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한 단상
며칠 전 코로나에 걸려 비몽사몽입니다. 감염 후 삼일 차가 고비라더니 꼼짝없이 침대 위에 누워만 있습니다. 콧물 젖은 휴지가 주위를 메우고 동거인이 가져다주는 생강 꿀차가 머리맡에 놓입니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아플 때 혼자라 느끼지 않는 것임을 절감합니다. 온몸에 기운 없으니 마땅히 할 일 없어 지난 추억을 떠올립니다. 내가 자주 생각하는 것은 조각배 여럿이 정박한 몰타의 푸른 바다와 하늘입니다. 젊음의 생기를 가득 품고 밖을 나서는 건 얼마나 신나는 일이었는지요. 이탈리아, 터키 등 근처 나라 외국인이 호감을 표시할 때마다 난처한 척하며 은근히 그 관심을 즐기던 기억이 납니다. 밤에는 파티가 끊이질 않았고 샴페인 담은 유리잔이 부딪는 소리 역시 멎을 리 없었지요. 대학교 신입생 시절에는 접으면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미니벨로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갔습니다. 레이밴 선글라스를 쓰고 몸에 딱 붙는 티셔츠를 입은 채 유유자적 페달을 밟고 있으면 건너편 젊은 청년들이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곧 서른이니 결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건 것이라 합니다. 과거 달콤한 기억에 잠겨 있다 이런 말을 들으니 거울 깨지듯 조각나는 추억입니다. 듣고 있으니 일견 맞는 말인 듯합니다. 지금이야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들이 짝을 찾아 떠나면 우두커니 될 것입니다. 예전에는 듣기만 해도 몸서리 칠 말들을 이제야 곱씹어 보고 있습니다. 그때 나는 있는 힘껏 제 몸집 부풀려 적을 위협하는 복어와 같았습니다. 약한 것을 들키기 싫어 팔짱 끼고 눈 흘기고 있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삶이란 자신이 선택한 일에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라 할지언정 담담히 받아들여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야 말로 성숙한 자세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혼자를 결심한 어느 날 지금처럼 앓아누웠을 때 누군가 내 열 식혀주길 바라진 않을까요? 서른과 봄은 찾아왔습니다.