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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Dec 21. 2023

스쳐 지나가는 나의 과거들

저주받은 차가 아니었다니…

검사받고 그다음 진료 때였다.

문을 열면서 검사결과가 미칠 듯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선생님은 나에게 검사 결과를 띄운 모니터를 내쪽을 돌려 보여주셨다.

선생님의 나의 cat 검사 결과지를  보여주며 ,

결과가 약을 꼭 먹어야 하는 수치라며 오늘부터 약을 먹자고 하셨다.

얼핏 스쳐 지나가는 빨간 표시들과 선생님 표정을 순간 읽으니… 검사 결과가 매우 안 좋게 나온 표정이었던 것 같다. 나는 따로 결과지를 요청하지 않았다. [결과지를 따로 내가 읽는다고 결과가 바뀌지 않을 테니….]

순간 약을 먹자는 선생님말에 기뻤다가 순간 억울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진료 끝을 향하면서 … 선생님이 어떤 말들을 해주시는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빠가 선생님이라면서

성적이 왜 이러냐는 주변 사람들의 날 선 시선,

큰언니 작은언니는 공부를 잘하는데 왜 공부를 못하냐는 부모님의 비난, [공부를 하고 싶어도 수업이 머릿속에 안들어왔다. 공책을 공부의 흔적으로 가득 채운적이 없었다. ]

어릴 적부터 계속됐던 흔들리고 불안했던 감정들이

내 뇌가 견디지 못해 이루어졌던 거라고 생각하니

인생이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한동안 너무 억울하고 내 유년시절들이 너무 안타까워 견디기 힘들었다.

더도 말고 정말 못해도 30대 초반에만 알았어도 내가 정말 많이 달라졌을 텐데…

아니지 아니지 대학생 때만이라도… 이 욕심은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하소연할 곳이 없어, 신랑에게 말했지만 신랑은 이제라도 안게 어디냐며… [님 T세요?]

그 말이 참 맞는 말이지만 야속하게 들렸다.


희미한 과거 속에서

스멀스멀 기억이들 떠오르기 시작했다.

1. 어릴 때부터 사고가 많았다.

•자전거 바퀴에 다리가 끼어서 크게 다치고

•넘어지며 돌에 이마를 박아 아직까지 눈썹에 흉이 있고

•매번 발목을 삐끗하고

•이유를 모를 멍들이 항상 생기고

•넘어져서 앞니가 부러지고

•높은 데서 뛰어내리면 날줄 알고 높은 옷장에서 뛰어내린 것

•어릴 때 은박지에 싸진 칼날을 갖고 장난치다 은박지가 벗겨지며 상처가 나고…

[팔뚝, 눈썹, 허벅지, 발목, 목 흉터가 정말 많네…]


2. 감정들

•어릴 때부터 가족들이 비행기 타거나 늦게 오면 잠들지 못하고 안전하게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었다

•내가 죽을까 봐 무서웠다. [데스티네이션영화를

보고 한동안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가족들 감정변화에 눈치 보고 살았다.

•초, 중, 고 친구들과 관계에서도 나를 안 좋아하면 어떻게 하지 내행동을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이 생각이 지금 돌이켜보니 내내 따라다녔것 같다.

[adhd 가진 사람들은 거절공포증 때문에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어한다고 한다. 모두 나를 싫어하는 것 같고 거절의 대답을 들었을 때 그 감정을 견디 힘들어한다고 한다.]


3. 차사고

나의 첫차를 운전하며 차사고가 정말 많았다.

[뺑소니도 당했다.]

진담반 농담반 가족들 및 주변에서는 저주받은 거 아니냐고 했는데 adhd 성년기까지 지속되면 충돌 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 관련된 뉴스를 판정 후 읽게 되었다.

돌이켜 보니 내가 조금만 더 집중했더라면 , 내가 조금 더 주위를 잘 확인했더라면 , 내가 조금 더 운전대 잡은 것에 집중했다면 사고를 피했을 텐데…

저주받은 차라는 핑계로 팔아버린 나의 첫차에게 너무 미안해진다…

“미안하다! 나의 소중한 첫 차야! 너의 잘못이 아니고 내 잘못이었어! “


아직도 나의 과거는 나를 따라다니고 있다. 안타까움, 아쉬움… 빨리 병원을 가볼걸 하는 후회를 계속하고 있지만,

바꿀 수 없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앞으로 빛나야 하는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

언젠가는 과거의 나도 편안해질 수 있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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