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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Dec 28. 2023

어느새 싹트고 있던 중2병

가족이 어색한 나

우리 집 가족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가족밖에 없다.

-우리 집 같은 가족들이 어디 있냐

근자감 가득한 이 말들은

어느새부터 점점 가스라이팅

같이 느껴질 때가 많았다.


딸만 넷인 딸 부잣집_ 셋째인 , 나는 나름 화목한 가정에 속한 일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adhd 판정 후 내내 내가 이유 없이 끙끙 앓았던 불편한 감정들이 한편으로 내 뇌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나쁜 아이가 아니였음을 내가 문제가 아니였음을…스스로 느끼고 있던 ,그간 가족들에게 느끼는 내 감정에 대해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1. 나는 가족들과 눈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힘들다.  들키지 않으려고 잠깐보고 다른 곳에 시선을 뒀다 다시 눈이 아닌 귀 쪽을 보거나, 아님 다른 곳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편하다.


초등학생일 때였다. 다른 어느 날처럼 술에 취해 엄마와 싸우던 아빠를 향해 ‘술이 뭐가 좋아서 마셔요?! 집에 있는 우리 생각은 안 했어요?! ’ 원망 가득 날 선 시선으로 아빠의 눈을 오랫동안 쳐다봤던 게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_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빠의 두 눈을 쳐다본 날이었다. 그 뒤로 나는 아빠와 두 눈을 마주 보며 이야기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번 추석에는 중2병 핑계로 집에 가지 않았다. 스타벅스에서 혼자 책을 읽는데 생각보다 많은 딸과 아들들이 부모와 함께 커피 한잔 마시며 시시콜콜 일상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봤다.

직장이야기, 남자친구 이야기, 상사 험담 …

웃음이 넘치는 테이블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나는 왜 이런 기회가 없었을까?  나의 문제일까? 아님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지 못한 우리 집 가정환경의 문제였을까?

책끝 너머 몰래 바라 보면서 …전혀 어색함 느껴지지 않던 그 가족들의 시간들이 부러워 한동안 들고 온 책을 읽지 못하고 …넘기지 못한 책 장만 만지작 거렸다.

괜스레 눈 끝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2. 다른 가족들이 나를 실패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특히 큰언니와 있으면 더더욱 심하게 느꼈던 것 같다. 서울대 졸업에 대기업 근무, 큰언니 눈엔 나는 아무 능력 없는 게으른 동생일 뿐이라는 생각이… 가끔씩 스쳐 지나간다. ]

ADHD 일 경우 아닌 사람의 비해 거절 민감성 불쾌감_rsd가 심하다고 한다.

나의 부탁이나 요청이 거부당했다고 느꼈을 때 마치 자기 존재를 거부당한 것처럼 극심한 불안감과 불쾌감을 느낌->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를 싫어한다라고 생각이 넘어감

•낮은 자존감, 자기혐오

•사회 불안 혹은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경험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켰을 때 스스로를 실패자라고 생각함


3. 육아를 하면서 과거의 내 모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딸이 어린이집을 다니기 전까지만 해도 버거운 육아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딸이 어린이집을 다니며 말도 많이 늘고 생각을 점점 키워가는 아이를 볼 때마다 , 어릴 적 내 모습이 스쳐 지나기 시작했다.

왜 우리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을 내게 그렇게 화를 냈던 걸까,

아이닌깐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니깐 사고도 칠 수 있고 말도 안 들을 수 있는데

어떻게 물이 가득한 대야에 내 얼굴을 집어넣을 수 있었을까? [지금이면 아동학대에 해당될 이 사건은_먼저 당한 쿨한 언니들과 엄마는 물고문. 당해서 사람 됐다고 … 맛도 없고 의미도 없는_명절 농담이 되었다.]

나는 내 딸을 너무 사랑하는데 그래서 이렇게 안아주고 싶고 모든 걸 내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나는 엄마에게서 이런 감정을 못 느꼈을까,

어느 날은 나의 딸이 나의 훈육에

“엄마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안 멈춰. “ 이 말에 나는 가슴이 덜컹했다.

앞뒤 사정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런 내 모습에 엄마는

늘 “유별나다.”라고 했다.

-

나는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안 멈춘다는 딸을 꼭 껴안고 “눈물이 나오면 울고 싶은 만큼 울어도 돼, 엄마가 안아줄게. “라고 말했다.

딸을 꼭 안은 가슴으로 딸아 아이 숨소리와 울음에 _안은 가슴으로 열기가 피기 시작했다.

뜨거운 포옹의 기운이, 과거의 나에게도 전해졌으면 … 바랬다.


어쩌면 갑자기가 아닌, 나는 늘 중2병을 앓고 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엄마는 내게 나름 최선을 다해주셨다. 다만 네손가락 중 가장 안아픈 손가락이 나라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동안 이감정들이 버거운 감정들이라 늘 느끼고 있어 꺼내기 싫어서 회피하고 살았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내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을 감정들인데 너무 숨겨놓고 회피하며 살았다.

이렇게 글로 써놓으니 한결 가벼워지는 마음과 안정을 느낀다.

조금 더 나 자신과 마주하는 기분이다.

이번 편에서 쓸려고 하니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 번외 편으로 다시 정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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