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이유/ 자유/ 행복
기록의 이유 : 기록으로 자유를 외치다
결혼 11년 차,
2023년이 되며 12년 차로 접어든다.
과연 결혼 후, 내 삶속에 내가 스스로 통제하며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나는 새벽 3시에 일어나 기록을 시작한다.
늦게 일어나도 새벽 4시.
일찍 일어나게 되면 새벽 2시.
일부러 일찍 일어난건 아니었다.
그저 예민한 기질의 엄마가 예민한 아이들을 낳아서 강제로 새벽잠을 못자게 되었던 것 뿐.
(엄마의 증언에 따르면 워낙에도 아침 잠이 없었다고는 한다. 예민하고 키우기 힘든 아이는 아니었다고 하는데, 알고보닌 난 예민한 편)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 기안84가 있다면
일어난 김에 기록하는 여자 루나 마밍이 있다.
워낙에도 기록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건 만 3년 차
팬데믹으로 단기 홈스쿨을 하면서 내 시간을 찾게 되고 어차피 일찍 일어나는 것, 일어난 김에 기록하자 싶어 시작된 새벽책상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기록이 어느덧 매년 기록하는 노트만 10종류가 넘는다.
왜 나는 이렇게 기록에 집착을 하게 된걸까?
그 답을 이번 월요일에 한번 더 확신하게 되어, 그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한다.
남편은 내 핸드폰을 1년에 한번씩, 자기 마음대로 바꾼다.
매년 새 핸드폰을 새로 바꾸어 쓰는건 정말 흥미있고 재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든다.
모든 어플을 새로 로그인을 해야하며, 백업이 되지 않는 기록들은 잃어버리게 된다.
벌써 몇년째 반복되고 있는 일이라 나름의 기록을 남겨두기도 하지만
기록에 진심인 난, 실수로라도 잃게 되는 기록들이 너무 아쉽고 아깝다.
이번 월요일,
또 자기 맘대로 핸드폰을 새로 사온 남편.
분명, 한달 전부터 바꾸기 싫다는 의사를 수시로 했는데도 멋대로 새 핸드폰을 사와 너무 좋지 않냐, 남편이 최고지? 라는 등의 망언을 쏟아놓는다.
"나 분명 싫다고 말했는데......특히나 폴더는 더더욱 싫다고 말했는데......."
내 말은 안중에 없다. 왜 당신껀 바꾸지 않냐 물으니, 블락해둔 전화번호며 여러가지 정보들을 새로 옮기고 로그인하는 것이 귀찮고 싫다고 한다. 나도 그게 싫은건데......내 의견따윈 중요하지 않다. 그저 본인이 새로운 걸 사주고, 그걸 내가 사용하는 걸 보며 만족해하는 사람.
집안에서 사용하는 것들 중 내 임의대로 살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젓가락, 휴지.....?
심지어는 그릇도 내 마음대로 살 수 없는데
그나마 플래너는 온전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아마도, 그래서 기록을 할 때, 플래너를 작성할 때 자유로운가보다.
물론 그 안에서도 자기 통제는 있다. 기록을 감별해서 한다는 것.
하지만 그래도, 이 집안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내게는 숨구멍이 트이니, 그걸로 되었다.
일어난 김에 기록하는 여자의, 2023년 둘째 주 기록과 넋두리....
<여러가지 기록 노트들>
1월 9일 월요일
새벽 성경 필사 : 하루 10분, 세 절
일상의 큰 변화는 없으나 기록할 건 많고
기록할 것이 없는 날은
기록하기 위해 움직인다.
1월 10일 화요일
어디든 휴대해서 다니는 #불렛저널 노트
아이들을 밖에서 놀릴 때에도
틈틈이 기록하며, 아이들을 본다.
1월 12일 목요일
데일리 리포트 / 식단기록 / 아이들기록
아직도 아이들의 발차기에 새벽 1시에 눈을 뜨고 시간을 확인한 후
한시간만 더 자자, 하고 조금 더 자고 일어나면 새벽 3시......
조금 더 기록하고 싶고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으면 1시에 의식해서 일어날 때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하루가 무너질 만큼 피곤하기에
3시 기상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는 중이다.
모두들 행복한 기록하는 하루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새벽책상을 고요히.....누리는 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