 장미꽃이 된다면, 너는 과연 장미꽃을 아름답다고 느낄까.

모든 꽃이 장미꽃인데, 그 속에 호박꽃이 한 송이 피었다면 오히려 그 호박꽃이 더 돋보일 것이다.

꼭 장미가 될 필요 없다.


인격의 성숙을 위해 노력하더라도 집착하지는 마라.

어쩌면 너는 끝까지 성숙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성숙의 과정으로 충분하다.



자존감이 좀 낮으면 어떤가. 집착하지 마라.

나무도 있고, 꽃도 있고, 이름 모를 잡초도 있고, 사막도 있고, 울창한 숲도 있고.

우주에는 블랙홀도 있고, 아름다운 별도 있고, 그보다 훨씬 많은  암흑물질도 있다.

그 모든 풍경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지구를 만들고, 아름다운 우주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니 니가 꼭 별이어야 한다고. 꼭 아름다운 꽃이어야 한다고. 울창한 숲이어야만 한다고 강박하지 말아라.

조금 건조한 사막이라도 좋다. 그냥 니 힘껏 살다 가면 그만이다.


우울과 낮은 자존감으로 평생을 보냈던 수많은 위인과 예술가를 기억하라.

그들의 삶은 엉망이었고 비극이었지만, 불완전함과 결핍투성이었지만, 그들로 인해 우리의 문화는 풍성해졌고 아름다워졌다.

그들의 낮은 자존감 속에 탄생한 그림 한 점, 노래 한 곡, 문학 한 편이 너의 생명을 살리고 또 누군가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있음을 기억하라.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결핍과 낮은 자존감이 오늘날 수많은 사람에게 빛을 비추고 위로를 건네는 결과물을 만들어냈음을 기억하라. 지금도 그들의 낮은 자존감 때문에 탄생한 작품 하나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너도 너의 불완전함으로, 너의 결핍으로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고 누군가의 삶에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니 그냥 웃고 일어나라. 오늘도 너의 삶을 살아가라.

니가 자책하고 열등감에 시달리더라도, 설사 너 자신은 모를지라도, 그 예술가들처럼 너는 너만의 값어치가 있는 존재이다.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면, 이렇게 생각해 봐라. 낮은 자존감으로 살아온 너의 경험과 시간이, 너처럼 자존감 낮은 사람에게 힘이 되리라고 말이다. 


잇따른 정신적 절망과 삶의 허무함을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느껴야 한다면, 대체 나는 왜 이렇지 생각이 든다면, 이렇게 생각해 봐라.

너는 너처럼 부족한 사람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 먼저 힘이 든 것이다. 그들을 돕기 위해 미리 힘든 것이다. 그들이 허무함 속에서 허덕일 때, 누구도 그들을 이해하고 도울 수 없다. 오직 너만이, 같은 경험을 먼저 했던 너만이 도울 수 있다. 니가 그들을 도울 때, 니가 겪은 절망과 허무함은 비로소 가치 있게 빛나게 된다. 허무함은 더 이상 허무하지 않다. 의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니가 겪은 절망과 허무함이 무가치하다고 여기지 마라. 그것으로 무엇이든 남겨라. 그것이 빛날 수 있도록. 그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갖도록. 


너는 아무 가치 없이 힘든 게 아니다. 


그러니 지금 일어나라. 일어나서 걸어라. 이것이 예수님이 앉은뱅이에게 일어나서 걸으라고 명령했던 이유이다. 나도 너에게 명령한다. 일어나서 걸어라.


나는 너를 믿는다. 너의 존재의 가치를 믿는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더라도 오늘도 한 걸음 내딛어라.








오늘은 이 글을 쓰면서 느닷없이 어깨가 들썩거리고 코가 시큰거렸습니다.

잠시 당황했지만, 그 속에 묻힌 과거의 경험들이 이제야 조금씩 소화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결국 이 또한 저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글을 쓰게 돼서 다행입니다.

여러분 한 명 한 명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오늘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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