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깐부 할아버지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오영수 배우가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2인극 '라스트 세션'이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다. 이 연극은 현재 대학로 TOM(티오엠) 1관에서 상연 중이다.
내가 이 연극을 보러 간 날은 어제(11일)였다. 즉, 오영수 배우가 지난 10일(한국시간) 제79회 미국 골든글로브 TV 부문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골든글로브에서 상을 받은 직후 바로 연극 무대에 서게 된 베테랑 배우의 모습을 지켜보게 되다니. 더한 설렘이 없었다.
이미 극장은 난리가 났다. 티켓 부스는 엄청난 인파로 웅성였다. 티켓을 끊고, 극장으로 들어가는 줄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전, 대형 작품을 보러 갔을 때보다 현장이 더 이글거렸다. 철처한 방역 관리 속에서 사람들의 기대감이 비죽비죽 모습을 드러냈다.
무대에 등장한 오영수 배우는 '깐부' 일남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프로이트였다. 오영수 배우는 활시위를 당기듯, 때론 팽팽하게 때론 느슨하게 대사를 쐈다. 틈을 주지 않고 날 선 논리로 상대방을 휘어잡았다. 깐깐하고 꼬장꼬장하게 상대방의 철학을 꼬집기도 했다. 어떤 땐 한껏 너털하게 풀어져 재치와 유머를 쏟아냈다.
여든을 앞둔 노년의 배우는 90분 이상이 되는 시간 동안 엄청난 양의 대사를 말끔히 소화했다. 특히, 오영수의 프로이트가 툭툭 말을 던질 때마다 관객은 웃음을 터뜨렸다. 오영수 배우의 프로이트는 정말 독보적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도미노처럼 줄줄이 기립했다. 그리고 엄청난 박수를 쏟아냈다. 보통 커튼콜 기립은 찬사 그 이상이다. 오영수 배우는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었고, 후련해 보였다. 그렇게 공연은 막을 내렸다.
오영수 배우와 연극의 인기가 뜨거워지자 제작사 파크컴퍼니는 11일 SNS에 공지글을 올리기도 했다. 제작사는 '출연 배우 출퇴근길 안내' 글을 통해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기간 중에 공연 전과 후 대면 만남, 취재 및 사진 촬영, 사인 요청 등의 모든 근거리 접촉을 제한합니다. 또한 편지와 선물 등의 개별 전달 혹은 MD 부스를 통한 전달도 모두 제한되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협조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연극이 뜨겁게 사랑 받는 현장은 기분이 좋다. 다만 그것이 '오겜' 현상으로 인한 일시적인 분위기가 아니길 바란다.
공 연 명/연극 <라스트 세션(Freud's Last Session)>
공 연 장/대학로 TOM(티오엠) 1관
공연기간/2022년 1월 7일(금) ~ 3월 6일(일)
공연시간/화, 목, 금 오후 8:00│수 오후 5:00│토, 일, 공휴일 오후 3:00, 6:00
관람연령/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90분 (인터미션 없음)
작/Mark St. Germain 번 역/김승완
연 출/오경택
출 연/신구, 오영수, 이상윤, 전박찬
제 작/㈜파크컴퍼니
*해당 글은 필자가 쓴 리뷰 [무대로 복귀한 오영수, ‘라스트 세션’ 프로이트 열연에 ‘기립 박수’] 글 일부를 인용/첨가해서 작성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